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가 첫 생일을 맞이했다.
우리 넷이 한 가족이 되어 지지고 볶고, 울고 웃으며 보낸 게 벌써 (?) 1년이 되다니. 작은 꼬물이는 걷는 게 기는 것보다 편한 이쁜이가 되었다. 오빠와 매일 투닥거리고, 이리저리 치이면서, 강하게 자라서 웬만해서는 울지 않는 강한 아이로 성장했다.
사실 둘째 홍이에게는 미안한 것이 너무나 많다. 첫째로 태어났다면 당연하게 누렸을 모든 것을 오빠와 싸워야만 쟁취할 수 있는 둘째. 둘째가 울어도 엄마는 바로 달려갈 수가 없고, 잠투정을 하며 엄마를 찾아도 엄마는 바로 달려갈 수가 없다. 엄마는 오빠가 먼저 선점하고 있으니까. 집안에 있는 모든 장난감과 물건들도 오빠가 자기 것이라며 손도 못 대게 했다가, 조금씩 만질 수 있게 된 시점이 얼마 안 된다.
오빠가 있기에, 조금 더 빨리 성장한 점도 있다. 오빠가 마시는 빨대컵을 몰래 빨아먹다 보니 빨대컵 사용법을 빠르게 익혔고, 오빠를 열심히 쫓아다니려다 보니 걷는 것도 빨랐다. 옆에서 오빠가 엄마를 계속 부르는 소리를 듣다 보니, 엄마!라는 말을 4개월 무렵부터 옹알거렸다. 오빠가 하는 레고놀이를 같이하고, 자석놀이도 같이하고, 로봇도 같이 만지다 보니, 첫째가 돌 전에 가지고 놀던 장난감과는 다른 수준의 장난감을 가지고 놀게 되었다.
엄마가 마음이 힘들고, 오빠를 챙기랴, 둘째를 챙기랴, 정신이 분산되어 있고, 언제나 지쳐있어서, 첫째때 해줬던 사진일기도 남겨주지 못하고, 이유식 같은 것도 첫째 때만큼 정성을 쏟지 못하고 있어 엄마 입장에서는 미안한 게 너무 많다.
첫째 때는 코로나가 한참 심할 때라서 돌잔치를 못했고, 둘째 때는 자연스럽게 돌잔치를 하지 않았다. 둘째의 생일 전, 후로 양가 가족과 식사를 하며 소소한 생일파티를 했다. 생일 당일에는 첫째에게 동생 생일이라고 말했다가 '저번에 할머니 집에서 생일 파티 했다'며 정색하고 아빠는 회식까지 잡히는 통에, 케이크도 못 자르고 넘어갔다.
그래도 돌 사진만큼은 남겨주고 싶어서 사진은 예쁘게 찍어주었다. 사진 찍는 와중에 첫째가 잘 협조를 안 해주었지만, 그래도 어찌어찌 찍었다.
둘째가 외동이었다면 누렸을 많은 것들을 둘째로 태어난 까닭에 누리지 못해 미안하지만, 딸바보 아빠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오빠와 둘이 어울려 놀고, 하루종일 오빠를 따라다니는 모습을 보면 둘째여도 나쁜 점만 있는 것 같지는 않다.
회사 다니며 배에 주삿바늘 찔러가며 힘들게 가졌고, 임신기간에도 제대로 쉰 적도 없이 코로나에 걸리고 만삭 때 반깁스까지 하면서 10달 동안 뱃속에서 키워서 만난 우리 딸.
우리에게 와주어서 너무 고마워. 그리고 많이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