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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루 clou Jun 03. 2021

12화. 조국과 균형감각.

그게 그게 아닌데, 그게 그거라고 믿는거니.

아 뭐 트릴로지 같은 시리즈물도 아닌데 자칫 오해할 수 있겠다. 3연속 조 전 장관 이야기만 쓰다보니 딱 욕먹기도 좋겠고. 그런데 우째? 계속 흥미로운 이야기가 쏟아져 나오는데.


'사공명주생중달(死公明走生仲達)'이라는 말이 있다. 삼국지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당연히 아는 내용인데, '죽은 공명이 산 중달을 이겼다'는 뜻으로 제갈량의 위대함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오늘 민주당 송대표의 '조국 사태' 사과를 접하고 나니 자연스레 떠오른 고사였다. 무슨 관계가 있냐고?

사공명주생중달(死公明走生仲達)

그의 오늘 표현을 잠시 빌리자면, '공직을 떠난 사인으로 검찰의 칼질에 도륙된 집안의 가장'이지만, 그는 일종의 정신적 지주로서 끝내 대선까지 민주당을 괴롭힐 것이다. 그렇게 보면 정말 위대한 사람이다. 정작 개인으로서는 아무것도 남은게 없는데, 지금까지도 거대여당에 이토록 지대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내공을 보라.


당내 충성파중에서도 나름 유명한 정청래 의원은 그의 저서 '조국의 시간'을 읽고 독후감을 쓰겠다고 했고(백일장 나가실듯), 김용민 최고는 전임 검찰총장의 대권을 위한 음모론을 제기했고, 김남국 의원은 당 사람도 아닌데 당이 사과할 필요는 없다고 했으며, 전 당대표나 전 총리는 저마다 심심한 위로를 보냈다. 반면, 대권 도전에 나선 박용진 의원은 지속적으로 '조국 사태'에 대한 당 차원의 입장 정리를 요구했고, 조응천 의원은 또다시 문자폭탄 세례를 받았으며, 송영길 대표는 분명 내부의 그런 팽팽한 기류를 알고서도 사과를 감행했다. 이른바 '조국발 분열'이다. 1년도 채 남지 않은 대선 정국에서 원팀으로 뭉쳐도 모자랄 판에 그들의 화학적 결합이 이루어 질 수 있을까. 회의적으로 본다. 

전자의 의원들이 조국을 포기할 수 있을까. 후자의 의원들이 과연 조국을 안고 가자고 할까.


한가지 더 흥미로웠던 점은 송 대표의 사과문에 있다. 옮겨본다. 

"조 전 장관 가족에 대한 검찰 수사 기준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가족비리와 검찰가족의 비리에 대해서도 동일하게 적용돼야 한다"

뭔가 기시감이 들지 않나. 기억을 오래 더듬어 볼 필요도 없다. 

불과 지난주 챕터 <11화. 조국의 시간, 아니 영화 베테랑 명대사>에서 엄중낙연씨의 인터뷰 기사를 소개한 적이 있다.  

"어떤 의견도 나올 수 있는 것이니까요. 어떤 부분을 말씀하시는지 짐작은 가지만 균형있게 봤으면 좋겠다. 당시 검찰은 한 가정을 거의 소탕했지 않습니까? 그런 문제도 빠뜨려선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어쩜 어쩜 이렇게 표현방식이 비슷한지. 

정녕 깔끔 담백 간단 명료한 사과는 들을 수 없는건지. 굳이 덕지덕지 붙이지 말고. 쫌!

하긴 '조국 사태'가 터졌을때 뭇 사람들의 많은 댓글을 보아왔다.

"그래서 나경원 아들 딸은?", "나경원도 조국만큼 털어보자.", "나경원도 검찰 조사 가즈아."

정치판의 흔한 '우리만 죽을 순 없다'는 논리겠지. 누가보면 나경원 장관 후보자 청문회 한 줄 알겠다. 


일찍이 독일의 사회학자이자 경제학자인 '막스 베버'는 정치인이 지녀야할 덕목의 하나로서 '균형감각'을 거론했다. 또한, 문 대통령은 취임 4주년 특별연설 후 기자 질의응답시간에 차기 대통령이 갖춰야할 덕목으로 '시대정신'과 '균형감각'을 언급했다.

막스 베버(1864-1920)

근데 이분들이 말하는 균형감각이란 위에서 말한 '물타기 균형'이 아니다. 

"우리만 그래? 너도 그랬잖아."

"나도 이렇게 당했는데, 너도 똑같이 당해야지."

"뭐 이것만 문제인가, 다른 것도 똑같이 문제잖아."

이런 유치한 균형을 말하는게 아니고, 막스 베버가 말했듯이 일종의 '거리감'을 말한다. 


현실을 냉정하게 관조하며, 좌우 메아리에 흔들리지 않고 최적의 현명한 판단을 내리는 것. 

    

정치인들은 부디 '균형감각'이라는 말을 가슴에 되새겨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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