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언론사, 금융사 등 모든 매체가 짠 듯이 노후준비가 부족하거나 완전하지 않은 은퇴자들에게 지나치게 겁주는 경향에 대해 좀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은퇴 이후 돈, 건강, 외로움 이 세 가지의 어려움으로 불행에 처하게 되고 특히 돈문제로 곤경에 처할 것이라고 지나칠 정도로 겁을 주고 있다. 언제 우리가 돈의 여유가 있은 적이 있긴 했나. 꼭 은퇴자라서 돈문제가 생기는 건, 아닌데...
1차 베이비붐 세대 710만의 은퇴가 시작되었고 조만간 2차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도 시작될 것이다. 이들을 마처세대라고 부른다. 부모를 공양하는 마지막세대, 자식에게 공양을 못 받는 처음세대. 그들의 삶이 휘리릭 나락으로 갈 거라고 많은 언론, 전문가가 지나칠 정도로 과장해서 떠들어 대고 있다. 자금적인 측면에서 노후준비가 되더라도 은퇴 이후 외로움과 소외, 건강 상의 문제로 불행한 노년을 맞을 거라고 떠들어 댄다. 은퇴하는 사람을 걱정하는 게 아니라 좀 과장되게 표현하면 망해라고 물 떠놓고 저주를 거는 모양새로 보인다. 그만큼 같은 말을 반복한다. 노후 재무설계를 잘해라. 건강 챙겨라. 죽을 때까지 일해라. 사회적 유대관계를 잘 유지해라. 등등
그건 그렇고 정말 그렇게 될까? 은퇴자들은 대부분 이런 저런 이유로 폭망해서 불행한 삶을 살까?
그렇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은퇴자들은 재산의 많고 적음에 따라 자신의 경제적 수준을 맞춰서 나름의 행복한 노후를 보낼 수 있다. 물론 항상 그랬듯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일부는 있을 것이고, 일부는 자신의 욕심, 욕망에 맞지 않아서 불만이 생기겠지만. 그래도 대부분 베이비붐 세대의 노년은 지금보단 행복할 것이다.
지금 베이비붐세대들은 단군이래 가장 많은 자산을 가진 세대다. 부동산, 주식, 예금 등 역대급 재산을 가졌다. 오천 년 역사에서 가장 돈 많은 세대이고 가장 부자다. 이들보다 훨씬 못 사는 세대들도 은퇴하고 잘 살다 가셨는데, 역사적으로 제일 부자인 세대가 뭔 걱정.
물론 우리나라 은퇴자 모두가 세계일주를 크루즈선과 호화 비행기로 할 순 없다. 50평 강남아파트에 살고 외제차와 운전수, 전담 간병인이 케어해 주는 그런 노년을 보낼 수도 없다. 그렇다고 대다수가 리어카밀면서 박스를 주우면서 살아야 하듯이 과장하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100세 시대, 오래 살지 않냐고? 아무리 100세 시대라도 돈 쓰고 여행 다니고 놀러 다니는 건강수명은 기껏해야 73세 전후이고 은퇴하고 10년~15년 정도다. 그 이후에는 돈 쓰고 싶어도 못 쓴다. 요양시설에서 그럭저럭 시간을 보내는 삶을 살다 가는데 언제 어디서 돈을 쓸까.
차라리 건강할 때 요양원 비용을 남겨두고 다 쓰고 사는 삶을 사는 걸, 추천한다. 자식에게 물려줄 생각하지 말고 자신이 다 쓰고 죽는 게 낫다. 유산 많이 남겨줘 봐야 의좋은 형제, 자매 간에 소송이나 일으킬 뿐이다.
미국 심리학계에 유명한 스마일 커브라는 게 있다. 미국사람들의 평균적인 삶의 행복도를 조사하였더니 20대 이전과 60대 은퇴 이후가 삶의 만족도가 높아지더라는 것이다. 양 끝단이 스마일의 모양을 가진다고 해서 스마일커브라고 부른다.
아마 이게 진짜 삶의 진실이 아닐까?
돈을 벌어야 하는 부담, 스트레스로 가득한 직장, 가장이라는 책임과 부담에 짓눌려 행복감이 바닥을 치는 40대, 50대를 지나고 이 모든 걸 훌훌 털어버린 은퇴 이후의 삶이 왜 행복하지 않을까?
소박하지만 여유 있게. 남들과 비교하지 않고 자신의 내면을 돌보고 가꾸면서. 가끔 봉사하는 삶을 사는데 왜 불행하겠는가?
자기 하기 나름이다. 나름 경제적인 준비도 조금 미리 해두고 나이에 걸맞는 교양과 지성을 갖추었다면 은퇴는 자유고 축복이고 행복이다. 언론에서 이야기하는 여러 가지 잡스러운 공포마케팅, 한마디로 웃긴다. 마치 서울대 입학하면 경쟁과 스트레스, 미래 불안과 친구 관계로 고통과 불행에 빠질 거라는 이야기와 같이 들린다. 그런 친구도 물론 가끔은 있다. 하지만 대다수 서울대생은 자긍심과 긍지를 갖고 서울대, 재미있게 잘만 다닌다. 뻥치지 마라.
은퇴 이후 환경변화에 적응 못하고 헤매는 분들, 계시긴 하다. 과거 회사에서의 지위, 가진 재산, 자식들의 성공 여부 등 이런 세속적인 것들에 여전히 집착하고 남들과 견주고 비교하는 사람, 있다. 영혼이 가난하고 천박한 사람, 뻔뻔함을 솔직함으로 착각하고 들이대는 사람은 가급적 멀리 하면 된다.
나도 조만간 직장생활에서 은퇴할 것이다. 이미 몇년전에 한번 짤려서 반 년 정도 실업자 신세로 은퇴자의 흉내를 내 본적도 있다. 진짜 좋더만, 솔직히 !!!
은퇴하신 분, 하실 분 모두 쓸데없이 떠드는 언론, 유투브 귀담아 듣지 마시고 인생 2막 즐겁고 해피하게 사시길 바랍니다. 자신의 분수에 맞게 욕심만 조금 내려 놓으면 충분히 즐겁게 잘 살 수 있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