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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루 clou Jul 20. 2022

22화. 내로남불에서 나불남불까지.

정말 줘도 못먹니.

줄임말의 조상격인 '내로남불'이 언제부터 시작됐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예전부터 '내로남불'하면 인기리에 방영되어 시즌2를 맞이한 <사랑과 전쟁>을 자연스레 떠올리곤 했었다. 프로그램의 단골 주제였기 때문이다.


다시 보수 여당이 정권을 창출하기까지 수많은 변곡점들이 있었겠으나, 그 초라했던 시작에는 진보 여당에 아주 조그맣게 '내로남불'이 싹트고 있었다. 그러나 그 별것 아닐거 같던 '내로남불'은 어느새 정권교체의 마중물이 되어버렸다. ('마중물'은 정치인들이 솔선수범하겠다는 의미로 자주 애용하는 단어임)

더불어민주당을 부정평가할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키워드가 됐으며, 그 시작도 어쩌면 클루가 바로 이 챕터 <정치는 싫은데, 정치판이 재밌는 이유>를 처음 쓰기 시작한 즈음에 크게 벗어나진 않을테다. 돌아보면, 미약했던 '내로남불'의 영향력이 끝내 창대하게 힘을 발휘한 것이었다. 물론 시의적절(?)하게도, 덮어주고 잊을만 하면 거대여당에서는 끊임없이 '내로남불' 사건이 밖으로 터져버렸다.

운명은 그런 것이다. 박빙의 승부에서 그러한 단초 하나는 정당의 운명을 좌지우지할 만큼 대단한 것이었다.

조국 사건이 유야무야 됐더라면, LH사태가 터지지 않았다면, 수많은 부동산 제도를 희롱한 국회의원들의 해명이 불거지지 않았다면, 과연 정권이 교체될 수 있었을까.   


새로운 정부의 성공을 위한 밑바탕은 무엇일까.

새인물, 새계획, 새정치가 아니다.

정권을 박탈당한 당이 제공한 패배의 씨앗을 내 밭에 심지 않는 것이다. 쉽게 말해, 반면교사다.

내로남불 했다면, 내로남불하지 않는 것이다.

무능했다 생각하면, 유능하게 행동하는 것이다.

인사에 실패했다면, 최소한 인사로 욕먹지 않는 것이다.

박탈감을 주었다면, 반대로 희망을 줘야 하는 것이다.  

그토록 간단한 원리다, 이 바보들아!


그러나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의 전유물일 것만 같았던 '내로남불'이라는 키워드가 희미해졌는지도 모르겠다.

앞으로는 '나불남불' 시대가 도래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검찰 출신 인사가 과도하다는 의견에,

"과거에는 아주 민변 출신들이 도배를 하지 않았습니까."

전 정권 정치보복 수사 아니냐는 의견에,

"민주당 정부 때는 안했습니까."

여럿 장관 인사 검증이 부실하다는 의견에,

"전 정권 지명된 장관 중 이렇게 훌륭한 사람 봤어요? 다른 정권 때와 비교를 해보세요."

최근 대통령실의 사적 채용을 두고 논란이 일자, 여당 원내대표이자 당대표 직무대행이 내 한몸 바치어 꺼낸 말,

"내가 추천했다. 블라블라블라~~. 대통령실에 안넣었다 그래서 좀 뭐라고 그랬다. 그래도 7급에 넣어줄 줄 알았더니 9급에 넣었더라. 최저임금보다 조금 더 받아서 내가 미안하더라."

"오히려 민주당에 되묻고 싶다. 25살 청년을 청와대 1급 비서관으로 임명한 것은 공정한 채용이고, 제대로 된 국정운영이었나."


이른바 '나불남불'이다. 나만 불륜인가, 남도 불륜인데.

게다가 여당 원내대표이자 당대표 직무대행의 우리네 청춘들에 대한 인식이 국민들과 얼마나 동떨어져있는지 경악할만한 수준이다. 자랑스럽고 한편으론 부끄러운가 보다. 당신이 추천했고, 대통령실에 넣으라 했고, 7급 넣어줄것을 9급 넣어준 것이.  


문득, 대가수 김광석 님의 <서른즈음에> 속 이런 가사를 들려주고 싶다.


점점 더 멀어져간다. 머물러 있는 청춘인 줄 알았는데.

비어가는 내 가슴속엔 더 아무것도 찾을 수 없네.

조금씩 잊혀져 간다. 머물러 있는 사랑인 줄 알았는데.

또 하루 멀어져간다.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


새로운 기대와 희망을 품고 보수를 지지해온 청년들이 우수수 떨어져나가는 소리가 들린다. 그렇게 청년들과 하루하루 멀어지고 이별하며 다음을 기약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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