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 냉정하게 수군의 강점에 집중하다
요즘 2~40대에게 가장 큰 병폐가 있다면 무엇일까? 그것은 남을 따라 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또한 남을 따라 할 때는 최선의 노력을 다하지만 혼자만의 길을 가라고 하면 바로 헤매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서 20대에게 요즘 가장 고통을 주는 것은 스펙 쌓기다. 토익은 몇점, 봉사활동은 몇 가지, 해외연수 경험, 인턴경험 등등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가득 채우기 위해서 엄청난 노력을 다한다. 그런데 가끔 대학교에서 초청이 와서 강의나 상담을 나가 보면 놀라운 상황이 자주 발생된다.
이력서의 앞장(일명 스펙)은 좋은데 뒷장(자기소개서)을 읽어 보면 대부분이 천편일률적이다. 해외연수 갔다 온 이야기, 동아리 임원으로 행사를 성공시킨 이야기 등등 대부분 차별화가 없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간단한 질문을 자주 한다. “어떤 일을 하고 싶으세요?” 라고… 그런데 이 말에 자신감 있게 대답한 사람이 전체의 10%가 넘지 않는다면 여러분은 믿겠는가? 사실이다.
또 이런 질문을 해 본다. 공모전에 응시하는데 보통 얼마나 걸리고 수상했을 때 얼마를 받게 되냐고 물으면 대부분 1개월 정도 열심히 준비를 하고 100만원 정도를 받게 된다고 답한다. 그러면 또 이렇게 묻는다.
그럼 이 자기소개서는 얼마나 썼나요?
이것이 합격되면 얼마를 받는지요?
이렇게 물으면 대부분 얼굴이 빨개지는 경우가 많다. 몇일 쓰지도 않았고 합격하면 공모전의 수십배에 이르는 수천만원의 연봉을 받는다. 그런데 범위가 정해지지 않으니 어찌할 줄 모른다. 범위가 정해진 대학공부, 공모전은 엄청난 시간을 쏟아 붇는데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 살아온 스토리, 입사후 포부 등을 밝혀야 하는 특별히 정해진 길이 없는 곳을 갈 때는 어찌할 줄 모르는 모습들이 현재를 사는 우리들의 병폐가 아닐까 싶다. 얼마전 뉴스에 요즘 기업들이 스펙을 안 보고 사람을 뽑는 것이 확대되니까 더 어쩔 줄 모른다는 보도를 보고 씁쓸한 생각이 들었다.
이런 현상은 30대에서 40대에 이르러도 똑 같은 것 같다. 몰입이 안 되는 일을 선택한 사람들, 자신만의 차별화된 역량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들, 그냥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 등등
400년전을 살았던 이순신 장군은 어땠을까? 임진왜란이 발발하고 파죽지세로 북상하는 일본군을 보면서 이순신 장군은 지루할 만큼 출전을 안 했다. 원균이 군사도 없이 도와 달라고 해도 상부의 명령이 있어야 출전이 가능하다고 거절한다. 나중에 조정에서 이순신 장군을 벌주려고 할 때 이 때의 상황이 나쁘게 활용이 되었다. 실록을 보면 이순신은 겁쟁이고 녹도 만호 정운이 칼을 뽑고 출전하라고 하자 마지 못해 출전한 것으로 선조와 대신들 사이에서 이야기가 되고 있다. 이순신 장군을 시기하고 찍어내려는 누군가 이런 메시지를 만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총탄이 어깨를 관통해도 눈 하나 꿈쩍하지 않았던 장군이 무서워서 그랬을 리는 없을 것 같고 왜 그랬을까? 필자는 오랫동안 이 부분을 고민을 해 보았다. 이순신 장군의 성격과 냉철한 판단능력을 볼 때 가진 것이 얼마 없었던 이순신 장군의 수군이 이길 수 있는 필승의 전략을 계속 고민하고 있지 않았을까 한다.
