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 전략과 운영의 절묘한 조화로 10배의 적을 물리치다
수많은 사람들이 13척으로 133~200여척을 이긴 명량해전을 기적이라고 말한다. 도저히 이순신 장군이 아니면 할 수 없을 것 같은 마술 같은 일이라고만 생각한다. 하지만 후손인 우리는 막연하게 그 분이 잘 했다는 것만을 기억하기 보다는 그런 일이 가능하게 하는 원리를 탐구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필자는 부족하지만 장기간 동안 이 부분을 연구를 해 보았는데 근대에 과학적으로 분석한 법칙 등을 활용하여서 몇 가지 승리요인을 분석해 보았다. 이 분석을 해 보면서 몇 가지 새로운 개념을 도출할 수 있었는데 이 부분을 독자들과 공유해 보고 싶다.
1. 동일시간, 동일공간 내에 많은 에너지를 집중하면 승리한다
예전에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을 하면서 마린을 100명 정도 만들어서 적진을 클릭하여 보내고 나는 계속 마린이라는 병사를 만들어 끊임없이 보내면 이기지 않을까 생각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일렬로 공격해 들어가던 병사는 길목에 모여있는 질럿, 럴커들에게 순식간에 당하는 것을 보았다.
게임을 하다가 이순신 장군의 명랑해전이 떠올랐다. 아... 이랬었겠구나. 명랑이라는 좁은 길목은 동시에 지나 다닐 수 있는 배가 10여척 밖에 안 되고 그것을 일렬로 쭉 배을 띄워 지킨다면 숫자의 차이가 커도 실제 동일한 시간에 동일한 공간에서 접촉하는 면에서는 동일한 병력수가 싸우게 된다는 것을 이해한 것이다.
영화 300을 보아도 길목을 지키는 병사들의 에너지가 상대방보다 강하다면 수십만의 적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럼 이것은 어떤 원리일까? 전략의 개념을 과학적으로 가장 잘 설명하고 있는 대표적인 이론으로는 '란체스터의 법칙'이 있다. 영국의 항공학자 란체스터는 1,2차 세계대전의 공중전 결과를 분석하면서, 전투 당사자의 원래 전력 차이가 결국 전투의 승패는 물론이고 그 전력 격차를 더욱 크게 만든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다. 예를 들어 동일한 역량을 가진 아군전투기 5대와 적군전투기 5대가 붙었다고 해보자. 아군전투기가 이리 저리 움직이며 전의 전투기 2대를 분산시켜 따돌리고 우선 아군전투기 5대와 적군전투기 3대가 붙었다고 가정해보자. 과연 이 싸움에서 아군전투기는 몇 대가 살아남을 수 있을까?
단순한 계산식으로 보면 아군전투기 2(5-3)대가 살아남는다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란체스터의 법칙에 의하면 √(m²-n²)=O의 공식이 성립한다고 한다.(m은 많은수, n은 적은수, O는 살아남은 수) 쉽게 말하면 전력상 차이가 있는 양자가 전투를 벌인다면, 원래 전력 차이의 제곱만큼 그 전력 격차가 더 커지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계산공식에 위의 상황을 대입해보면 결국 √(52-32)=√(25-9)=4대가 살아남는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다. 그렇다면 다시 남은 적전투기 2대와 아군전투기 4대가 붙으면 어떻게 될까?
마찬가지로 √(42-22)=√(16-4)=약3.4대가 살아남는다는 결론이 나온다. 물론 이것은 확률적인 결과이지만, 이 공식대로라면 전력의 차이가 2배가 되면 아군전투기는 거의 상하지 않고 적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전략이다. 이러한 결과만으로 보면 전략은 일종의 수 계산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순신 장군의 명량해전에 이런 공식을 대입해 본다면 이순신 장군이 아예 운을 따른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조선수군의 판옥선은 배의 높이가 높고 여러개의 대포를 장착할 수가 있어서 일본군의 배보다 2배 이상의 화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대부분의 의견이다.
