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여행을 마치며 가족 여행을 하고 깨달은 것들
싱가포르 여행 후기입니다.
엄마와 누나와 나까지 셋이서 가족 여행을 했다. 누나가 결혼하기 전 마지막으로 함께 하는 가족 여행이란 의미에 다 같이 들떠서 여행을 갔다.
작년에 누나와 한 달 동안 유럽 여행을 다녀왔다. 나는 함께 여행 가기 전에 느끼는 들뜸이 막상 가서 만나는 현실에 부딪힐 때 기분을 알고 있었다. 어떤 일이 일어날지 짐작할 수 없었지만 어떤 일이 일어나긴 할 거란 예상은 할 수 있었다.
여행 가기 전 날에 본 영상이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Uzr6chSivbM
세상을 바꾸는 시간 이란 강연회의 <748회 행복을 원하시나요? : 진정한 휘게의 비밀>이었다. 요새 휘게 라는 단어를 자주 생각하는 중이어서 짐을 싸며 보았다. 3:58에 나오는 '행복은 매 순간의 선택'이란 부분이 마음에 남았다.
행복을 선택한다는 것. 행복하기를 선택한다는 것. 행복하게 할 것을 선택한다는 것. 이 개념이 계속 남았다. 이 문장을 보니 나는 어떤 상황이 되면 행복해지는 거라 생각해왔다. 행복하기를 선택할 수 있다는 생각이 있는 사람은 행복을 선택할 수 있었다.
'자유' 여행이란
여행은 쉽지 않았다. 각자 가고 싶은 곳이 달랐다. 각자 몸 상태도 달랐고 감정 상태도 달랐다. 날도 날인지라 덥고 습하고, 갑작스러운 비도 오고. 정황만 보면 갈등이 생기기 쉬워 보였다. 쉽기도 했고.
그때그때마다 나는 어떻게 해야 이 순간에 행복을 선택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됐다. 그게 될 때도 있고 안 될 때도 있었다. '이 순간에 강연자가 오면 어떻게 했을까, 그 사람은 행복을 선택할 수 있을까?' 란 생각이 들던 때도 있었다. 어떨 땐 '아 행복을 선택하길 잘했다' 싶기도 했다.
여행에서 한 가지 마음을 정해야 한다면 '행복을 선택하자'를 선택하기로 했다. 누군가와 함께 한다면 누군가와 행복할 선택을 하자. 일정과 장소에 행복이 결정되게 하지 말고, 자유롭게 행복을 선택하자. 나와 함께 한다면 내가 행복할 선택을 하기로 했다.
자유 여행이 무엇일까. 소위 '패키지' 여행이 아니면 자유 여행일까? 내가 이번 경험을 통해 새롭게 정의한 자유 여행은 '행복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가 있는 여행'이다. 패키지여행이든 배낭여행이든 진짜 '자유'한 여행을 할 수 있다면 좋겠다 싶다. 셋이 가거나 혼자 가도.
함께 여행한다는 건
혼자만의 여행이라면 행복은 자신의 선택, 책임이다. 같이 가면 같이의 책임이 있다. 같이 행복을 선택하겠다는 의식이 필요하다.
냉소적이거나 부정적 의견에 무책임과 무관심에 배려 없음까지 엮이면 돌이키기 어렵다. 같이 선택하기 위해 희생해야 한다. 서로 맞춰간다는 건 '함께'의 선택을 위해 '나'만의 선택지를 일정 빼야 한다는 것. 그게 어렵다면 함께 갔지만 따로 다니는 방식을 해야겠다. 우리 가족은 함께 가길 선택했으니깐.
함께 행복을 쉽게 만드는 것 중 하나는 대화가 통해야 한다. 함께 가서 이어폰 꼽고 있을 게 아니라면 말이 통해야 한다. 침묵의 대화 코드도 맞아야 한다. 한쪽은 계속 이야기하고 싶어 하고 한쪽은 때로는 조용히 걸으며 생각한다면 갈등이 일어날 수 있다. 거기에 개그 코드가 맞는 것도 중요한 부분.
대화가 안 통하면 패키지여행이나 배낭여행에서 처음 만난 이와 그냥 따로 걷는 것과 다름없다.
다음 '자유'여행은
다음 여행이 언제일지는 모르겠다. 상반기 내 또 좋은 기회가 생기지 않는다면 하반기에야 갈 수 있겠지. 그때는 '자유' 여행을 가고 싶다. 혼자여도 함께여도. 혼자 간다면 그때까지 나 자신과 더 친해지고 싶다. 함께 간다면 함께 행복하기를 선택할 수 있는 사람과 가고 싶다. 대화가 통하고 개그 코드가 맞는 이와 가고 싶다. 막상 가면 또 힘들 수 있지만 그럼에도 같이 견디고 극복할 수 있는 사람과 가고 싶다.
이번 여행이 '완전히' 만족스럽냐고 한다면 그렇다고 하긴 어렵다. 그럼 어땠냐고 물어보면, 만족스러웠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적절한 만족과 다소의 불만족이 함께 있었다. 그래도 그 과정에 행복하길 선택했다. 시간이 지나면 여행의 어떠했음은 잊히고 여행을 갔음이 남는다. 누나가 결혼하기 전 가족 여행을 다녀왔단 것이 남을 것이다. 그런 점에선 충분히 만족스럽다.
언젠가 있을 '완전히' 만족스러운 여행, 언제 가도 아쉬울 수 있지만 그 언젠가를 바라며 가는 게 또 여행의 묘미 아닐까.
다음 여행이 언제일지, 어디일지, 누구와 갈지 벌써 슬슬 조금씩 고민해본다.
1일 : https://brunch.co.kr/@chaeminc/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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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chaeminc/ 에 여행 사진 한 장에 짧은 글을 올리는 중입니다.
런던에서 파리까지 여행기를 담은 제 책 <여행을 일상으로, 담다 Vol 1>을 아래에서 구입하실 수 있습니다. 책 쓰기 수업을 듣고 소량으로 초판을 낸 것이라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제가 혼자 쓰고 담고 편집한 거라 부족한 부분이 제법 있긴 합니다. 그래서 다음 판은 개정해서 내려고 하지만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다 팔리면 얼른 해볼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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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트는 싱가포르관광청으로부터 일부 경비를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