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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hnny Kim Nov 23. 2021

스물 다섯 1인기업가 김재일

저는 이런 재주로 돈을 법니다


작년에 써둔 글을, 다시 꺼내어 봅니다:)


안녕하세요, 1인기업, 드림스토리미디어그룹 대표 김재일입니다. 퇴사하고, 다시 창업을 하고, 벌써 세달이 지나가고 있네요. 그동안은 이미 계약된 클라이언트들과의 업무가 많아서, 잠시 미뤄두고 있었던 글을 이제서야 쓰게 되었습니다. 주제는 간단해요. 나는 무슨 재주를 팔아서 돈을 버는가. 이리저리 쓰다 보니, 공교롭게도 딱 열 개가 남더라고요. 직업이 뭐냐 묻는 질문에, 복잡하게 설명하기 싫을 때는 얼버무려 디지털 마케팅을 한다고 이야기했었는데, 앞으로 긴 버전의 대답은 이 글로 대신해야할 것 같습니다. 브랜딩이 별 게 있나요. 자기소개 잘 해보면 되는 거겠죠. 시작합니다. 열 재주 가졌지만, 굶어죽지 않은 제 소개를요:) 



1. 숙박업 운영


의외일 수 있겠지만, 스무 살이 되며 처음 가졌던 직업은 게스트하우스 직원이었어요. 게스트하우스부터 호텔까지 두루두루 경험했었죠. 게스트하우스는 접객, 안내, 청소부터 예약관리, 비품구매, 시설보수, 매출/매입관리까지, 100 Bed 규모정도는 뚝딱 운영할 수 있는 정도로 내공이 쌓였엉요. 객실 6개정도 되는 자그마한 게스트하우스는 청소알바 없이 6개월 정도 혼자 운영했었답니다. 꽤 큰 호텔의 프런트 업무도 반년정도 경험해 보았고요. 지금 나아가고 있는 커리어 패스와 큰 관련이 없어보일 수 있겠지만, 사실 1인기업을 운영할 수 있는 것도, 퀄리티를 챙기는 소규모 업장을 타이트하게 관리해본 경험 덕분이예요. 당시 사장님이 대형 호텔 체인에서 근 25년간 근무하셨던 분이었거든요. 사업과 삶에 있어 많이 배울 수 있었던, 매우 귀중한 시간이었어요.


깔꼬롬한 특급호텔 베드시트 세팅, 그거 혼자 할 줄 안답니다 (찡긋) 



2. 영어 강사


초등부 영어강사를 했었어요. 메인 선생님이 신혼여행을 2주간 가게 되면서 빈 자리를 채우는 임시 선생님으로 시작했다가, 원장님 눈에 들어서 그 학원의 영어강사님들이 휴가를 가실 때마다 초등부 수업을 맡아서 진행했었죠. 영어는 어렸을 때 신문사 편집장 출신 캐나다 선생님에게 배우기 시작했어요. 영어유치원 붐 1세대였거든요. 이후에도 내내 학원을 다녔어요. 학교에선 뭐, 배운게 요만큼도 없답니다. 아, 하나 있네요. 콩글리시 발음이요. 발음이 너무 좋아서 맨날 미국인이냐고 놀림받는게 싫었거든요. 영어, 배워두니까 이런 치트키가 없네요. 영어 덕분에 문을 열면 슥슥 열렸고, 요즘엔 미국 테크뉴스 팔로우하면서 미국에 투자도 적잖이 하고 있어요. 지금 하는거 망하면, 발음교정 전문으로 하는 과외를 운영할까 싶은 생각도 있어요. 제가 한 발음 하거든요. 한국인 유학생/한인 2세 스타일 영어 말고, 미국 동부 원어민 발음이요. (진지) 



3. 전자기기 수리, 그리고 자동차 정비


컴퓨터나 노트북, 휴대폰이 전문이긴 하지만, 제 차도 리프트 빌려서 뚜작뚜작 제가 고칩니다. 엔진오일 교환부터 로워암 어퍼암 등 하체작업, 로커암커버 교체나 흡기매니폴드 가스켓 교환같은 엔진 주변기기 수리도 해봤어요. 브레이크 예방정비도요. 사실, 자동차가 노트북 수리보다 훨씬 쉬워요. 노트북이나 휴대폰은 톡 치면 끊어지는 조그만 리본 케이블이 열댓 개씩 숨어있는데, 자동차는 볼트도 큼직하고, 부품도 크고 단단해서, 뭔가 잘 안 빠지면 걱정없이 힘을 좀 쓰면 되거든요. 데스크탑 컴퓨터는 하도 많이 만져서 이젠 신기하지도 않고요. 참, 열여덟에 고등학교를 자퇴한 이후에 처음 일했던 매장이 폐휴대폰에서 부품을 살려서, 중고 휴대폰으로 고치는 곳이었어요. 들어간지 2주만에 매장 에이스가 됐죠. 요즘도 아이폰 하나 뜯는 것 정도는 일도 아니랍니다:) 