이러한 배로 좁은 길목에서 일본군보다 전투력이 2배가 높은 조선의 배가 일렬로 서서 에너지를 집중시킨다면 적의 배가 200대라고 할지라도 전투하는 공간에는 적선이 동시에 10여척 밖에 올 수 밖에 없으므로 동일 시.공간에서의 높은 에너지 투입으로 승리를 취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의 현실에서도 음식전문점 같은 것이 이런 좋은 사례가 아닐까 한다. 대형음식점 같이 골고루 잘 할 수는 없지만 한 음식분야에 집중해서 한가지 메뉴로 승부를 해서 해당 분야에서는 승리를 쟁취하는 것과 같다. 취업 때도 자신의 강점에 집중해서 확실한 강점을 하나 가지고 있는 사람이 어설프게 적당한 강점을 가진 사람들보다 취업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정리를 해보면 동일 시간, 동일 공간에 더 많은 에너지를 집중하는 것이 전략의 가장 중요한 핵심이 아닐까 한다.
2. 세심한 운영(동기부여/냉정한 상황파악/임기응변)이 승리의 필수 요건이다.
아무리 전략적인 부분이 훌륭하다고 해도 세밀한 부분에서 실수가 생긴다면 절대적인 숫자의 우위를 가진 일본군이 승리할 가능성이 높았을 것이다.
싸움 전날 이순신 장군은 필사즉생, 필생즉사(必死則生必生則死), 즉 죽으려고 하면 살 것이고, 살려면 죽을 것이다 라고 이야기를 하면서 장수들을 독려해 동기부여를 시켰다. 이렇게 어떤 중요한 일을 앞두고 구성원들을 동기부여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성공요인이 된다. 이순신 장군이 볼 때 가진 것이 없는 조선수군은 오직 죽음을 잊은 몰입만이 일말의 승리의 가능성을 가져 올 수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셨을 것 같다.
또 하나의 승리요인은 죽음의 두려움과 다양한 변수가 끊임이 없는 전장에서 이순신 장군의 원맨쇼 같은 임기응변은 승리를 쟁취하는데 매우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을 하였다. 필자가 근무했던 인터넷/게임서비스 분야를 보아도 서비스 오픈 이후의 고객과 밀접한 운영이 서비스의 성공에 매우 중요하게 작용을 한다.
이순신 장군은 실전경험이 별로 없이 멋진 그림만 그리는 전략가의 모습이 아닌 실제 운영에서도 최고의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명랑해전이 있었던 날에 기록한 난중일기를 보면 정보수집을 위한 특별부대를 운용하고, 솔선수범하여 선제공격을 하며, 겁먹은 장수와 병사들을 분발시키고, 위험에 처한 배를 직접 구하며, 적장 ‘마다시(구루시마 미치후사)’를 죽여 적의 사기를 꺽는 등 전천후의 전쟁운영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 싸움은 참으로 천행이었다.
장군은 일기에 천행이라고 적고 있다. 이순신 장군 조차도 천행이라고 할 정도로 어려운 싸움이었던 것 같다. 명랑해전의 승리요인을 종합해서 분석해 보면 뛰어난 전략과 운영 능력이 잘 조합이 되어 거둔 것이 아닐까 한다. 현대의 대부분의 조직도 전략의 방향성과 실제 운영능력이 잘 조화될 때 성공을 하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2013년도에 연재가 마감된 윤태호 작가의 웹툰 『미생』에 보면 이런 내용에 대한 명언이 나온다.
회사가 원하는 임원이란 구름 위를 기어오르는 자가 아닌 두 발을 굳게 땅에 딛고서도 별을 볼 수 있는 거인이었다.
독자 여러분도 항상 '시간-공간-에너지' 라는 전략의 원리와 세밀한 운영이라는 두 축을 항상 염두하고 업무를 추진하면 성공이 좀더 가까이 다가올 것이라 확신한다.
사진 : 영화 명량 포스터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