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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루 clou May 01. 2021

8화. 중도의 길.

그 어려운걸 누가 해냅니까.

제목을 '중도의 길'로 정하고 누가 먼저 써본 말일까 검색해봤더니, 역시 불교쪽에서 많이 쓰는 얘기인 듯. 

중도(中道)라 함은 '어느쪽으로도 치우치지 않은 입장'이라는 다소 정치적인 의미와, 비슷하긴 하지만 '치우치지 않는 바른 도리'라는 불교적 용어로 중의적인 표현이다. (라떼 대학교때는 중앙도서관을 줄여서 '중도'로 불렀으니 삼중의적 표현인가.ㅎ)


재밌는 정치판 이야기니까 정치적으로 보자면, 중도의 길은 평탄해서 쉬운것 같아 보이지만 가면 갈수록 가장 어려운 길이다. 좌회전이나 우회전하면 러닝메이트도 많고, 옆에서 응원해주는 사람들도 많고, 뒤에서 밀어주는 사람들도 많은데, 한 눈 안팔고 오직 직진만 하겠다고 하면 오죽 졸리고 지루하지 않겠는가. 게다가 이건 내 편도 아니고 네 편도 아니다 보니, 대놓고 믿지를 못하는 거다. 그러니 정치판에서 편이 없으면 어려운거다. 편향이라는 말 자체도 결국 좌편향, 우편향은 있어도 중편향, 정편향은 없는 것 아닌가.           


우리는 그동안 '중도보수', '중도지향적인 진보'를 표방했던 정당들이 초반의 큰 꿈과는 달리, 끝내 지리멸렬하게 사라졌던 안타까운 광경을 보아왔다. 어떤 기기막힌 정책을 내놓아도 좌측에서 우편향적이라 욕을 먹고, 우측에서 좌편향적이라 욕을 먹는다. 그건 실제로 좋은 정책이 편향적이라 욕을 먹는게 아니라, 진보와 보수의 개떡같은 정당논리(?)에 의해 저격을 당하는 것이다. 

어제는 "와~ 중도정당에서 정말 괜찮은 정책이 나왔네요."라고 했던 정당이 오늘은 "그런데 말입니다. 좋긴 한데 과연 그 정책을 보편적으로 적용할 수 있을까란 의문이 들고요."라고 지껄이는 것이다. 풉. 

적어도 지금까지는 대한민국에서 중도의 길은 태생적으로 험난한 것이다.


그러므로 좌우파 내 중도적(?) 소신발언은 내부총질로 격하되고, 터부시되며, 반성문을 쓰게 하는 것이다. 아주 쥐똥만큼이라도 정당과 반대되거나 오히려 다른 이념에 부합한다거나 한다면 정말이지 열렬한 문자폭탄, 항의전화 따위를 각오해야 하는 것이다.    


“장사꾼도 신뢰가 중요하다. 공당이 문서로 규정했으면 그 약속을 지키는 게 맞다”

"정말 아프고 손실이 크더라도 기본적인 약속을 지키는 게 맞다, 공천하지 않는 게 맞다"

'지사의 1시간은 1380만 시간'이라는 이 시대의 선각자(?), 페이스북 놀이 좋아하는 경기도 지사의 4.7 재보궐 선거 무공천론 인터뷰 기사를 본 적이 있다. 흠, 고도의 전략인지 모르겠지만 뭔가 다르군.  

그런데 고작 이틀 뒤였다. 

“서울·부산시장 무공천을 주장한 바 없다. 어떤 현상에 대한 의견을 가지는 것과 이를 관철하기 위한 주장은 다르다.”

예라이~~~~~~~~~~~~~~. 시원하게 한번 웃는다. 푸하하하하하하하하. 웃기려고? 

뭔 도그소리야! 궤변론자야? 물론 의견과 주장은 다른데 MC가 재차 물어봤잖아. 의견을 반복해서 개진하면 주장이 될 수 있는거야. 뭐 당신도 '모범시민'처럼 직접 자백 안했다 이거야? 풉.

그래, '모범지사'도 저렇게 페이스북에 도그소리나 끄적이고 싶었겠냐고. 정당이 까라면 까야지. 암.  

