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땠어요?] 어여쁘고 엉뚱한 세상 속 소박한 질문들 <프렌치 디스패치>
<문라이즈 킹덤>, <그랜드 부다 페스트 호텔>로 국내외에 두터운 팬층을 보유 중인 웨즈 엔더슨 감독의 신작이 개봉했습니다. 매 작품마다 화려한 캐스팅과 특유의 색으로 사랑받아 온 감독이고 저 또한 <문라이즈 킹덤>이 오래 기억에 남았던 터라 서둘러 극장을 찾았습니다.
1960년대로 보이는 프랑스의 한 도시 블라제에는 특이하게도 미국 매거진인 <프렌치 디스패치>의 사옥이 있습니다. 나름 정치 사회 문화 등등 모든 면에서 기사를 내는 종합 매거진이고, 수많은 독자를 보유한 이 잡지는 갑작스런 편집장의 죽음으로 마지막 호수를 내기로 결정합니다. 미술 부문에서는 베렌슨 기자(틸타 스윈튼 분)가 감옥에서 작품활동을 한 괴짜 작가의 생애를, 오랜 경력의 에세이스트 크레멘츠(프란시스 맥도맨드 분)는 체스를 도구로 데모를 하는 학생들의 이야기를, 자전거 타는 기자인 새저랙(오웬 윌슨 분)은 프렌치 디스패치가 있는 도시 블라제에 대한 특집 기사를, 마지막으로 전설적인 쉐프의 이야기를 뢰벅 라이트(제프리 라이트)가 마무리하는 것으로 결정됩니다.
웨스 앤더슨이라는 감독을 말 소개하거나 설명할 때 특유의 미장센을 이야기하지 않기는 참 어렵습니다. 이번 <프렌치 디스패치>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언론사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 자칫 적은 장소에서의 이야기 일것이라 생각되기 쉽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가상의 도시라 갈 수 없다는 게 안타까울 만큼 아름다운 마을 블라제와 작가 모세가 생활하는 교도소, 68혁명의 현장을 오밀조밀 가져다 놓은 시위 현장 등등 스크린을 촬영해 엽서로 만들고 싶은 공간이 한가득입니다. 특유의 파스텔톤의 색감과 평면적으로 구성한 화면은 뭐라 더 설명하기 어려울 만큼 완벽에 가깝습니다. 대규모 폭발과 전쟁씬이 가득한 블록버스터만큼이나 커다란 스크린에서 보길 권하고 싶을 만큼 말이죠.
많은 이들이 웨스 앤더슨 감독을 말할 때 특유의 수려함만을 강조하곤 하지만 이쯤 되면 다시 생각할 구석이 많습니다. 감독의 미술이 언제나 익숙한 공간을 본인의 색으로 바꾸어 버린다는 점에서 찬사를 받았듯이 작품 내적인 요소라 할 수 있는 이야기 또한 같은 궤적을 그리고 있습니다. 보이,걸스카웃의 여정을 엉뚱한 동화책처럼 바꾸어버린 <문라이즈 킹덤>과 같이 이번 <프렌치 디스패치>에서도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언론과 매거진 편집국의 모습을 조금은 색다른 시선으로 비춰냅니다. 편집장의 죽음과 마지막 기사와 같은 비장함은 자취를 감추고 많이 본듯한 이야기가 감독 특유의 시선과 유머로 베베 꼬여있습니다. 멍하게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피식피식 웃게되고 영화의 막바지 나지막하게 던지는 질문과 표현들은 어느새 관객의 마음 코앞까지 다가와 있죠. '그동안의 화려한 비주얼이 이런 소박한 메세지를 위한 것이었나'하는 기분좋은 탄식이 나오는 장면들이 구석구석 존재합니다.
그리고 이런 장면장면들은 웨스 앤더슨을 '비주얼이 좋은 감독'이라고만 단정 짓는 것이 얼마나 경솔한 일인지를 깨닫게 합니다. 항상 느껴왔던 부분이지만 <프렌치 디스패치> 통해 더 분명해졌다고 할까요. 좋은 전시나 미술관에 가신다는 마음으로 극장을 찾으시면 어떨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