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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은돌 Jul 10. 2024

AI 버블, 빵 터진다?

좀 심하게들 새 세상 온다고 오버하는데, 이제 터질 때 다 되었나 보다.

유인원의 한 갈래에서 출발한 인류의 조상은 나무에서 내려와 평원에서 생활하기 시작했다. 초원에서 직립보행을 하게 된 인류의 조상은 서서히 나무와 돌을 이용해서 사냥도 하고 무리생활을 하면서 공동체의 삶을 살아가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서서히 지능이라는 것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아무도 왜, 어떻게 이 지능이라는 게 형성되고 발현되었는지 또 발달해 갔는지 알지는 못했다.
제프리 힌턴교수와 대학원생들은 성능이 시원치 않은 인공지능 초기 모델을 다루고 있었다. 픽셀 단위의 비정형데이터를 잘게 쪼개서 학습을 시키는 과정을 9층의 layer에서 16층의 layer로 32층의 Layer로 더 깊게 이렇게 저렇게 해 보고 있었다. 수식 연산의 경사값을 조금씩 변경하면서 이렇게 저렇게도 시도해 보았다. 어느 날, 빙고. 갑자기 머신러닝의 알고리즘이 상당히 정확한 결과값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문제는 무지막지한 계산량 때문에 아무도 인공지능의 연산을 추적해 들어갈 수 없고 검산해 볼 수 없다는 점이었다. 무슨 말인가 하면 그 누구도 왜, 어떻게 인공지능이라는 게 발현되었는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는 말이다


ChatGPT로 촉발된 인공지능에 대한 열광이 도를 지나쳐 너도 나도 AI를 외쳐대는 형국이라 이 글을 쓰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마치 AI가 시대의 구원이며 미래 유토피아의 한 챕터를 여는 그 무엇인 것처럼 모두들 글을 쓰고 광고하고 홍보한다. 정부도, 기업도, 개인도 모두 AI를 삶의 한 부분으로 활용하고 사용해야 한다고 떠들어 댄다.


과연 인공지능의 세상이 올까? 조만간 그렇게 될까?


결론을 내리기 전에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해보자. 메타버스 기억나는가?


코로나시절 재택근무가 활성화될 때 가상의 아바타가 가상의 사무공간으로 출근해서 업무도 보고 심지어 그 사이버세상에서 일상생활을 할 거라고 했다. 쇼핑도 하고. 친구도 만나고. 어쩌고 저쩌고. 그 세계를 위한 코인도 나왔었다. 모두들 조만간 VR 글라스를 끼고 출근하는 시대가 곧 닥칠 것처럼 떠들었다. 그래서 지금 어떻게 되었나? 기업들이 너도 나도 투자한 사이버공간의 VR 환경에 이제는 아무도 접속하지 않는다. 우리는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다시 회사로 출근하는 시대로 복귀했다. 메타버스? 이제보면 그냥 고급진 개소리였었다. 사실 나도 찔리긴 한다. 이 브런치에 보면 메타버스가 잘 될 거라고 내가 쓴 글도... 윽 ㅜㅜ


조금 더 과거로 가 볼까?


테슬라를 필두로 레벨 5의 완전 자율주행차가 2030년에는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호들갑을 떨던 시절이 있었다. 그렇게 되면 운전에서 놓여난 운전자는 이동하면서 영화감상이나 휴식을 취하거나 아니면 회사 업무를 보거나 개인적인 쇼핑을 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릴 거라고 떠들었다. 그래서 결과는 어떻게 되었나? 애플은 자율주행차 개발을 공식 포기했다. 완전자율주행은 기술의 문제라기보다 도로 환경의 정비, 사고 시의 책임문제 등 비기술적인 요인의 극복이 요원하기에 이젠 다들 개발을 포기하는 분위기고 차선책으로 도로환경이 나름 정비된 고속도로에서의 부분 자율주행 정도로 그칠 전망이다.