1년 이상 류성룡의 도움을 받아 일본의 정세나 전략을 연구하고, 함포전이 가능하도록 준비하고 수군을 훈련시켰다 하더라도 미지의 적에게 이길 수 있으리라는 보장은 없는 것이다. 붙어 보기 전에는 정확히 알 수 없다. 얼마나 신중했는지 준비에 준비를 거듭해 첫 출전한 옥포해전에서는 전투전에 “가볍게 움직이지 말고 침착하고 태산 같이 신중하게 행동하라.”는 당부를 한다.
임진년에 조선수군이 옥포, 당포, 한산해전, 부산해전 등 혁혁한 전공을 거두자 일본군은 성에 들어가 숨어 이순신과는 일절 싸움에 응하지 않았다. 장군이 아무리 싸우려고 해도 바다로 적들이 오지 않으니 싸울 수 없었는데 이것이 조정의 무능한 왕과 관료들에게는 또 하나의 먹이가 되어 이순신이 싸우라는 명령을 듣지 않는다고 계속 장군을 벌주라는 논의가 몇 년 동안 이어졌다. 그래도 답답할 만큼 자신의 자리를 말없이 지키는 장군. 실록을 읽는 내내 답답함을 금할 수 없었다.
결국 파직을 당하고 원균이 삼도수군통제사직을 맡게 되고 얼마 후 조선수군의 대부분이 칠천량 해전에서 대부분 수장되고 말았다. 깜짝 놀란 조정은 장군을 다시 삼도수군통제사로 앉혔으나 2천리를 돌고 돌아서 겨우 모은 것이 배 12척과 얼마 남지 않은 수군들이었다. 이 때 조정에서 싸움이 안 될 줄 알고 육군에 붙으라고 할 때 장군은 그래도 수군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피력하면서 자신의 전문분야에 집중한다. 그래서 역사에 길이 남을 13척대 200척의 전투에서 승리를 하게 된다.
이순신 장군의 성공요인중에 가장 두드러진 것이 어설픈 자기과신 없이 냉정하게 강점에만 집중했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작은 승리를 경험하면 자신이 왜 승리했는지도 모르면서 다른 것도 잘 할 거라는 착각을 하게 된다. 비즈니스 환경에서는 젊을 때 성공한 사장이 자신이 왜 성공했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다른 분야로 어설프게 영역을 확대했다가 회사가 망한 경우를 자주 보게 된다. 장군의 사례를 보면 겁이 많아서 배만 타고 다녔다고 나쁘게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과연 그럴까?
실전에서 단련된 일본군의 전투력은 가히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 일본군 장수 ‘와키사카 야스하루’가 이끄는 1,600명 정도 되는 특공대로 용인전투 5만명의 조선군을 풍지박살을 낼 정도로 강력했다. 그런데 아이러니 하게도 이 멋진 승리를 거둔 와키사카가 한산도 해전의 주장으로 일본 수군의 대부분을 수장시키고 이순신 장군에게 대패하여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던 것을 볼 때 자신만의 강점이 있는 전장(분야)에서 뛰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느끼게 된다. 이순신 장군과 조정의 왕과 대신의 차이점은 왜 성공했는지 왜 실패했는지를 정확히 아는 데에서 비롯되지 않았을까 한다.
여러분은 어떠한가? 자신만의 차별화된 강점과 약점을 잘 알고 있는가? 자신이 정말 몰입하고 잘 할 수 있는 일을 선택하였는가? 또한 그를 위해서 꾸준히 차근 차근 준비를 해 나가고 있는가? 모든 것을 잘 하는 사람은 없다. “당신은 무엇을 잘 하세요?” 라고 누가 물었을 때 즉각 답을 할 수 있는가가 정말 중요한 시절이 되었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최소 한 분야를 10년이상 깊이 있게 파 보아야 될 것 같다.
한 분야를 10년이상 파보게 되면 다른 사람들이 상상할 수 없는 깊이 있는 역량을 얻게 된다. 하나를 깊게 파 보았던 사람은 유관 분야까지 깊이 있는 영역을 확장할 수 있다. 다만 그냥 일하는 것이 아닌 즐겁게 몰입하는 상태로 관련된 다양한 정보를 책이나 다양한 자료로 확보해 흡수하면서 일하는 것이 중요하다.
당신이 싸울 전장은 어디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스스로 내릴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