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클루 clou May 12. 2022

20화. <벌거벗은 세계사>와 평등에 관한 마인드맵.

화요일 저녁 8시 40분, tvN에서 만나요! 

내가 정말 좋아하는 프로그램이다. 

'예능'으로 분류됐지만, '교양'프로그램으로 봐도 무방하다. 

세계사가 이렇게 재밌는 과목이었으면, 학교다닐때 더 열심히 할 껄.

물론 시청률에 매인 TV프로그램이다 보니, 주제가 다소 자극적인 면이 많다. 

그러면 어떠랴. 클루에겐 책보다 훨씬 재밌는데. 

책을 싫어해서 관련 지식을 아예 습득하지 않는 것보다, 이런 방식으로 지구상의 역사에 대해 단편적으로나마 알아가는게 더 낫지 않을까.

함정은 화요일 밤에 <강철부대>가 기다리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항상 <벌거벗은 세계사>는 절반 정도 시청하고 <강철부대>를 즐겨 본 후, 주말에 다시 재방송을 시청하여 두어번 정도 보게 된다. 더 좋은건가.ㅎ


이번 주는 '캄보디아의 킬링필드' 편이었다. 영화나 다큐로 자주 접했던 주제여서 익숙하기도 했다.

대량학살의 주범 '폴 포트'는 캄보디아 프놈펜에 입성하며, 250만명에 달하는 프놈펜 시민들을 전부 시골로 쫓아냈다고 한다. 프랑스 유학에서 공산주의에 심취했던 그는 완벽한 평등사회를 만들기 위해, 본인을 시작으로 국민들의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복장을 하나로 통일했고, 중국을 모델로 삼은 '초 대약진 운동'을 전개했으며, 중국의 실패를 배부른 국민들에게서 찾았기에 더욱 가혹한 정책을 폈다고 한다. 오직 농업, 농민만이 최선이라 집단농장(대약진 운동) 체제 속에서 학생, 지식인, 상공인, 기타 다른 부류의 사람들은 설 자리를 잃었다.

폴포트와 동일한 복장을 한 사람들

나는 문득 <벌거벗은 세계사>를 보다가 우리나라의 정치판이 생각났다.


평등은 좋은 말이다. 불평등이 안좋은 말이다. 

우리는 학교 다닐때부터 그렇게 자유와 평등의 가치에 대해 배워왔다. 

캄보디아의 '폴 포트'는 평등을 위해 사유재산을 인정하지 않았다. 중국의 대약진 운동 실패에서 언급했듯이, 사람들에게 관대하여 배가 부르고 부유해지면 다른 생각을 가지게 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런 자본처럼 배움과 지식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폴 포트'는 도시인들, 지식인들을 살려줘도 도움이 안되고, 죽여도 아무런 의미가 되지 못한다고 했다. 수도 프놈펜 시민들을 시골로 하루아침에 내쫓은 이유이기도 하다.       


엘리트주의는 불평등을 밑바탕에 깔고 간다.

자유와 평등을 배웠다면 근본적으로 우리가 지향해서는 안되고, 지양해야할 지표일지도 모른다.  

물론 엘리트주의를 평등의 반대 의미로 등치시킬 순 없다. 

그러나 어느 사회도 엘리트는 존재한다. '폴 포트' 그 자신도 결국 왕족의 핏줄로 프랑스 유학까지 다녀온 엘리트였으므로, 캄보디아를 통치할 기회를 얻었으리라.  


우리나라 사회 어떤 조직 내에도 현실적으로 엘리트는 존재한다.  

육해공군 사관학교가 삼사관학교나 ROTC보다,

경찰대 출신 경찰이 일반 경찰시험 출신 경찰보다, 

행정, 입법, 사법, 외무 고시 합격자가 7급 9급 공무원보다,

현실적인 엘리트들이다.  

만약 그들이 엘리트가 아니라면, 그들이 굳이 캠퍼스의 낭만을 못즐긴 채 장군으로 가는 지름길을 택할리가 없고, 굳이 연배많은 부하직원들 속 파출소장(지구대장)으로 시작할 리가 없고, 굳이 5급 공무원으로 점프하여 역시나 나이많은 선배들을 아래에 두고 불편하게 시작할 리가 없다.   

