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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지훈 Jihoon Rim Nov 23. 2024

구글을 쪼개야 한다고 주장한 미 법무부

미 법무부의 독점해소 방안-Proposed Final Judgement

우리나라에서 빅테크/플랫폼 기업을 규제하자는 주장이 나오면 반론으로 '유럽은 자기들의 빅테크 기업이 없어서 규제를 많이 해도 무방하니 하는 것이고, 미국은 자국 우선주위가 확실한데, 왜 우리 정부가 우리 기업을 죽이려고 하는가?'라는 관점이 종종 논의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실상을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미국이 자국 기업을 무조건 보호하고 있다고 얘기하긴 어렵습니다. 미국의 법무부(Department of Justice)와 공정거래위원회(Federal Trade Commission)는 구글, 애플, 아마존, 메타 등 빅테크 기업을 상대로 반독점 소송 전을 벌이고 있고, 부분적으로 승소를 하고 있어, 앞으로 큰 변화가 예상되고 있습니다. 


'민주당인 바이든 행정부가 빅테크 때리기를 한 것이고 이제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었으니 달라질 것이다'라는 주장도 가끔 보이는데요, 이것 역시 그렇게 간단치가 않습니다. 우선, 미 법무부가 구글은 독점이라는 소송을 제기한 것은 바이든이 아닌 트럼프 행정부 때였고 (2020년), FTC가 메타의 인스타그램, 왓츠앱 인수는 반독점 행위라고 소송을 제기한 것 역시 트럼프 행정부 때였습니다 (2020년). 트럼프 대통령이 빅테크 기업들에게 호의적이지 않기에 기조가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미국 언론의 예측들도 보이고요. 


하지만, 이런 논의들은 다 '각론'이라고 생각합니다. 핵심은 빅테크 기업들이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는지, 그리고 독점력을 이용하여 시장 경쟁을 저해했는지, 궁극적으로는 소비자들에게 (잠재적) 피해를 끼쳤는지를 논의하는 것이죠. 빅테크 기업들의 서비스로 인해 우리의 생활이 편리해졌기에 우리가 피해를 봤다고 상상하기는 어려운데요, '반경쟁적 행위'가 없었고, 그로 인해 새로운 혁신적인 기업이 어떤 좋은 서비스를 내놓았을지 우리가 모른다는 것 (counterfactual / but-for world)을 고려하면 아무 문제가 없다고 결론 내리는 것이 쉽지 않은 것이죠. 유통(distribution)을 장악하고 있는 빅테크 기업들로 인해 스타트업이 아무리 좋은 서비스를 만들어도 소비자에게 알릴 수 있는 '기회'를 갖지 못하고, 심지어 빅테크 기업이 해당 서비스를 베끼기까지 한다면 시장이 공정한지를 돌아볼 필요가 있는 것이죠. 


이런 관점에서 올해 8월에 나온 구글 검색은 불법 독점이라는 판결은 큰 의미가 있습니다. 대부분의 유저들이 너무나도 만족하며 사용하고 있는 구글이, 사회적 평판이 빅테크 기업 중 가장 좋기로 유명한 구글이 불법적 기업행위를 했다는 판결이었으니까요. 미 연방법원은 구글의 독점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제출하라고 명했는데요, 미 법무부가 이틀 전 해당 문서(Proposed Final Judgement)를 제출하면서 미국에선 다시 빅 테크 규제에 대한 큰 논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미 법무부가 제안한 내용들은 제가 예상했던 것보다 강도가 높습니다. 어쩌면 법원이 모든 것을 들어주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을 하고 전방위적으로 나온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어찌 되었든, 핵심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1. 구글은 제3자에게 '대가'를 제공하면서 구글의 검색엔진을 '디폴트'로 하는 계약을 체결하면 안 된다. 


2. 구글은 '자사우대(Self-Preferencing)' 행위를 가능케 하는 제품들을 소유하지 말아야 하며, 소유한다면 통제 당해야 한다. 우선 검색 유입량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브라우저 '크롬'을 매각(divest) 해야 한다. 또한, 운영체제인 '안드로이드'의 경우 자사우대를 하지 않아야 하고,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이 또한 매각해야 한다. 


3. 소유권과 별개로 구글은 각종 서비스를 이용하여 '자사우대' 행위를 하지 않아야 한다.


4. 공정한 경쟁환경을 복원하기 위해 구글은 '검색어 데이터' 및 '검색 광고 데이터'를 외부에 제공해야 한다. 다시 말해, 유저들이 입력한 검색 데이터는 검색 품질을 향상하는데 큰 역할을 하는데, 구글은 그것을 독점소유하면 안 된다. 


5. 구글은 광고주들이 합리적인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도록 검색광고에 대한 실시간 효과 (real-time performance) 정보를 제공해야 하고, 광고주들이 더 많은 권한과 옵션을 줘야 한다. 


6. 구글은 유통(distribution)을 장악하고 있는 현재의 독점적 지위를 원상태로 돌려놓아야 한다 (undo). 크롬을 매각해야 하고, 삼성 단말기, 사파리 및 파이어폭스 브라우저 등과 맺은 디폴트 계약을 종료해야 한다. 애플과 맺은 검색엔진 디폴트 계약 역시 종료해야 한다. 


7. 이 모든 것들이 잘 지켜지는지 법무부는 모니터링을 해야 하고, 구글은 법무부를 지원하는 내부통제 오피서(Compliance Officer)를 선임하고, 기술위원회(Technical Committee)를 설치해야 한다.


이 분야에 관심 있으신 분들은 미 법무부가 공개한 23페이지 분량의 독점해소방안을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아래 링크)

https://storage.courtlistener.com/recap/gov.uscourts.dcd.223205/gov.uscourts.dcd.223205.1062.0.pdf


물론, 구글은 법무부의 방안이 소비자들에게 피해가 갈 것이라며 바로 반박문을 올렸습니다. 

https://blog.google/outreach-initiatives/public-policy/doj-search-remedies-nov-2024/



P.S. 제가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또 미 FTC와 일을 함께 하면서 독점과 경쟁에 대한 생각이 좀 바뀌었는데요, 


-빅테크 서비스에 소비자들이 만족한다면 문제가 없는 것인지?

-유통을 장악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유통이 장악되면 공정한 경쟁이 일어날 수 있는지? 경쟁이 저해되면 혁신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혁신이 저하되면 궁극적으로 소비자에게 어떤 잠재적 피해가 생기는 것인지? 독점이 없는 세상(counterfactual / but-for world)을 논의하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빅테크/플랫폼 기업은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혁신적인 서비스와 단순중개는 다른지? 단순중개는 부가가치를 창출하는지? 빅테크의 혁신적인 서비스들을 어떻게 촉진시킬 수 있는지?


등 답해야 하는 질문들이 너무나도 많더라고요. 제가 이 분야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사회에 큰 의미가 있는 주제라고 생각되는 만큼 관심을 갖고 계속 공부를 해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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