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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늦봄 Aug 30. 2023

아이를 기른다는 것

경기도 아이원더, 힘들어도 더 행복한 선택

엄마가 되기 전에는 아이를 기른다는 것이 이러한 것인지 알지 못했다.


미디어를 통해 접했던 우아하게 아이를 안고 있는 엄마의 모습이 나일 거라고 생각하지 금쪽이에 나오는 엄마가 내가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요 몇 달 아이 둘을 키우면서 흔히 말하는 현타가 오는 순간이 몇 번 있었다. 


먼저, 미니특공대 만화에 빠진 34개월 첫째 아이를 위해, 왕복 3시간 거리에 있는 미니특공대 키즈카페에 온 가족이 차를 타고 가서, 아이가 좋아하는 볼트 캐릭터 분장을 한 직원과 사진을 찍기 위해 긴 줄을 서 있을 때. 아이는 너무나 신이 나고 흥분해서 본인이 가진 볼트 마스트, 팔찌, 벨트까지 풀 착장을 하고 방방 뛰고 있었지만 어느새 부모가 되어 만화캐릭터와 사진 찍으려고 줄 서 있는 나의 모습에 약간 현타가 왔다. 


얼마 전에는 첫째는 장염, 둘째는 응가를 많이 하는 아이라서 하루 종일 아이 둘 엉덩이만 씻기다가 하루가 다 간 날... 거짓말 안 보태고 10번은 엉덩이를 씻긴 것 같다. 그날도 현타가 왔다. 두 아이의 먹고, 자고, 싸는 것을 챙기는 것만으로도 몸 하나가 부족하고 진이 빠지는 날이 있다. 


둘째가 자고 있는데 첫째가 운다면? 나의 심장은 그 어느 때 보다도 빠르게 뛴다. 첫째의 울음을 그치게 하려고 노력해 보지만, 결국 둘째도 깨서 울고, 첫째도 계속 우는 대환장 시추에이션이 발생하면 내 심장은 답답해서 터질 것만 같다. 


매일매일 나에게 주어진 미션을 클리어해 나가야 하는 도를 닦는 과정이 육아인 것 같다. 그 와중에 아이에게 화를 내지 않고, 욱하지 않고, 아이에게 밝고 긍정적인 모습을 보여주어야 하는 것은 아는데, 현실은 지치고 우울하고 축 처진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렇게 부족한 엄마인데도, 아직 세돌이 안된 첫째는 오히려 나보다 넓은 마음으로 나를 이해해 준다. 내가 나도 모르게 큰 소리를 내면 '엄마 왜 화난 목소리야?' '엄마 힘들어?' 이런 말로 나를 깜짝 놀라게 하고, '엄마 사랑해', '우리는 서로 사랑하는 가족'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첫째는 매일 동생과 장난감으로 티격태격 하지만 동생이 울면 달려와서 동생이 좋아하는 소리를 내서 동생을 웃겨준다. 하루에 둘이 붙어있는 8시간 중에 티격태격이 7시간 55분, 둘이 같이 깔깔거리고 웃는 순간이 5분 정도 되는 것 같다. 7시간 55분 동안 정말 힘들다가도, 둘이 함께 웃는 그 5분 동안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들으면 힐링이 되는 마법이 펼쳐진다. 


8개월이 되는 둘째는 엄마 뱃속에서부터 코로나와 엄마의 다리 반깁스와 같은 고난을 경험해서 인지, 오빠의 구박과 핍박에 굴하지 않고 꿋꿋하고 강인하게 자라고 있다. 


오늘 아침 거울을 보니 흰머리가 많이 늘었더라. 어느 노랫말에 '꿈 많던 엄마의 젊은 날은 너란 꽃을 피우게 했단다'라는 가사가 있었다. 나의 모든 것을 불태워 키워내고 있는 나의 두 아이. 힘들지만 나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 아이들에게 조금 더 좋을 엄마가 될 수 있기를 바라며 오늘도 힘을 내 본다. 




*이 글은 소정의 원고료를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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