심지어 인서울 대학 출신은 지방대 출신보다 엘리트가 아닌데도, 정부나 기업 또는 결혼 시장에서도 우대를 받는다. 그러니까 부모들은 어떻게 해서든 자식들을 인서울로 보내고 싶다.

나는 인정한다. 엘리트주의는 아니지만, 엘리트로 가는 길을 막으면 안된다. 본성을 막으면 안되는 것이다.  


자사고, 특목고가 폐지된다. 모든 학생들이 똑같이 평등한 기회에서 차별없는 교육을 받으니 좋다. 그런데 폐지되면 실제로 모든 학생들이 평등하다고 느낄까. 과연 고교 서열화의 해소는 이루어질까. 자사고, 특목고를 들어가기 위해 행해졌던 사교육이 줄어들기는 할까.   


ROTC 출신 최초의 육군참모총장이 나왔다. 일종의 유리천장이 깨진 것이다. 50년간 한번도 놓치지 않았던 그 자리에 견고히 지배력을 다져왔던 육사 출신들에겐 대단한 충격이었을 거고, 학군단에게는 기념비적인 쾌거였겠다. 어찌 50년동안이나 늘 한결같이 육사 출신이 ROTC 출신에 비해 능력이 출중하다 말할 수 있겠는가. 그 반대의 경우도 많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셋은 이루어지지 않았던 셈이다. 그러니 소수 엘리트의 독점을 깨고 균형(평등)을 맞춰야 함을 본능적으로 느꼈을 거다.


인국공(인천국제공항공사) 사태는 조금은 다른 시각이지만 비슷한 맥락으로 볼 수도 있다. 취준생들이 가고싶어하는 공기업에 항상 상위권을 차지하는 인국공에 그동안 비정규직으로 근무했던 직원들의 대량 정규직 전환이 이루어졌다. 클루도 아주 오래전 인국공에 지원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서류에서 광탈하면서 그 높은 벽을 실감했던 바, 이곳은 소위 엘리트만이 가는 곳이구나 하고 입맛을 다셨던 추억이 있다. 아무튼 여러모로 정규직에 비해 서러웠을 비정규직, 그 비정규직의 제로 시대를 열기 위한, 시범케이스가 바로 인국공이라니. 그동안 인국공 취업 준비에 매진했던 사람들은 무척 허망했을 것이다.


가장 최근 이야기인 '검수완박'(검수완박이 틀린 용어라 하는데, 그래도 한번에 이해하기 쉬운 단어라 그냥 씀)도 마찬가지 아닐까. (법안 자체의 옳고그름은 나중에 기회가 되면 따져보겠다.)

검사들은 자타공인 엘리트다. 수사하고 기소하는 맛에 검사하는 사람도 있을 거고, 그 자체가 검사의 특권이라고 생각될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대부분의 수사권을 경찰에 넘기면서, 검사는 반쪽짜리 검찰직원이 된 기분일 것이다. 마침내 경찰과 검찰의 균형(평등)은 이루어질 수 있을까.      


아, 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모두가 별개인 이야기일 뿐이지만, 하나의 주제가 관통한다. '불평등은 나쁘다, 평등이 좋은거다.' 그렇게 평등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무척 애써왔다. 괜히 특출난 학교를 방치하여 학생들 간에 위화감을 조성할 필요도 없고, 콧대높은 엘리트 집단에 한방 먹이면서 '너희들은 그냥 다 똑같아'라고 말해줄 필요는 있고, 정규직이 될 수 없어 비교되는 절망적인 비정규직들에게 희망을 주는 감동스토리는 더할 나위가 없다. 누가 봐도 가진자의 혜택을 좀 줄이고, 못가진자의 혜택을 늘려서 균형을 맞추는게 조금 더 휴머니즘스럽지 않나. 거시적으로 능력이든 출신이든 따지지 말고, 평등하게 더불어 잘 살아보자. 뭐 이런 의미 아닐까.   


그런데 왜 난 공산주의자 '폴 포트'가 나오는 <벌거벗은 세계사>를 시청하다가, 갑자기 이런 생각이 난 것일까. 



매거진의 이전글 19화. 멸공과 스타벅스 커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