ChatGPT가 촉발한 생성형 인공지능은 기업에 도입되더라도 의미 있는 변화를 끌어내지 못할 것이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시험적으로 이런저런 Pilot 프로젝트를 많이 하긴 했다. 하지만 진짜 업무에 적용할 만큼 임팩트 있는 뭔가를 발견했다는 소식은 아직 들리지 않는다. 그 말은 생성형 AI라는 게, 요란은 한데 실제로는 별로 쓸데없다는 소리...


내가 비판하고자 하는 건, 기술만능주의가 아니다. 기술회의주의도 아니다. 우리 사회가 좀 더 성숙해져서 균형 잡힌 시각을 확보했으면 한다.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모두 똑같은 소리를 Copy & Paste 하는 사회는 건강한 사회가 아니다. 유력신문이나 주요 언론매체부터 똑같이 인공지능의 세상이 온다고 호들갑을 떤다. 이거 너무 심하구나 하는 생각에서 이 브런치를 썼다. 나도 IT분야에서 30년 일해왔다. 데이터분석이나 AI는 알아야 할 만큼은 알고 할 만큼은 해봤다고 생각한다.




AI를 사회에 접목하는 건 기술의 문제가 아니다. 그건 효용의 문제고 사회적 합의의 문제고 판단의 문제고 권위의 문제다. 예를 들면 AI 판사가 등장했다고 하자. 판결은 법조문과 판례를 뒤져서 가장 합리적으로 선고를 내린다고 하더라도 AI판사가 내리는 판결에 우리 사회가 동의하겠는가? 판사의 양심은 어디에 있으며 판결의 권위는 어디서 오는가.


이병철 회장의 도쿄구상을 보자. 적자를 지속적으로 내고 있던 반도체사업을 계속할 것인가, 말 것인가. 모든 임직원이 기를 쓰고 반대하던 사업이었다. 만약 AI에게 상황을 입력하고 반도체 사업 지속 유무에 대해 판단해라고 하면 뭐라고 할까? 과연 AI가 이병철 회장처럼 미래를 내다보고 소신을 갖고서 무모하고 비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을까?


눈치챘는가? 내가 지금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챗GPT로 촉발된 생성형 AI와 인간과의 이성적인 대화, 때론 감성적인 대화까지. 딱 거기까지다. 현실에선 별로 쓸데가 없다는 것이다.


기업에게도 별 쓸모가 없고, 개인에게도 별 쓸모가 없다. 대학생들이 리포트나 논문 쓸 때 꽤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다는 정도. 그것 외엔 아직 검색이 제공하는 효용과의 본질적인 차이가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그래서 이걸 넘어서는 뭔가 파격적인 효용을 줄 수 있는 그 무엇이 만들어지지 않으면 AI 버블 붕괴는 시간문제다.


인터넷이 나오고 처음 사람들은 어리둥절하였다. 네트워크로 전 세계 기업, 개인, 정부가 연결된다고? 그래서 뭘 어쩌라고?


홈페이지가 만들어지고, 이메일서비스가 나오고 검색포탈이 나왔다. 온라인으로 물건을 사고팔게 된 건 그것보다 한 참 후에나 나왔다. 인터넷이나 온라인에 연결된 모바일로 만화, 영화, 동영상을 보는 건 또 그로부터 한참 뒤였다. 이젠 온라인 또는 온라인과 연결된 모바일 없이는 단 하루도 살기 어렵게 되긴 했다. 인공지능이 제2의 인터넷이 될까?


AI나 챗GPT는 진화해서 발전해 나갈 수도 있고, 그냥 반짝 떴다가 사라지는 기술 유행의 하나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아무래도 내 생각엔 후자가 될 것 같다. 왜냐하면 인공지능이 가져다주는 효용이 현재로선 그렇게 크지 않고 앞으로도 그다지 클 것으로 기대되지 않기 때문이다. 1년만 기다려 보면 결과가 나올 것이다. 엔비디아 주가, 폭락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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