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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루 clou May 28. 2021

11화. 조국의 시간, 아니 영화<베테랑> 명대사.

조국(?) 생각에 잠이 안옴.

요즘 한 두어달 째 <알바장>과 <정치판이 재밌는 이유>만 번갈아 쓰다보니, 스스로 뭔가 감성이 바짝 메말라가는 듯한 갈증을 느꼈다. 나 클루, 한때는 <사랑이 오니, 사랑뿐이더라.>는 사랑 얘기만 썼던 사랑꾼.ㅋ

슬펐다. 감정 한번 잡고 쓰려해도 영감이 떠오르지 않는다는 사실이. 아등바등 억지로 추억을 끄집어 내려해도, 비오는 날 일부러 센티해지려 해봐도 도무지 되는게 없었다. 그래, 글은 강제로 만들어내는게 아니지. 어서 빨리 머리를 띵! 하거나, 가슴을 팍! 해주길 기대해 본다.


책 한 권 홍보부터 하고 가야겠다. 공교롭게도 지난번 10화에서 <클루의 요즘 책방 : 책 읽어드립니다>를 주제로 <조국 어록>을 소개했는데, 그가 설마 진짜로(?) 책을 낼 줄이야. 그것도 자서전이란다.

조 전 장관의 자서전 <조국의 시간> , 절찬 판매 예정

오늘 기준으로 아직 발매하지 않았으니, 서평도 할 수 없다. 제목만 보고도 프리뷰 정도는 가능할라나.

그와는 별개로 역시 내 편, 네 편에서 벌써부터 각종 소감들이 쏟아져 나온다.


이낙연 - 참으로 가슴아프고 미안하다.

진중권 - 가지가지한다.

추미애 - <조국의 시간>은 우리의 이정표가 돼야 한다.

김웅 - 그러다 밤에 오줌 싼다.


어쩜 이렇게 각기 다른 재밌는 반응들일까.


사실 이번 검찰총장 후보자 청문회에서 벌어진 '내사랑 김 최고'가 벌인 촌극을 보고도 참았다. 글을 쓸 수 있었지만, 쓰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본 챕터 프롤로그에서 얘기했듯이 일개 클루가 <브런치>에 이토록 떠들어봐야 바뀔 사람들도 아닌데 계속 비판만 하기에도 살짝 지쳤다. 게다가 조 전 장관 얘기는 더더욱 쓰기 싫었다. "고마해라, 많이 묵으따 아이가." 그만큼 단골이었고, 미운 정도 들었으니 이제는 놓아주고 싶었는데, 이 시국에 책을 출간하다니.


지난번 <알바장>의 영화 <부당거래>에 이어 다시한번 공교롭게도 류승완 감독과 황정민 배우 콤비의 영화 <베테랑>을 빌리게 됐다. 솔직히 류 감독 스타일의 영화를 높이 평가하진 않는데, 어떻게 대부분 보긴 하는것 같다. 딴 건 몰라도 재미 하나는 보장되니까.

영화에서 가장 유명한 대사는 "어이가 없네." 이 외에도 인터넷에 베테랑 명대사를 검색하면 많이 나오지만, 내가 생각하는 영화 <베테랑> 최고의 명대사는 지금까지 소개된 명대사들과는 다르다. 정확한 전달을 위해 시나리오를 찾아봤다.

나는 서도철 형사(황정민)이 제 발로 자수하러 온 최 상무(유해진)에게 툭 까놓고 묻는 이야기야말로 영화의 주제를 관통하는 명대사라 생각한다.


"한 가지만 물읍시다. 조국 씨 혹은 민주당 씨. 당신이 생각해도 이상하지 않아? 미안합니다, 한마디 하면 될 일이 어떻게 이렇게 커질 수가 있지? 사회적으로 욕먹고 사는 거 당신들 익숙하잖아? 그런데 왜 이렇게 일을 벌려가면서 막는 거야?"


만약이라는 건 부질 없지만, 가끔 그런 생각을 해본다.

만약 논문, 표창장, 인턴 등 스펙 사태 국면에서 쿨하게 인정할 건 인정하고, 변명없이 "미안하다" "내 불찰이었다" 한 마디 했다면 어땠을까.

어쩌면 우리나라는 지금도 66대 법무부 장관이 여전히 직을 수행하고 있지 않았을까. 그게 아니라면 여당 최고의 대통령 후보로 떠오르지 않았을까. 그랬다면 야권 최고의 대통령 후보도 수면 아래 있었을테고.

끝까지 몰랐다, 그런 바 없다, 사실이 아니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로 일관하여 결국 검찰과 끝까지 대치한 결과가 이런 거였다면.   

 

만약 전 서울시장 성추문 사태 국면에서 민주당이 아주 교활한 조어 능력을 뽐내며 '피해호소인'이라는 단어를 탄생시키지만 않았어도, 다함께 힘을 모아 지속적인 언론플레이가 아닌 그저 피해자에게 다가가 "미안하다" "정말 미안하다" 한 마디 했다면 어땠을까.

어쩌면 서울은 기대해봐도 좋을 최초의 여성 시장을 보유하지 않았을까.

늦어도 너무 늦게 사과한 결과가 결국 예전에 중도하차한 실패한 시장을 다시 불러들인거였다면.


문제는 정부와 여당이 그렇게 당하면서도 조 전 장관과 박 전 시장을 놓아줄 마음이 일절 없다는 거다. 여전히 그를 공개적으로 위로하며 그의 검찰개혁을 계승하려는 사람들로 넘쳐나고, 피해자에게는 짐짓 미안해하면서도 여전히 그를 추모하는 사람들이 그의 정신을 기리려 한다.

그래서 한번 더 일을 벌이는 걸까.

기어이 촛불시민들께 이 책을 바친다는데, 그 촛불시민들은 조국수호를 외쳤던 서초동에 모인 시민들을 말하는 걸까. 아니면 박씨 일가의 탄핵을 위해 촛불을 들었던 시민들을 말하는 걸까.          


이제는 '조국 사태'도 이미 지긋해질만큼 오래전 얘기다. 최근 엄중낙연씨는 인터뷰에서 초선의원들의 '조국 사태' 대국민 사과 요구를 평가해달라는 진행자의 말에 렇게 답했다.

"어떤 의견도 나올 수 있는 것이니까요. 어떤 부분을 말씀하시는지 짐작은 가지만 균형있게 봤으면 좋겠다. 당시 검찰은 한 가정을 거의 소탕했지 않습니까? 그런문제도 빠뜨려선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이게 바로 당대표였던 자의 인식이고, 대부분 정치인들의 공유 인식이다. 단 한번도 깔끔하게 사과하는 법이 없다. 앞으로는 청년들의 상실감, 박탈감을 헤아린다면서 뒤로는 두루뭉술 물타기 수사법을 가지고 균형을 억지로 맞추는거다. 근데 그게 균형이 맞는 이야기긴 한거요?


"한 가지만 물읍시다. 엄중낙연씨. 당신이 생각해도 이상하지 않아? 미안합니다, 한마디 하면 될 일이 어떻게 이렇게 커질 수가 있지? 사회적으로 욕먹고 사는 거 당신들 익숙하잖아? 그런데 왜 이렇게 일을 벌려가면서 막는 거야?"


하.. 아무리 생각해도 류승완 감독의 혜안과 각본은 정말 인정해줘야 한다.

덧붙여, 서도철 형사의 마지막 대사를 내가 치고 싶다.


"니네 증말 나쁜 XX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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