4. 악기


요즘엔 잘 안 잡지만, 기타를 꽤 오랫동안 연주했어요. 원체 감각이 민감한 편이라, 음악 듣는 걸 엄청 좋아했던 탓도 있죠. 학원에서 두어달 배우고, 이후로는 쭉 독학이었죠. 어렸을 땐 교회에 나갔었는데, 예배팀에서 일렉기타 연주자로 활동하기도 했었고요. 펜더 기타에, 꾹꾹이들을 조합해서 만든 이펙터 풀세트를 가지고 있었어요. 기타는 한대만 남겨두고 다 팔았지만, 이펙터는 아직 곱게 잘 모셔두고 있답니다. 사실 악기를 하고 밴드에서 연주하면서, 음악에 대해 생각보다 깊게 연구하고 공부했었고, 그 때 배웠던 음악적 센스를 영상작업에 녹여내고 있어요. 배경음악 선택이라든지, 템포에 맞춰 장면이 넘어간다는지 하는 기본적인 부분부터, 각종 사운드에 이펙터를 어떻게 걸면 어떤 아웃풋이 나오는지까지 경험을 통해 알고 있으니 영상 만지기가 정말 편하더라고요. 뭐든지, 배워두면 응용이 어떻게든 되는 것 같아요. 



5. 글쓰기


제가 글을 잘 쓰는 건, 유전자와 환경 양쪽에서 쌍버프를 받은 탓이예요. 대일학원 국어과 스타강사 출신이신 할아버지를 두었으니 말이죠. 어떻게 보면 치트키라고 해도 될 것 같네요.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셔서, 어렸을 때 낮에는 늘 할아버지 댁에서 지냈던 것부터가 도움이 많이 되었던 것 같아요. 손수 교재를 만들어서 한자를 가르쳐 주셨고, 서재에는 책이 가득했죠. 할머님은 드라마 시간을 빼면 내내 YTN을 틀어놓고 계셨고요. 어른이 되어 브런치나 블로그에 글을 올리기 시작할 무렵에, 올라가는 글을 하나하나 읽어주시고 맞춤법과 문법을 하나하나 교정해주셨어요. 덕분에, 지금은 띄어쓰기 검사기가 오른손 엄지에 탑재되어 있어서, 필요한 때에 자동으로 스페이스바가 눌리는 마법이 일어난답니다. 



6. 디자인


두번째로 들어갔던 회사가 디자인사무소였어요. 친한 선생님이 대표로 계신 곳에서 인턴십을 했었죠. 폰트, 이미지 배치같은 편집 디자인의 기본부터 인쇄소와 협업해서 디자인 제품을 잘 뽑아내는 것까지 실무 프로세스의 기본을 다 배웠어요. 언제든지 전업으로 뛰어들 수 있는 사진만큼 잘 하는 건 아니지만, 광고소재를 만든다든지, 블로그 썸네일을 뽑는다든지, 명함이나 카달로그를 제작하는 것처럼, 제가 하는 거의 모든 일의 기본에 디자인이 깔려있어요. 많은 마케터들이 디자인을 못 해서, 숫자만 보고, 광고소재는 다른 사람에게 넘기는 경우가 많아요. 저는 디자인을 배워 둔 덕에, 광고소재 만드는 것부터 집행하고 숫자 분석하는 것까지 한 번에 해버릴 수 있죠. 



7. 사진


사실 지금 가지고 있는 재주 중에, 영어 다음으로 가장 오래된 게 사진이예요. 스튜디오를 운영하시는 작은아버지가 계셨고, 사진찍는 걸 좋아하시는 할아버지 덕분에 카메라라는 기계가 항상 친숙했어요.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어딘가 나갈 때마다 집에 있던 똑딱이를 들고 나가서 사진을 찍기 시작했고, 나중엔 사진을 메인으로 작업하고 돈을 벌었어요. 열아홉 살엔 LG디스플레이 해외봉사팀 사진취재기자로 한달간 캄보디아에 다녀왔고, 중앙일보와 LG디스플레이 홈페이지에 제가 찍은 사진이 올라갔어요. 그 해 겨울엔 직접 또래 사진작가들을 모아서 전시회를 열었죠. 지금은 전업 포토그래퍼가 아니지만, 하는 업무의 많은 부분이 사진과 연결되어 있고, 필요하면 언제든지 다시 전업으로 사진에 뛰어들 수 있어요. 제가 가진 가장 큰 보험 중 하나죠. 



