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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늦봄 Dec 02. 2023

나의 육아우울증 이야기

며칠 전, 첫째 어린이집의 상담일이었다. 담임 선생님은 첫째 흥이가 상반기 때보다 많이 밝아지고 웃음이 많아졌다고 이야기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너무나 안도가 되었다. 내가 치료를 받기를 잘했구나..


올해부터 시작된 우울증으로 상반기에는 우울증 상담을 6회 정도 받고 나서 많이 개선되어서 상담을 종료했었는데, 상담을 종료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아이들 둘이 함께 우는 상황을 견디기 힘들어 아이들, 특히 첫째에게 화를 내는 일이 잦아지고, 부정적인 감정과 극단적인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기 시작했다. 하루종일 어른과 대화하는 것이 드물고, 나의 마음과 상황을 그 누구와도 나눌 수 없어 점점 고립되어 가는 느낌이었다. 마음속에 나의 괴로움을 쌓고 또 쌓아나가 스스로를 해치고 싶은 생각이 스멀스멀 들었다. 나의 부정적인 감정이 아이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이 확실했다. 첫째는 내 눈치를 보고 내 목소리 톤이 조금이라도 달라지면 긴장하는 것 같았다. 둘째는 아직 뭘 모르지만 그래도 분위기가 좋지 않다는 것은 알 것이었다. 그동안 미루고 미루었던 병원을 찾았다. 여러 군데 연락을 돌려보고 8월 말에 초진을 받을 수 있는 곳으로 향했다.


첫 진료 시에는 검사지 항목이 여러 가지였는데, 상담을 받으며 했던 검사지와 비슷했다. 나를 담당한 의사 선생님은 여러 가지 질문을 하고, 육아로 인한 우울증으로 진단했다. 잠도 제대로 못 자고, 밥도 제대로 못 챙겨 먹으면서 아이들의 부정적인 감정, 예를 들어 떼쓰는 것, 우는 것, 짜증 내는 것 등등을 다 내가 받아내다 보니 이러한 증상이 생긴 것 같다고 했다. 나는 항우울제와 응급 시 먹는 약, 두 가지 종류의 약을 처방받았다. 항우울제는 의존증이 생기지 않고 적은 양부터 시작해서 양을 조금씩 늘려가기로 했고, 응급 시 먹는 약은 의존증이 생길 수 있는데 아주 적은 양을 처방해 주고 정말 힘들 때 먹으라고 했다.


이제 약을 먹기 시작한 지 3개월이 되었다.


그동안 항우울제는 양을 처음보다 두 배 정도 늘려서 복용하고 있다. 응급약은 지금까지 6~7번 먹은 것 같다.


아이들이 10초마다 한 번씩 나를 부르고, 양다리에 한 명씩 매달려 징징거리고, 한 명은 목에 매달리고 한 명은 등에 매달려도, 심호흡을 하고 화를 내지 않고 감정을 조절하려 애써본다. 내년에 유치원에 갈 첫째 아이에게 감정조절을 가르쳐야 하는데, 나부터도 쉽지가 않지만 노력을 해본다. 요즘에는 둘이 곧잘 놀고 각자 놀기도 해서 예전보다는 좀 숨통이 트인다. 아직 부족하지만 첫째에게도 둘째에게도 조금 더 여유를 가지고 대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이 힘들 때가 있다. 나의 노력들을 인정받지 못하고 평가받고 무시당하는 것 같을 때, 나는 또 고립되고 내 마음은 또다시 곤두박질친다.


내 마음의 굳은살이 좀 더 단단해 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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