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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루 clou Apr 30. 2021

7화. 한국식 플리 바겐.

유권무죄 무권유죄.

잠깐 딴길로 샌다. 정치 얘기일수도, 아닐수도.  

어제 오랜만에 영화채널에서 해주는 <모범시민>을 봤다. 몇번을 봐도 질리지 않는 재밌는(?) 영화.

원제 <Law abiding citizen>. 준법시민 = 모범시민. 음 그래 맞지.ㅋ 

주연 '제라드 버틀러'(자칭 모범시민), 크~ 좋아하는 배우. '제이미 폭스'(검사), 크~ 연기 인정. 

사람들이 '제라드 버틀러'는 영화 <300>에 나오는 단순 무식 근육 '레오니다스 왕'으로만 인식하기 쉬운데, 

역설적으로 그는 변호사 출신 배우. 그래서 뭔가 거친 외모에서도 풍기는 묘한 지적 매력이 있다. 


영화는 미국의 플리바게닝을 꼬집는 이야기.

가족을 죽인 살인자가 플리바게닝을 통해 경미한 처벌을 받게 되자, 모범시민이었던 주인공이 준법하지 않고 판검사 무리들을 개무시하며 한 도시를 초토화시키는 내용.  

그런데 왜 우리는 모범시민에서 범죄자로 돌변한 주인공(제라드버틀러 = 한때 모범시민)에게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걸까. 왜 판검사들이 질질 끌려다니고 뒷북만 치고 있는데 꼴 좋~다는 생각이 들기도 할까. 심지어 반전 결말에 왜 씁쓸한 감정마저 드는걸까. 그게 감독의 의도인걸까. 

알고보면 둘다 악역이다. 악역의 순서만 바뀐것 뿐. 

영화의 재미는 디테일에 있으니 실망하지 말고 꼭 감상 추천한다. 


오늘 출근길에 한 기사를 봤는데, 고등래퍼 출신 노군의 폭행 사건이 '불기소 처분' 되었단다. 

그 녀석 2019년도 음주운전 사고에 운전자 바꿔치기까지한 혐의로 현재 집행유예 중 아니던가. 

법을 잘 몰라서 그러는데, 같은 범죄 유형이 아니라서 가중처벌이 되지 않는건가. 단순 합의를 한건가. 

아, 그의 아버지. 전 비대위원장에게 '홍준표 꼬붕'이라는 굴욕적 언사를 선물받은 분이지.

그래도 명색이 국회의원인데, 아들이 본인 아부지 국회의원이라며 피해자한테 돈 몇푼 줄테니 합의하자고까지 했는데 꼬붕이라는 표현은 좀 심하셨네. 뭐 근데 예전에 TV에서 보면 진짜 장난 아니던데, 틀린말은 아닌것 같긴 한데 또 모르지. 풉.

이러다 나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하는거 아녀? 아, 아닐거야. 영화에서 그러거든. 자백을 받기 위해 검사가 처음 심문을 하는데 모범시민이 대답하지.

"살인자를 죽이고 싶었냐고? Of course! 내가 보는 앞에서 가족이 죽임을 당했는데 그 누구라도 그러겠지."

"살인자를 죽이는 계획을 짰냐고? 당연하지! 하루에도 over and over 죽이는 상상을 계속 해왔지."

검사는 자백은 그걸로 됐다고 했지만, 그러나 그 말들 속에 모범시민이 '내가 죽였다'는 자백은 없었다. 

그래, '홍준표 꼬붕'은 내가 한 자백이 아니다. 나 또한 그렇게 느낀 것 뿐이지.


노군 폭행 사건과 더불어 비교적 최근의 정치인 자녀나 재벌가 손녀 및 연예인들의 마약 사건을 보고 있노라니, 이젠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넘어서 '유권무죄 무권유죄'라는 말이 더 공감 가는것 같다. 88년도에나 '유전무죄 무전유죄'란 외침이 크게 와닿았지. '지강헌'이나 '비지스의 홀리데이'를 지금 10대 20대는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물론 그렇다고 두 명제를 떼어놓을 순 없다. 

크게 보면 돈이 곧 권력이 되는 시대요, 권력이 돈이 되는 시대고.

돈없고 빽없는 일반인들이 동일한 범죄를 저질렀을때, 과연 그들과 똑같은 경미한 처벌을 받을 수 있을까.

나 역시 지인이 그렇게 돈없고 빽없음으로 인하여 꽤 긴 시간 반성해야 했던 일을 겪었다. 그때의 무기력감은 정말.    

어찌 보면 '사회통념'이라는 것이 참 씁쓸한 단어다. 사유 중의 하나인 그 사유로 많은 재벌가 정치가 범죄자들이 사면을 받고 풀려난다. 똑같은 범죄, 똑같은 반성인데 '사회통념'의 사전적 정의와 달리 돈과 권력에는 다른 해석이 붙나보다. 


요즘 들어 여러모로 '참 재밌는 나라다' 라고 생각했는데, 아 글쎄 이 말을 래퍼 노군이 먼저 써버렸네.

그래 이놈아. 

"참 재밌는 나라다."

근데 니가 할 말은 아니지 않니. 

수미쌍관식 배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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