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은 어떠한 경험을 하였는가?
저와 같은 '길치'가 사막에서 길을 잃는 다면 정말 큰일 나겠죠?
인생에서 실패한 경험을 바탕으로 삶의 신념을 가지면 살아가는데 온통 가시밭길 밖에 없을 겁니다.
길치라는 치명적인 약점을 가지고 살아가는데 상당히 어렵고 피곤하더라고요.
저처럼 오른쪽, 왼쪽 방향 감각부터 헷갈리는 유형이 분명히 어딘가에 있을 겁니다.
20살부터 자차를 가지고 운전을 시작한 저여도 내비게이션 따위 길치에겐 무용지물입니다.
그런 길치인 제가 한국도 아닌 해외에서 홀로 뚝 떨어진 적 있었습니다.
20년 전, 핸드폰 인터넷도 안 되는 시기
해외에 17시간 이상 체류해서 가야 하는 멕시코 공연에 혼자 떨어져 가야 하는 상황이었죠.
해외 무용 사절단 단원들은 직항으로 가는 비행기를 탔는데 저만 3번의 비행기를 타고 국가를 경유해야 했죠.
20살~21살인 저에게 남미 쪽 나라에 아시아인은 좀처럼 볼 수 없던 그 시대에 나 홀로 공항에 떨어져 무용 의상과 악기를 들고 여러 국가를 경유해서 가야 하는 건 큰 결심과 각오가 필요하는 부분이었겠죠.
대장부 같은 은사님께서 평소 걱정 따위는 모르시는데 그날만큼은 어린 저 혼자 떠나보내시면서 무척 불안해하셨어요.
저희 부모님 심정이야 말할 것도 없지요.
결론은 무사히 멕시코까지 잘 도착했습니다.
아기가 걸음마를 배울 때 평균 2000번을 넘어지고 엉덩방아를 찍는다고 합니다.
우리 모두 아기 때 오롯이 걷기 위해 2000번의 집중과 몰입, 열정을 다한 성공 & 성취의 경험이 잠재되어 있습니다.
지금처럼 잘 걷기 위해 2000번이라는 노력을 성인이 된 지금, 해본 기억이 나시나요?
우리는 아마 태어나 걸음마하는 시기, 9개월 때보다 못한 노력과 열정으로
현재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어릴 때 배운 세발자전거, 그렇게 혼자 수십 번, 셀 수 없이 넘어져서 배운 두 발 자전거, 그리고 롤러스케이트(인라인)
지금처럼 제대로 된 코치와 코칭의 개념이 없었던 그때...
스스로 무릎이 깨지도록 달리고 피나도록 넘어져서 깨우쳐서 배운 독학,
그것이 성공과 성취의 경험입니다.
그 경험 속에는 분명히 수없이 넘어지는 '실패'를 잊어서는 안 됩니다.
넘어지기 무서워했다면 자전거, 스케이트에 몸을 싣지 않았을 겁니다.
어릴 때는 넘어지는 것에 대해 결코 두려움이 없었습니다.
"뭐 어때? 다시 일어나면 되지!"
무의식 중에 반동적인 극복 마인드가 있었죠.
하지만 성인이 되어서 자전거를 배우려고 하면 시작도 전에 덜컥 겁부터 납니다.
"다치면 어떡하지? 못 타면 어떡하지?"
무의식 중에 실패의 경험을 읽고 있죠.
노력하지도 않고 도전하지 않고 멈추려고만 합니다.
왜 그럴까요?
무언가를 끊임없이 도전하고 배움을 멈추지 않는자들에게 꼭 성과를 바라고
결과물을 바랄 필요 없습니다.
실패할 수도 있고 잘 안될 수도 있어요.
꼭 무언가를 만들어내야 하는 강박에 스스로 시달릴 필요 없어요.
경험과 노력이 2000번을 딛고 일어선 9개월 아기 시절의 경험 속 기억처럼 몸은 알고 있습니다.
1999번 동안 실패하는 경험과 노력은 몸이 오롯이 읽고 있습니다.
경험과 노력은 축적되어 언젠가는 삶의 필요한 쓰임으로 요긴하게 쓰입니다.
지금 우리들이 살아가는 모든 것들의 자양분이 그동안 실패하고 부딪히고 도전하고 노력했던
모든 경험에서 나오는 것이죠.
그 경험이 꼭 성공해야만 나오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실패를 하더라도 거듭 연습하고 몸에 습득되고 열정적으로 몰입했던 그 경험이 더 크게 작용합니다.
우리 인생은 그 경험의 신념으로 현재 살아가는 것입니다.
될 수 있을까요?
할 수 있을까요?
이 물음은
시작도 전에 잘함에 대한 이기심이 앞서고
노력도 전에 마음만 앞서고
행동보다 말이 앞서는 거뿐입니다
넘어지면 어때?
실패하면 어때?
잘 안되면 어때?
못하면 어때?
그래도 좋습니다. 열렬히 노력하고 이 시간 집중하는 것에만 맹신하면 되니까요.
길치인 저는 사막을 걷는 것은 물론이고 배낭 하나만 매고 수개월을 다녔습니다.
국가를 경유하면서 비행기가 아닌 슬리핑 버스로 다니고 숙소 하나 찾는데 하루 반나절은 기본이었습니다.
엉뚱한 숙소, 엉뚱한 곳에 기다리는 것은 저의 전매특허였지만 오히려 그 경험이 제 배낭여행에 가장 큰 추억으로 남습니다.
길치인 저는 국토대장정, 자전거 종주도 했습니다.
길 찾기 필수인데도 저처럼 그냥 하는 겁니다.
쉬울 리가 있었겠습니까?
저는 이렇게 실패의 경험으로 이루어진 사람입니다.
경험의 다양성을 넓혀가고
그 속에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을 멈추지 않다 보면
어떠한 결과물이 나오게 됩니다.
그게 무엇이든요.
by. 글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