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무에타이를 배워봤다.
샌드백을 (나름) 열심히 두드리다가 문득 든 생각이었다. 이걸로 국가 대표라도 될 거냐고… 살면서 샌드백이란 것을 직접 대면한 것은 오늘이 처음이었고, 오늘은 무에타이라는 것을 배운 첫날이기도 했다. 배우기 전에는 내 체력과 무릎인대, 고관절의 윤활액 따위를 걱정했건만, 정작 문제가 된 것은 기억력이었다. 이놈의 스텝이란 걸 왜 한꺼번에 네개나 가르쳐 줘 가지고 안그래도 녹슨 두뇌를 괴롭히게 만드는가 말이다. 나와 같이 배운 젊은이(라기보단 애송이)는 곧잘 따라하는데 나만 어떻게 해 봐도 마냥 공중을 허우적대는 것 같다. 분하다…
생각해 보니 뭘 배울때 금세 조급해 하곤 했는데 가장 최근에는 접영을 배우느라 그랬다. 애초에 자유형, 배영, 평형까지는 어릴적에 눈치로 대충 배운 가락이 있어서 곧잘 따라했는데 접영을 배울때가 되니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아니, 이런 괴상한 영법은 도대체 누가 개발한거냐고! 속으로 욕하며 몇달간 아무리 죽어가는 물고기가 마지막 발버둥을 치듯 버둥거려 보았지만 제대로 되지가 않았다. 어찌나 화가 나고 답답했던지 접영을 하면서 내내 분통을 터트렸던 것 같다. 그런 나에게 절친이 자기도 들은 말이라며 해 준 한마디가 번쩍 정신을 차리게 했다.
“어휴, 국가대표가 되려고 하는 줄은 몰랐네.”
그래…. 내가 이걸 배워서 무슨 무림의 고수가 되겠다는 것도 아니고. 그저 흉내나 좀 내 보고 뭐, 그러겠다는 건데. 근데 무림의 고수가 되고 싶기도 한데 너무 늦었을까? 아냐아냐, 또 이러다 지레 지쳐 나가 떨어지지 말자. 아무튼 지금은 내가 치앙마이에 있는 동안 꾸준히. 어쩌면 하루 이틀 빼먹을지라도 그저 ‘계속’ 하는 것이 목표다. 그리고 겉보기와 달리, 무에타이 도장의 분위기는 생각보다 화기애애했다. 딱히 막 친근하고 그렇진 않았는데도 혼자 뭔가 너무 즐거워서 계속 웃음이 났다. 그러니, 그 어떤 일일투어나 액티비티 보다 더 잘한 선택인 것은 확실하다. 역시 잘했다. 용기내어 시작하길 잘했어. 칭찬해 나 자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