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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다코치 Feb 04. 2021

우리회사 양과장

8년차 양과장은 할 줄 아는 것이 없다. 

우리 회사 양과장은 창업 멤버이다. 

회사가 생기고 반년도 안되어서 들어왔으니 대략 창업멤버로 봐도 무방하겠다 싶어 공식적으로 창업멤버로 치고 있다. 

사실 명 수가 많지 않은 회사이고 지분이 딱히 배정되는 회사도 아니라 큰 의미는 없다.


양과장은 업무는 직원들의 '멘탈케어'이다. 

일 때문에 머리가 아플 때 잠시 일을 잊게해주고, 열받아 두통이 생길 때는 생각을 없애주는 역할도 하고

마음이 힘들 때는 마음의 평온을 찾아줄 때도 있다. 

대신 실질적으로 업무적인 부분에서는 아무 것도 할 줄 아는 것이 없다. 


결론은 양과장은 그냥 무위도식에 가까운 회사 생활을 하는 셈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벌써 8년째 이 회사를 다니고 있다. 

거기에 혼자도 아니고 입사 1년이 지나서는 본인의 딸까지 회사에 자리를 잡게했다. 

양과장의 딸 또한... 할 줄 아는 것이 없다. 

(양과장의 딸은 다른 곳으로 갔다 재작년에 재입사를 해 직급이 아직 주어지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이 둘은 우리 회사의 최고의 복지를 제공해주는 주인공이다. 

이 둘 때문에 입사 결정을 했다는 신입도 있을 판이니... 


그렇다. 이 둘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존재만으로도 충분하다. 

왜냐하면, 귀여움과 사랑스러움의 완전체라 불리우는 고양이이므로. 


앉아있는 아이가 양과장인 '양남이'이고 엎드려 있는 아이가 양과장의 딸 '삼순이'이다.


양남이인가? 삼순이인가? 
모든 자리가 다 지들 자리다. 근데 발은 좀 씻자... -- 


반려동물과는 1도 연관성이 없는 비지니스를 하는 회사에서 고양이 두 마리를 키운다는 건 흔한 일은 아니다. 모든 사람들이 고양이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니 누군가에게는 힘든 환경일 수도 있다. 

그래서, 우리 회사는 신규 직원 채용이 필요해 면접을 볼 때 꼭 물어보는 질문이 있다. 

'고양이 좋아하세요? 알러지는 없으세요? 두 마리가 함께 지내야 하는데 괜찮으세요?' 


나는 저 아이들이 있는 이 회사가 좋다. 

사무실 문을 열면 아침마다 야옹거리며 인사를 해주니 일단은 기분좋게 하루를 시작해서 좋다. 

출근 후 한 시간쯤 지나면 옆에와서 간식달라고 애교를 부리니 외롭지 않아서 좋다. 

머리가 아프로 마음이 지랄맞을 때는 해맑고 다양한 저 아이들의 얼굴만 봐도 마음이 평온해져서 좋다.  


규모가 너무 크지 않은 회사라면 반려동물을 함께 근무시키는 것을 권하고 싶다. 

직원 몇몇이라도 매일매일 잠시 일에서 벗어나 즐거움을 느끼는 순간을 맛볼 수 있다면 함께함으로써 필요한 수고로움은 충분히 가치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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