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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민씨 Mar 21. 2020

우리에게 필요한 '튀를리'


재택근무를 한 지 1달 가까이 됐다. 처음에는 방에서 혼자 일하니 일에 몰두할 수 있어서 좋았다. 1주일이 지났을 때 이상한 점을 느꼈다. 일과 삶의 구분이 모호했다. 일이 끝나지 않았다. 일이 끝나면 잤고, 일어나면 일했다. 


내가 쉬던 곳에서 일하니 일이 끝나고서 쉬는 게 쉼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쉼이란 존재가 삶에서 사라진 느낌이었다. 일상에 '튀를리'가 필요했다. 


날씨가 점점 좋아질 때면, 쉼이 필요할 때면 파리에 위치한 튀를리 정원에 갔던 기억이 난다. 짙은 녹색 향과 훈훈한 햇볕 아래에서 살짝 뒤로 눕게 모양 잡힌 의자에 앉았다.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읽고 싶은 책을 읽었다. 생각나는 이야기가 있으면 대화를 하고 다시금 책으로 돌아왔다. 나에겐 튀를리가 쉼 그 자체였다.



일상 속 '튀를리'

꼭 재택에서만 일을 해야 할 때가 있다. 업무 시간이 끝나면 노트북을 덮고, 일과 관련된 걸 다 끊었다. 잠깐이라도 동네 산책을 갔다. 단절된 시간과 공간을 가졌다. 통근 시간에는 일하지 않고, 그 시간에 할 다른 일을 찾았다. 


일이 끝난다면 완전히 일에 대한 생각 접는 게 필요해 보인다. 운동을 계속하는 것보다 쉼을 갖는 게 성장에 더 도움이 된다. 쉴 때 자라기 때문에. 기계도 쉬면서 정비를 한다. 일도, 삶도 쉴 때 더 나아갈 준비를 할 수 있다. 더 나아가기 위해 일을 했다면, 같은 마음으로 잘 쉬워야 한다.


지금 사태가 끝나고 다시 돌아갔을 때여도 일주일에 한 번 또는 잠깐이라도 나만의 튀를리가 필요하단 생각이 들었다. 튀를리에 대한 첫인상은 '여기는 작정하고 쉬라고 만든 곳이구나'였다. 나만을 위한 시간과 공간 찾는 것. 작정하고 쉬는 시간을 갖는 것. 내겐 산책과 책, 글쓰기, 대화, 음악 듣기가 튀를리이다. 새벽에 일어나 좋아하는 음악과 함께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친구들을 만나 대화하고, 선선한 저녁 밤공기를 마시며 산책하는 것. 그때 나는 쉼을 얻고 다시 나아갈 힘을 얻는다. 


당신의 '튀를리'는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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