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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은돌 Nov 12. 2023

회사나 팀보다 자신이 돋보이고 싶은 사람

회사도 잘되고 나도 잘되면 좋겠지만...

아는 후배가 있다. 열심히 일하는 친구다. 조금 애매하긴 하지만 어쩌면 열심히 일하는 거라고 착각하는 친구. 자신조차 세뇌시켜 본인이 열심히 한다고 스스로 믿는(?) 친구다. 주변에 이런 친구, 한 명씩은 있지 않나.


같이 이야기할 때마다 조금씩 거슬리는 부분이 있다. 항상 다른 회사의 처우와 조건, 근무 상황을 알려고 들고 비교하며  나은 조건이나 처우를 들으면 노골적으로 부러워한다.


예전에 같은 회사에서 일해봐서 안다. 열심히 일은 한다. 하지만 맥락 없이 두서없이 열심히 한다. 쉽게 처리할 일도 그녀가 하게 되면 복잡하고 어려운 일로 탈바꿈하는 기적을 보게 된다. 그 어려워진 일을 열정적으로 밤늦게까지 한다.


다음날 그는 주변에 자신이 해낸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정말 이해하기 어려운 말로 설명한다. 분명 한국어이긴 한데, 무슨 말인지. 그렇다, 그녀의 두 번째 능력은 쉬운 일, 간단한 이야기도 복잡하고 어렵고 이해하기 어려운  전문적인 무엇인 것처럼 만들어 내는 탁월한 재주가 있다.


이 두 가지 초능력으로 인해서 당연히 평범한 사람들은 그와 일하는 걸, 꺼려한다. 그렇지만 그 자신은 일을 어려워하거나 두려워하진 않는다. 오히려 매사 모든 주어진 일에 적극적이다. 왜냐하면 그녀에겐 거의 일이 잘 가지 않기 때문에 주어지는 일이 별로...


한 번은 곰곰이 생각해 봤다. 왜 그럴까? 머리가 나쁜 것도, 학벌이 나쁜 것도 아니고. 일을 피하지도 않는데 왜 렇게 인생이 꼬인 걸까?


눈에 보인 건 자존감과 자신감이 문제 아닐까 하는 생각이었다. 눈이 조금 삔 임원이 잘 본 덕택에 한번 발탁승진한 적이 있었다. 그야말로 자신감이 풀로 충전된 시절이었다. 그녀는 자신이 회사를 구원할 사람이라고 확신했다.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그녀가 어렵고 전문적이고 학술적인 용어로 일상 대화를 하기 시작한 게...


기술이나 경영, 전략 등 회사에서 필요한 지식이나 경험이 부족한 게 드러나는 것이 두려웠는지도 모르겠다. 그녀는 지적이고 똑똑하고 현명하고 리더십이 탁월한 젊은 인재, 미래의 사장감이고 싶어 했다.


항상 고위임원이나 대표이사를 동경했다. 자신이 다니는 회사이든, 남의 회사이든. 미래 인재인 자신이 곧 좋은 회사의 훌륭한 대표이사가 될 것이라고 믿었다.


그녀는 하루빨리 그 자리에 가고 싶어 지금도 안달복달이다. 주변을 열심히 서칭하고 다닌다. 문제는 주변도 그녀를 그만큼은 안다는 게... 그녀는 명함에 찍히는 회사, 직위와 타이틀에 대단히 민감했다. 자신보다 높아 보이면 깍듯이 존경하고 자신보다 낮아 보이면 하층민 바라보듯 무시했다. 지금도 그러고 다닌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그녀는 뭔가 잘못되었다고 느끼긴 할까?

매거진의 이전글 이직, 얼마나 이득이고 얼마나 손해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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