대권주자 입장에서 모양 빠지게 사과는 못하겠고, 발뺌도 하려면 철학적으로 폼나게 해야지. 그치?


최근 '초선오적'의 발언들이나, 어제 기사에서 본 남양주 갑 조의원의 발언이 참 공감되고 와닿았는데.

"문파가 전 국민의 과반 이상이라면 그들 뜻을 따르는 게 국정운영이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다수의 뜻을 살피는 것이 대통령을 향한 국민의 지지를 담보하고 선거에 이기는 방법" 

솔직히 비슷한 생각이라 소름이 끼쳤다. 클루가 일찍이 <6화. 착각은 자유, 결과는 issue.>편에서 언급하지 않았나. 국민의 70% 이상이 지지하는 정당이라면 지지자들만 보고 가도 된다고, 어차피 10% 내외의 변수는 선거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그런데 아닌가보다. 나는 조의원같이 상식적인 생각을 가진 의원들이 많다면, 그 당은 절대 무너지지 않을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무섭기까지 했다. 그런데 진짜 아닌가보다. 

문 대통령 국정지지율인지 뭔지 30%도 깨졌다는 기사까지 나왔다. 당신들의 선택이 과연 옳은 길일까. 

당 대변인이자 안양시 이의원이 그랬다지.

"우리는 민주당 의원이다. 무소속이 아니다. 기어이 당원을 외면하자 한다면, 정당정치의 자격 없다." 

그래 맞는 말이야, 무소속 아니지. 그런데 당신들이 좋아하는 정당정치만 하다가 이 모양 이 꼴 난건데, 앞에선 민심을 되새기고 통렬히 반성한다면서, 속마음은 여전히 문파뿐이네? 그럼 민심이 아니라 문파심을 되새긴다고 했어야지. 그리고 만약 당원들이 대부분 맹목적인 광신도들이라도 그냥 믿고 가는거야? 누구 누구 맘에 안드는 놈 찍어서 쳐내라 하면 진짜 치겠네? 그 옛날 민주주의를 위해 온몸을 불사르고 치열하게 투신했던 모태를 가진 정당 아니었나. 당내 의견 수렴이 민주주의적이긴 한거야?

남양주 비엉 김의원은 여기 또 나오네. 으이구. ㅉㅉ.

KBS <최강시사> 인터뷰에서 "오히려 문자폭탄을 더 권장해야 한다. 의원은 국민 목소리와 당원 목소리를 계속 청취해야 한다. 소통 통로가 없고 끊겨 있기에 선택할 수 있는게 문자들." 

용민씨, 진짜 미친거 같아서 충고 한마디 할께요. 

문자폭탄 그거 국민 목소리 아니에요, 당신네 극성 지지자들이지. 소통 통로가 없으면 만들면 되잖아요. 내가 지난번에도 팁을 줬잖아요. 문자폭탄을 더 권장한다고요? 하..... 그래, 옜다. 문자폭탄 너 가져라. 할많하않.   


조의원 진짜 불쌍하다. 배신자로 낙인찍히고, 나가라 하니 그게 편하겠지만 책임있는 자세는 아니라 하고. 

참 대단한 양반이야. 그냥 '조금박해'는 중도의 길을 걷는게 어떠신지. 사견입니다. 죄송합니다. 그래도 응원합니다. 


정치는 편이 있어야 편하다. 4년동안 한쪽만 바라보고 주구장창 그쪽만 비판하면 되기 때문이다. 독고다이는 외롭기 마련이다. 그러나 절대다수의 편이 있다고 다 옳은게 아니듯, 소수의견이 다 틀린건 아니다. 양쪽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중도의 길은 그래서 더 중심을 잘 잡아야 한다. 이번만큼은 '중도'를 정치적으로 해석하지 않고, 불교적으로 해석하고 싶다. '어느쪽으로도 치우치지 않은 입장'을 넘어서 '치우치지 않는 바른 도리', 중도가 진정 바른 길이라고 믿고 싶다. 그 어느 정당이라도 부디 이념을 국민 위에 두지 말고, 국민을 이념에 초월한 존재로 생각해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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