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울음소리가 날 힘들게 할 때
아이 둘 엄마는 처음이라서
둘째가 태어나기 전에는 없었던 일이었다.
이전에는 흥이가 울면 좀 스트레스를 받았지만, 흥이의 마음을 알아주는 게 당연했다. 이 아이가 지금 왜 우는지 파악해서 해결해 주고 싶었다.
하지만 둘째가 태어나고, 첫째가 둘째보다 더 많이 우는 날이 이어지자 내 마음이 이상해졌다.
엄마를 빼앗긴 첫째는 이전보다 더 짜증이 많아졌고, 잠투정도 심해졌다. 동생은 배고프거나 졸리지 않으면 잘 울지 않는데, 첫째는 입고 있는 팬티가 마음에 안 들어서 울고, 레고를 가지고 놀다가 본인이 부수어도 울고, 젤리를 못 먹게 한다고 울고, 양치를 안 한다고 울고, 차를 타고 가다가 집에 있는 담요를 내놓으라고 울고, 정말 매일매일 아이의 짜증을 받아내다가 내가 마음이 힘들어진 것 같았다. 둘째가 우는 소리는 그래도 그려려니 하는데, 첫째의 울음소리는 정말 견디기가 힘들었다. 첫째에게 큰소리도 치고, 화도 내고, 나는 나쁜 엄마라고 자책하고를 반복하다가 산후우울증 상담을 받기 시작했다.
처음 상담을 받으러 갔을 때는 우울감과 스트레스가 최고 수준이었는데, 6회 정도 상담을 진행하고 우울감이 많이 낮아져서 상담을 마무리했다. 상담을 받는 기간에 조언받은 대로 감정일기를 써 보았는데, 내가 주로 화를 내는 순간은 내가 과부하 되어 마음의 여유가 없는 순간들이었다. 시간에 쫓기거나, 둘째가 울면서 케어를 기다리고 있거나, 나도 너무 피곤한데 아이가 잠투정을 부릴 때가 대부분이었다. 상담을 받고 마음이 안정을 찾았는지 아이의 울음소리는 견딜 만했다. 아이가 짜증을 부리면서 울어도 어느 정도 받아 줄 마음의 여유가 있었다. 남편도 출장을 많이 다니던 부서에서 조금 일찍 출근하고 일찍 퇴근하는 부서로 옮겨 평일에도 애들 재울 때 한 명을 맡아 육아를 도와주는 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
그런데, 며칠 전 또 내 마음에 위기가 찾아왔다.
내가 35개월과 8개월 두 아이를 케어하면서 가장 무서워하는 순간은 한밤중에 둘이 동시에 잠을 깼을 때이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이었다. 첫째는 자면서도 내가 옆에 있는지 자꾸 확인을 하는데, 새벽에 둘째 방에서 수유를 하고 있었다. 그때 첫째가 엄마를 찾는 소리가 들렸다. 가끔씩 엄마를 찾다가 다시 잠이 드는 경우도 있어서, 둘째 수유에 집중하고 있는데, 첫째가 엄마를 찾으며 울기 시작했다. 그때가 새벽 3시였나 4시였다. 남편은 5시에 일어나서 출근을 해야 하는데, 첫째가 우니 둘째가 따라 울기 시작했다. 남편이 깰까 봐 조마조마하며 나의 마음은 또다시 조여오기 시작했다.
우유 달라, 책 읽어달라, 해달라는 대로 다 해주는데도 첫째가 계속 짜증을 내며 울자 나도 모르게 돌발행동이 나왔다. 내 귀를 막고 비명을 질렀다. 그리고 첫째의 어깨를 잡고 "제발 좀 그만 울어, 제발 좀 그만 울어"라고 소리쳤다.
첫째는 놀랐는지 울음을 그쳤다. 나는 둘째를 안고 수유를 하며 책을 읽고 아이 둘을 다시 재웠다.
그날 이후로, 첫째가 울면 내 심장은 다시 빠르게 뛴다.
아이 둘에게 완벽한 엄마가 될 수는 없지만 good enough 한 엄마라도 되고 싶었는데 스스로에게 실망하고 말았다. 첫째는 본인만 집중 케어해 주던 엄마를 동생과 나눠야 하니 힘들 것이고, 둘째는 태어나자마자 마주한 오빠라는 존재로 아기가 받을 관심과 케어가 분산되어 힘들 것이다. 나도 경력직 엄마지만 아이 둘은 처음이니 둘 다 엄마를 필요로 할 때 어찌해야 할지 아직도 혼란스럽다. 남편도 아이 둘 아빠가 처음이라 쉴 새 없이 돌아가는 24시간 육아에 힘이 들 것이다.
우리 가족 모두 힘이 든 지금 이 시간.
이렇게 부족한 엄마인데도 제일 좋다는 우리 흥이. 너에게 난 어떤 엄마로 기억될까.
오늘 아침은 나에게 짜증 내는 첫째에게 심호흡 5번을 해보자고 제안하고 나도 심호흡을 하며 욱 하는 순간을 넘겨보았다. 어제보다는 나은 엄마가 될 수 있기를 노력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