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채민씨 Sep 24. 2019

"그런데 글이 반응이 별로 없네요?"

내가 진짜 원하는 글의 '반응'

요새는 이직을 위해 몇몇 곳과 이야기할 일이 있었다. 서로가 서로를 알아보는 시간이라고들 하지만, 상대적으로 을의 입장인 나는 좀 더 어필하게 된다. 그러다 한 분이 내게 물었다. "채민씨의 강점은 무엇인가요?" 솔직한 마음으로 나는 내가 글을 '잘'쓴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자리가 자리인 만큼 천연덕스럽게 "글을 잘 씁니다"라고 답했다. 웃는 얼굴이었던 그분은 "그래요...?" 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글쓰기에 강점이 있단 걸 어필하기 위해 적어낸 내 브런치를 둘러보았다고 했다. 



그분은 "브런치 구독자가 많은데.." 라며 운을 띄웠고, "... 그런데 글이 반응이 별로 없네요?"라고 말했다. 수-욱. 관통당한 느낌이었다. 관통당한 티를 내지 않기 위해 바로 이것저것 답변을 했다. 외부에서 보이는 '공유'는 페이스북 좋아요 개수와도 연결되어 있어서, 페이스북 팔로워 많은 분들이 높은 거라고. 또 브런치 조회 수는 대부분 브런치, 카카오팀이 노출시켜줘야 잘 나오는 거라고 했다.


다음 질문으로 넘어갔지만, 다 끝나고 돌아오는 길에 유독 이 질문이 마음에 남았다. 감사하게도 수십 번의 '간택'을 받은 덕에 내 브런치는 어느 정도 구독자를 모을 수 있었고, 조회 수가 잘 나온 글도 여럿 있다. 하지만 그것이 아닌, 순수 구독자의 조회는 극도로 적은 편이며 라이킷과 댓글 반응도 나보다 적은 구독자를 지니신 분들보다 적은 편일 때도 많다. 거기에 이곳저곳에 급속도로 퍼져 수백 만 조회수와 수만의 공유 바이럴을 일으킨 적도 없고. 그래서 자주 답답함을 느꼈는데, 그걸 건드려서 마음에 남게 된 것 같다.


내 글과 내 브런치에 대해 조금 돌아보았다. 글 쓰는 사람으로, 글의 반응은 노골적으로는 아니더라도 원하기 마련이다. 높은 조회수도 좋지만, 진짜로 기분이 좋은 건 '댓글'이다. 서로 생각을 나눈다는 게, 읽은 뒤 마음을 시간을 들여 남겨줬다는 게 고맙기도 하고. 브런치 특성상 댓글이 활발하지 않아서 더 그렇기도 하고(댓글 많으신 분들의 비결은..?). 예전과 달리 요새는 '좋아요' 개념으로 라이킷이 눌리니 그것도 좋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서는 사회생활의 연장으로 의무로 누를 때가 있지만, 브런치에서는 최소한 그런 느낌은 덜하니깐. 


이런 반응을 얻으려면 글을 '잘' 쓰는 것도 중요하고 발전하는 브런치의 추천 알고리즘을 고려하면 꾸준히 쓰는 것도 중요하다. 그래도 먼저는 꾸준히 쓰는 데에 집중자는 답을 내렸다. 브런치를 한 지 꽤 오래됐다 보니, 기존 구독자들이 활성 유저가 아닐 것 같았다(ㅠ.ㅠ). 브런치 내에서 반응을 얻으려면 신규 구독자 분들을 통해서 얻는 게 좋을 것으로 보였다. 


기억을 돌이켜 보면 예전에 구독자가 많이 뛰었을 때는 매일 글을 썼다. 다시 읽으면 감추고 싶은 글도 있지만, 그건 그거대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서 남겨두고 있다. 예전의 글 중 반응이 좋았던 글을 엄선해 만든 브런치북 '내가 먹은 마음들 Vol.1'도 조금씩 잘 읽어주시니. 



생각하며 걷다가 답답해 노래를 들었다. 랜덤으로 나오던 노래에 김동률 노래가 나왔고, 내가 지향할 바를 깨닫게 됐다. 가수 김동률 같은 글을 쓰고 싶다고.



그의 음원이 나오면 1위도 하고, 콘서트가 열리면 빠르게 매진되지만 김동률의 노래가 '핫'하거나 '힙'하지는 않다(핫하고 힙함의 정의는 모르겠지만, 그 느낌적인 느낌이..). 김동률은 언제나 자기 다운 곡을 써왔고, 그 다운 곡이라 그의 곡을 꾸준히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는 꾸준히 잘하는 사람이었다. 자기다움을 잃지 않으면서 계속 발전하는 중이다. 자기다움과 대중의 기호의 교집합을 놓치지 않으면서. 


나도 그러고 싶다. 내게 '반응'을 물어보셨던 분의 의중처럼 내 글이 여기저기 수천 번의 공유를 일으키지 않더라도 나는 나다운 글을 - 지속적으로 나의 성장과 맞물려 글도 여물면서 - 쓰고, 나다운 글을 좋아해 주는 팬들이 하나둘씩 늘어날 수 있다면 좋겠다. 자주자주 글을 쓰고, 반응 하나하나에 마음을 들이면서 가다 보면 그럴 수 있겠지. 쓰는 사람, 읽는 사람 모두에게 의미가.


쓰다 보니 예전에 썼던 글이 생각나서 다시 읽었다. 4년 전에 썼던 글인데, 어쩌면 지금보다 더 뚜렷한 마음으로 글을 썼던 것 같다.


제가 늘 10년 동안 여러분들이 주신 펜레터 중에서 가장 가슴에 와 닿는 것은 
제 노래가 제가 의도하진 않았더라도
정말 우연히 어떤 자리에서 여러분들이 정말 힘이 드실 때
그럴 때 위로가 되고 도움이 된다라는
그런 내용의 글을 볼 때 정말 뿌듯하고 제가 이런 직업을 가진 게 감사하거든요.

 <김동률 2004 초대 콘서트 라이브 앨범 '하늘 높이' 중>


지금 쓰고 있는 글들 그리고 앞으로 쓸 글들이 위에 있는 률형의 고백과 같으면 좋겠다 생각한다. 내가 꼭 그런 걸 의도하지 않고 썼는데, 가끔 구독하시는 분들이 내 글에서 힘을 얻고, 새로운 시작을 할 힘을 얻는다는 댓글을 받으면 신비로움을 느낄 때가 있다. 그 글을 보고 좋게 받아들이고 결단한 것은 본인이기 때문이다. 그냥 '이렇게 하면  어떨까?'라는 글에서 실마리를 얻고 작은 빛을 얻어내는 건 자신이 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내 글이 어떤 작은 계기가 됐기에 내게 감사를 표하신다. 생면부지의 사람이지만 그가 쓴 글 하나에 최소한 오늘 하루 다르게 생각해볼 수 있단 것에 대해 감사를 표하는 일이 있다는 게 일상에서 찾기 어려운 독특한 경험이라 생각한다.

내 글을 통해 다른 사람들이 다른 생각을 하고, 낙관적인 마음을 품고, 힘들 땐 위로를 얻고, 어려울 땐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참 감사할 것이다. 지금은 '글'이지만 나를 통해 사람들이 한 걸음 내딛으며 나갈 수 있다면 좋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문득, 지금 만나고 있는 사람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