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행복이란 존재할 수 없다. 모든 쾌락은 단순히 결핍을 제거하고 긴장에서 벗어나는 것에 있으므로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 성공, 성취, 합격 등 우리가 행복했던 순간을 되돌아보면 너무나 짧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 강용수 지음
우리 모두 행복을 추구하지만 역설적이게도 행복이란 그 자체가 매우 강한 휘발성과 가소성을 갖고 있다. 순식간에 그 즐거움과 기쁨이 사라져 버린다. 그리고 남는 건? 무덤덤, 허무함, 아쉬움 정도.
쾌락주의와 금욕주의가 싸우면 금욕주의가 거의 항상 이긴다. 쾌락주의는 점점 더 강한 쾌락을 추구하다 종국엔 중독에 빠지게 되고 자신을 끝까지 소진시키는 파국에 이르게 된다. 반면 금욕주의는 욕망을 피하고 금지하고 차단함으로써 역설적이게도 아주 조금의 즐거움, 쾌락도 대단한 즐거움으로 느낀다. 금욕을 지속하는 수도사나 신부, 스님은 작은 즐거움, 조그만 행복에도 즐거움이 가득한 마음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예전에 화학식 다이어트가 유행한 적이 있었다. 자몽, 계란, 닭가슴살, 연어, 구운 식빵과 같은 정해진 식단을 양껏 먹어가면서 하는 다이어트였다. 단 하나의 제한은 소금 또는 설탕과 같은 일체의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는 조건이 붙었다. 간을 맞추도록 허용된 유일한 것은 레몬즙 정도였다.
그 결과는? 일주일 만에 거의 7Kg을 감량했다. (이건 나의 경험과 체험이라 과장이 아니다.)
식단을 조절하였냐고? 저절로 조절이 되었다. 아무런 간이 되지 않은 계란, 닭가슴살, 연어구이는 말 그대로 먹어라고 해도 금방 질려 버렸다. 그래서 많이 먹으래야 먹을 수가 없었다.
11Kg을 감량한 이 주간의 화학식 다이어트를 끝내고 난 다음 날 그동안 제일 먹고 싶었던 김치찌개를 먹었다.
거의 토할 뻔했다.
이주일 동안 내 몸에는 소금, 설탕, 간장, 고추장 또는 어떤 자극적인 MSG나 조미료도 들어오지 않았다. 이주일만에 나의 혀와 몸이 김치찌개에 포함된 풍성(?)한 조미료와 맵고 짠 자극을 맛보자 거의 쇼크를 일으킬 정도였다. 나중엔 머리가 빙빙 도는 현기증까지 느꼈다. 그만큼 일상에서 우린 맵고 짠, 자극적인 것에 중독되어 있다는...
맛을 내는 소금, 설탕, 고추장, 조미료와 같은 자극을 중단하면 우리 몸은 이 주일 만에도 자극에 아주 민감한 상태로 되돌아간다. 작은 자극에도 핑핑 도는 현기증을 느낄 만큼.
그다음 날부터는 하지만 거의 정상으로 다시 돌아왔다. 다시 MSG에 적응한 것이다. 우리의 몸과 마음은 괘락에 익숙해지는 순간 그걸 더는 즐거움이나 기쁨, 행복으로 느끼지 못한다. 심지어 지겨움이나 권태로움으로 느끼기도 한다.
금욕적인 삶을 살아야 조그만 자극에도 기쁨과 행복, 충족감을 느낄 수 있다. 행복과 즐거움만을 추구하는 쾌락지향적인 삶은 그래서 역설적이게도 불행하거나 권태롭기 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