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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이한나무 Dec 08. 2021

극복 = 최고의 힐링

<Restart up>#7

© ChadoNihi, 출처 Pixabay


아무 거름 없이 흘려보내는 말을 적어 본다.


오늘의 특별한 생각이 있다. 


"인테리어는 종합예술과 같다"


 예술의 영역에 빗대어 인테리어를 이야기하는 것의 적절성 여부는 굳이 따지지 않는다. 인테리어 일을 배워보고자 시작했던 초반에도 문득 가졌던 생각이었다. 문들 오늘 다시 한번 느끼게 된 이유는 무엇이었는지를 집에 와 가만히 생각해 본다. 


 지난 약 3주간, 3~4개의 현장을 담당하게 되었고, 여전히 배울 것이 많아 잘 모르던 나는 매일 저녁 내일의 일을 점검하고, 미비한 일을 처리하고, 그렇게 처리하는 게 맞는지 스스로 의문을 품는 꿈을 꿔야 했고, 그렇게 맞이한 내일은 계획대로 진행된 적 없이 헤매기 일쑤였다. 왜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는가? 원래 인생이 그런 거라는 말은 너무 흔한 말, 나는 일개 직원이며 대장 형님의 지시 아래 동선을 수정해야만 하는 일들이 빈번했기 때문이다. 또한 지난 현장, 또 다른 현장, 현재의 현장 고객들로부터 전화를 받고 설명을 하고 의견을 청취해야 함에 보내는 시간이 꽤 많기 때문이다. 


 인테리어 업자가 아닌 이상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객의 입장이다. 나 또한 그랬던 적이 있으며 그 시절 나는 인테리어 업자를 사기꾼 동생쯤으로 생각했다. 현재 나는 인테리어 업체의 직원으로 이 직업의 고충과 어려움을 꽤 많이 이해하고 있다. 업자의 위치에서 고객을 이야기할 때 매우 드물게 한 번씩 쓰는 용어가 있다. 


'진상 - 무례한 말과 태도로 필요 이상의 요구를 하거나 억지를 부리는 행위, 또는 그런 사람'


표준국어사전에 등록되어 있는 단어는 아니나, 위와 같은 의미로 통용되는 이 단어에 딱 들어맞는 고객을 지난 기간 중에 만났고, 리모델링을 하면서 왜 리모델링을 했냐고 말하는 모순과 같은 순간을 많이 겪었다. 물론 담당인 나보다는 대장 형님이 훨씬 더 많은 스트레스를 받게 되었는데 그 끝은 그다지 아름답지 않게 끝날 듯하다. 


 오늘 마감을 한 현장이 있다. 마감을 하는 날엔 곧 현장일을 마무리하고 정리를 끝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만 자잘하게 손이 많이 가는 일들이 여기저기서 나타나며 공정 진행 중 미처 확인치 못해 수정을 하지 못한 하자의 부분을 발견하곤 한다. 수많은 공정과 그 디테일을 결코 다 알 수 없는 지금의 나는 현장을 오래 지켜보아야 무엇이 이상한가를 알 수 있으며, 질문해 볼 수 있고, 고칠 기회가 있는데 인테리어 업체 직원은 인테리어 현장의 실무를 해야 하기 때문에 느긋이 현장을 지켜보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마감 현장에는 늘 대장 형님이 함께 하는데 대장 형님의 눈에는 현장의 각 구석구석이 잘 보이는 듯하다. 고객이 인지하지 못할 만큼의 이상한 점은 아니나 인테리어 업자의 책무상 그리고 자존심상 그냥 넘어갈 수 없는 부분들이 있는데 몇 가지가 발견된 것이다. 


 그간 대장 형님의 전폭적 지지와 신뢰를 얻어왔던 터, 내가 발견치 못했던 부분, 당연히 조치되지 않은 부분에 대해 조금은 아쉬운 눈치였다. 사실 그간 많이 눈감아주고 오히려 더 격려해 주었던 걸 모르던 바가 아니었지만 뭔가 모를 자책감에 잠시 기분이 가라앉았다. 괜한 대장 형님 탓을 하고픈 마음이 일기도 했다. 그러나 탓을 하기 시작하면 그 끝은 보이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극복이 최고의 힐링이다"


"브랜드가 되어간다는 것"의 저자 강민호 작가의 표현이다. 


 나는 이 시기부터 지금까지처럼 매번 눈앞에 나타나는 장벽을 넘어뜨려 디딤돌로 삼아 앞으로 나아갈 극복을 위해 달리고 달릴 것이다. 


 가끔 힘들다는 느낌이 들면, 이렇게 또 글을 쓰면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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