8. 웹디자인/서버운영


지금 이 글이 올라간 블로그는 제가 서버와 DB 세팅부터, 세부적인 디자인까지 하나하나 직접 손댄 결과물입니다. 워드프레스 베이스고요. 사진과 디자인 작업을 하고, 그 결과물들을 예쁜 액자에 담아보고 싶어서 시작한 게 웹디자인이었어요. 네이버를 쓰자니 만질 수 있는게 너무 없었고, 티스토리가 조금 낫긴 했지만, 결국엔 모든 걸 하나하나 만질 수 있는 워드프레스로 넘어오게 되었답니다. 직접 세팅한 서버에 블로그를 얹어서 운영하게 되니, 아무런 제약 없이 제가 가진 온라인 공간을 활용할 수 있게 되었어요. 개인서버와 워드프레스를 뚜작거린지도 벌써 4년째라서, 이제는 블로그세팅과 호스팅을 서비스로도 판매하고 있어요. 요이 땅 하자마자 10분 안에 사이트 세팅이 끝나고, 기본 화면을 띄울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다른 재주들과 엮어놓기 참 좋은 재주이기도 하고, 부가가치를 만들어내기도 좋기 때문에, 배워두길 백 번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9. 영상


이미 전업 포토그래퍼로 충분히 먹고살만큼 사진을 잘 찍었기 때문에, 영상은 배우기 쉬웠어요. 카메라 운용, 구도, 무빙까지 늘 하던 거라서, 기본적인 부분이 하나도 다르지 않았거든요. 디지털 영상을 다루는 데에 있어 컴퓨터에 관련된 기술적인 부분이나, 카메라 자체의 기계적인 요소들도 전반적으로 다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저 영상을 예술/기술로만 접한 사람들보다 현업에 뛰어들 수 있는 적응기간이 훨씬 빨랐어요. 그리고, 영상은 글을 쓰는 것과 똑같은데, 글 쓰기의 순서와 리듬이 몸에 배어있었기 때문에, 영상의 구성 면에서도 이미 기본이 탄탄했죠. 그냥 취미삼아 영상 몇 개를 뚜작뚜작 만들었는데, 그게 잘 되어서 1인기업을 창업했고, 스타트업 마케터로 일하다, 퇴사하고 나와서 다시 제걸 하고 있어요. 영상은 제 커리어에 있어 큰 도약을 만들어 준, 고마운 재주예요. 



10. 마케팅


가장 늦게 배운 재주는 마케팅이랍니다. 얼마전에 퇴사한 스타트업에 들어가서 마케터로 일하며 많은 부분을 배웠어요. 광고 집행 규모가 굉장히 큰 회사였기 때문에, 재직하는 동안 수억원의 광고비를 직접 집행했고, 집행된 광고 소재의 90%이상은 모두 제가 만든 것들이었죠. 사진/디자인/영상/기술적 배경지식까지. 드래곤볼 네 개를 모아서 합성을 시키니까, 짠 하고 마케팅이 튀어나왔어요. 커넥팅 더 닷보다 드래곤볼 모아서 합성하기가 더 와닿는 표현이라고 생각해요. 뭐랄까, 3차전직같은 느낌이랄까요? 각각의 재주들이 모여 더하기가 아니라 제곱이 되어가는 걸 마케팅을 통해서 느꼈어요. 


뭐든, 하나씩 배워두면 쓸모가 있어요. 하나씩 배운 것들을 각각 남겨두지 않고 이리저리 다른 조합으로 묶어보면, 능력이 제곱이 되기도 하고요. 열 재주 가진 놈이 굶는다는 얘기도 있지만, 그건 정말 옛날 얘기라고 생각해요. 요즘처럼 불확실성이 커지는 때에, 열 재주로 100가지 조합을 만들어내는 것보다 유연하고 안정적인 것이 없다는 걸, 팬데믹 이후에 오히려 늘어가는 통장 잔고와, 새롭게 보이는 가능성들로 체감하고 있어요. 지금부터라도 보험 들듯이, 돈으로 바꿀 수 있는 재주를 배우고, 그것들을 이리저리 조합해보세요. 코로나 이후의 상황은 절대 이전과 같지 않을 거예요.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불확실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작금의 상황을 잘 타개할 수 있다면, 혼란이 지나간 안정기에는 훨씬 더 잘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사실이죠.


현대에 태어난 사람은 점점 늦게 늙고, 늦게 죽습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이 순간부터 50~80년 정도는 거뜬히 더 살아있을 가능성이 높아요. 또한, 당신이 지금 몇 살이든, 지금 돈으로 바꿔먹고 있는 그 재주를 20년 후에도 그대로 사용할 수 있을 가능성은 매우 적습니다. 시대는 빠르게 변할 것이고, 각각의 재주들은 시대에 따라 그 가치가 오르고 내릴 거니까요. 그러니, 당신이 배워야 할 것은 여러 재주를 잘 조합할 수 있는 능력과, 새 재주를 유연하게 배울 수 있는 말랑말랑한 마음가짐입니다. 벌써 늦었습니다. 빨리 시작하세요. 



 Johnny Kim 김재일
안녕하세요, 크리에이티브 마케터 김재일입니다:)

이메일 johnny@dreamstorysnap.com
오픈채팅 https://open.kakao.com/o/sy9Kio0b
Portfolio http://www.johnnyki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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