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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미 Jul 02. 2024

좋아하는 마음은 전염된다.

40대, 무에타이를 배워봤다.

분명 잠이 들기 전에는 ‘무에타이 이거, 생각보다 별거 아닌데?’ 했다. 그런데 이게 왠일? 아침에 몸을 일으키는데 허리도 아프고 팔도 아프고 등짝도 아프고 등등 아무튼 온 몸이 쑤셨다. 그래도 나의 본질은 수영인이지! 하며, 아침 9시에 수영장이 오픈하자마자 멋지게 접영부터 시작해 뺑뺑이를 돌았다. 그러나 한 6바퀴 돌고 나서는 불현듯, 오늘 하루를 무사히 보내기 위해서는 더 이상 수영을 해선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래, 오늘은 몸을 좀 사리자. 하루종일 좀 뒹굴다가 가볍게 점심을 먹고, 그리고 도장에 나가는 정도는 할 수 있겠지.


점심은 근사한 채식 레스토랑에서 했다. 바로 옆에 위치한 수도원의 스님들도 즐겨 찾는 깔끔한, 심지어 요리만 따지면 매우 고급스럽기까지 한 채식 레스토랑이었다. 두부 요리가 특히 고급스러운 맛이었고, 파타이와 쏨땀도 맛있었지만 특히 스프링롤은 눈이 확 뜨일 정도였다. 약간은 느끼할 수 있는 스프링롤의 맛을 톡 쏘는 특이한 맛의 채소가 잡아주었다. 다시 가서 또 먹고 싶네… 아무튼 흡족한 식사를 마치고 이제 가까운 커피숍에서 수다나 떨까 했는데, 그때부터 예상치 못한 치앙마이 투어가 시작되었다. 치앙마이를 아주 사랑하는 이 분은, 고작 올드타운 근처나 맴돌았을 뿐인 주제에 치앙마이는 벌써 네번째라며 큰소리치는 나를 데리고 진정한 치앙마이를 알려주고 싶었던 것 같다. 우선 근사한 호숫가 옆에 자리한 커피숍으로 이끌고 가 각종 과일이 사치스럽게 데코된 와플과 카푸치노를 멕인(?) 다음, 다시 치앙마이 대학의 저수지로 안내해 산책을 시키고, 쫄깃한 도우가 놀라운 빵집에서 빵을 사게 한 뒤, 다시 왕실에 제공하는 식자재를 판매하는 농산물 시장에 데려가 과일을 사게 했다. 어느덧 양손 가득 과일과 빵을 들고 얼떨떨한 기분으로 집으로 돌아오면서도 어디를 언제 가면 좋은지, 어디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어떻게 가는걸 추천하는지, 대형 마트는 어디에 있는지 등에 대해 얘기 해 주었다.


이 분이 나에게 이런 호의를 베풀 이유가 전혀 없는데, 정말 상냥하고 다정한 사람이구나, 감동하며 그렇지 못한 나를 잠시 돌아보았다….사실, 그보다 더 감동이었던 것은 이 분의 치앙마이에 대한 애정이었다. 그러니까, 내내 이 분이 치앙마이를 얼마나 사랑하는지가 느껴졌다. 그래서 막상 자연이란 그저 수렵과 채집, 혹은 등산이나 각종 액티비티를 위한 장소일 뿐인 나에게도 저수지의 풍경이 사뭇 아름답게 다가왔다. 그래서 이번 여행으로 치앙마이를 선택한 것은, 그저 가성비 좋고 넓은 수영장이 딸린 호텔이 있어서일 뿐인 나 조차도 왠지 치앙마이를 좀더 사랑하게 될 것만 같다.


어떤 사람이 무언가를 충만한 마음으로 좋아한다면, 그 마음은 전염이 된다. 그러고 보니 무에타이도 이 분이 좋아하는 마음이 전염되어 덩달아 관심을 갖게 된 것이 아니던가? 상냥한 마음 역시 전염이 된다. 그래서 오늘의 무에타이도 아주 상냥한 기분이 되어 즐겁게 마칠 수 있었다. 물론 오늘 따라 땀은 비오듯 하고… 물 한통을 원샷해도 나아지는 건 없었으며, 발바닥엔 물집이 생기고, 이놈의 발차기는 왜 그렇게도 헷갈렸는지 모르겠지만. 그런 나의 컨디션을 알아챈 우리 잘생긴 코치님이 적당히 봐 주신 덕분에 오늘도 무사히, 무에타이 2일차를 마무리 했다. 조금이라도 지쳐서 대충 할라 치면, 코치님은 오늘 엄청 많이 늘었다는 말과 함께 연신 엄지척을 시전했다. 결국 선생님을 실망시킬순 없다는 고정관념이 머릿속에 박혀있는 40대는 죽어라 더 팔을 휘두르고 발을 놀릴 수 밖에 없었다는 이야기다. 그러고도 칭찬을 받아 기뻤는지 (진짜로) 춤을 추며 집으로 돌아왔다는 그런 훈훈한 결말이 되시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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