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키우다 보니 아이가 아픈 게 가장 무섭고, 다 나을 때까지 가정보육을 해야 하는 전염병이 제일 무섭다. 그중에 하나가 수족구이다. 9월 초, 첫째가 다니는 어린이집에 또 수족구가 유행하기 시작했다.
유행하기 시작하면 피하기는 정말 어렵고, 언젠가는 수족구에 걸릴 것이기에 언제가 우리 차례가 될까 마음이 조마조마했는데, 결국 그날이 오고 말았다. 일요일에 어린이집 친구들을 만나서 키즈카페에서 신나게 놀고, 월요일에 어린이집에 잘 갔고 하원 때까지 별일이 없었다. 그런데 하원 후 힘이 없어 보이더니 열이 38도가 넘게 오르기 시작했다. 축 처진 아이를 깨워서 약을 먹여서 열을 겨우 내리고 화요일에 오픈런을 해서 소아과에 가보니 역시나 수족구 판정을 받고 가정보육이 시작되었다.
작년에 처음으로 수족구에 걸렸을 때는, 밥도 하나도 못 먹고, 축 쳐져서 하루종일 안겨만 있었는데, 이번에는 열이 떨어지니 평소처럼 잘 노는 게 아닌가. 평소에도 밥을 잘 안 먹기 때문에 특히 밥을 안 먹는 것 같지도 않았다. 수포도 거의 안 생겨서 이번 수족구는 정말 가볍게 지나가는구나 하고 한숨을 돌리고 금요일부터 다시 어린이집에 등원을 시작했다.
그런데, 토요일 아침, 둘째가 유독 보채기 시작했다. 엉덩이를 보니 기저귀 발진이 심해서 엉덩이가 아파서 그런 거라 생각했다. 그날은 우리 가족이 에버랜드에 가기로 한 날이었기에 컨디션 안 좋은 둘째를 데리고 에버랜드로 향했다. 바깥에 나가면 너무나 좋아하는 아기이기에, 에버랜드에 가는 것도 좋아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에버랜드에서도 계속 설사를 하고, 엉덩이를 닦을 때마다 아파하며 보채는 것이었다. 집에 와서 보니 엉덩이 발진이 많이 심해져 있었다. 첫째 때는 이렇게 발진이 심해진 적이 없었는데, 아랫부분이 붉게 부어오른 것을 보니 너무 마음이 아팠다. 토요일 저녁, 계속 설사를 하고 엉덩이를 닦다가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주말 저녁에 여는 병원을 찾았다. 다행히 소아과전문의가 있는 병원이 있어서 상황을 이야기하고 장염진단을 받아 유산균을 처방받았다. 9개월 밖에 안되었으니 처방받아먹을 수 있는 것이 유산균뿐이었다. 장염이라고 생각하고 왜 장염에 걸렸을지를 열심히 고민했다. 분유가 잘못되었을까, 이유식이 잘못되었을까... 엉덩이 발진이 난 아기는 기저귀를 벗겨놓는 게 최선이라고 해서, 이불 위에 수건을 깔아놓고 기저귀를 벗겨놓고 재웠는데 자는 동안에도 설사를 여러 번이나 했다. 자는 아이를 깨워서 씻기고, 방을 치우고 또 재우고...
다음날인 일요일은 더 심해졌다. 약을 먹으면 분수토를 하기 시작했다. 하루에도 여러 번 분수토를 하고 분유는 평소의 반도 못 먹었다. 엉덩이는 벗겨놓았으니 서서 설사하고, 앉아서 설사하고... 정말... 카오스..... 아이는 계속 힘들어하니 전날 갔던 병원을 다시 찾았는데, 그날은 또 소아과전문의가 없어서 빠꾸를 당했다. 이미 늦은 시간이라 큰 소아과들도 접수를 마감하고, 응급실을 가야 하나 고민하기 시작했다. 첫째 때 응급실에 한번 가봤다가 크게 고생한 후로, 응급실을 가고 싶지는 않았다. 오래 대기해야 하고, 아픈 아이는 축 늘어져서 더 힘들 것만 같았다. 탈수가 염려되어 간호사인 친척분에게 물어보니, 보리차를 먹여보라고 했다. 남편이 급하게 보리차를 끓여주고, 먹이니 다행히 조금씩 먹었다. 엉덩이는 조금씩 나아지는 것 같았다.
월요일 아침, 첫째를 어린이집에 등원시키자마자 평소에 가는 소아과에 달려가 진찰을 봤다. 소아과에 가는 동안에도 차 안에서 또 분수토를 했다. 2박 3일 동안 장염인 줄만 알았는데, 이번에는 수족구라는 진단이었다. 이럴 수가. 손발에 수포가 없어서 생각도 못했는데, 입 안이 많이 헐었다고 했다. 그래서 분유를 못 먹었구나.... 불쌍한 둘째는 돌도 안되었는데 수족구에 걸려서 이렇게 고생을 하다니.... 마음이 또 무너진다..
다행히 엉덩이 발진도 점점 나아지고, 수족구 약을 먹으니 컨디션도 점점 회복하기 시작했다. 다시 모든 게 일상으로 돌아가기 시작한다.
둘째는 안쓰럽다. 아직 어린이집도 안 다니는데, 원에 다니는 오빠가 걸려오는 온갖 바이러스에 같이 걸려서 오빠보다 더 아프게 된다. 수족구라는 무서운 병마가 한번 왔다 갔으니, 내년에는 수족구가 살짝만 왔다가기를!!! 수족구는 피할 수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