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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민씨 Mar 22. 2017

어쩌다 보니 싱가포르 가족 여행

싱가포르 여행 첫 날

여행 사진에 대한 코멘터리 방식의 글입니다. 세세한 여행 정보가 담긴 글은 아닙니다. 사진과 글을 통해 제가 느낀 싱가포르, 여행의 느낌들을 같이 느낄 수 있길 바랍니다.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chaeminc/ 에 여행 사진 한 장에 짧은 글을 올리는 중입니다.


런던에서 파리까지 여행기를 담은 제 책 <여행을 일상으로, 담다 Vol 1>을 아래에서 구입하실 수 있습니다. 책 쓰기 수업을 듣고 소량으로 초판을 낸 것이라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제가 혼자 쓰고 담고 편집한 거라 부족한 부분이 제법 있긴 합니다. 그래서 다음 판은 개정해서 내려고 하지만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다 팔리면 얼른 해볼게요.. :)


http://www.nomadlog.net/product/detail.html?product_no=22&cate_no=1&display_group=2





갑자기 싱가포르를 다녀왔다. 혹시나 해서 지원한 '트래블라인과 떠나는 싱가포르 여행'의 기회를 받았다. 들뜬 기분도 잠시 휴가를 내기 위해 매일 같이 늦게 까지 일했다. 싱가포르 도착할 때까지도 싱가포르에 뭘 봐야 하는지 찾아볼 겨를이 없었다.


선정된 걸 알자마자 바로 집에 연락했다. 같이 기뻐하며 축하했다. 일이 끝나고 연락받았다. 동반 2인이 있으면 어떻게 하는지 알아보라고. 응? 동반 1인도 아닌 2인? 엄마와 누나가 뽐뿌를 강하게 받아서 같이 가는 걸로 결정했다. 누나 결혼 전에 가는 마지막 가족 여행이란 의미가 컸다.


나는 도무지 짬이 없어 할 수 없었고 유럽에 이어 이번에도 누나가 숙소와 비행기 예약까지 다 했다. 같은 항공사에 시간 맞추고, 제공받은 호텔에 연락해서 세 명이 묵을 숙소로 바꿔달라고.


선정은 나 혼자된 거지만 여행은 엄마와 누나 우리 셋이 가게 됐다.




성인이 되고 이렇게 가족 여행 간 건 처음이다. 어렸을 때는 자주 다녔는데 자랄수록 각자 다 바쁜 사정이 있고 상황이 있었다. 이렇게 기회가 생겼어도 간다는 마음을 안 먹는 한 또 '언젠간'이란 단어에 막히곤 한다. 일단 간다, 방법은 나중에 생각하는 태도가 일을 만든다(여러 의미로).


인천 공항에 도착해 캐리어를 카트에 담아 갈 때 느껴지는 손의 묵직함, 새벽 일찍에만 느껴지는 특유의 내음은 들뜨게 한다.



새벽 일찍 갔음에도 사람은 많았다. 다들 어디론가 가는구나. 그들의 각자만의 여행 이야기가 궁금하다.



기프티콘 받은 게 생각나서 같이 마셨다. 아침 못 먹고 나와서 배고플까 샌드위치도 챙겼다. 이때 안 건데 얼음이 든 음료는 기내 반입이 가능하고 뜨거운 음료는 반입이 안 된다. 조금 식어서 미지근하면 가능한데 들어갈 때 검사하시는 분이 잡아보곤 아직 따뜻해서 안 된다고 하셨다. 정작 들고 들어간 음료는 좁은 이코노미석에서는 이리저리 흘려서 애물단지 같았다. 다음엔 안 가지고 와야지 생각했다.



이코노미 석은 좁아서 다리가 많이 불편하다. 맨 뒤에 가서 스트레칭을 하기도 했다. 뒤에 화장실이 꽉 차서 앞으로 가니 사용할 수 없는 화장실이라고 한다. 비즈니스 클래스 화장실이었다. 이코노미 사람들은 비즈니스 화장실 이용을 못 한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왠지 설국열차 생각이 났다.


다 같이 모니터를 앞에 두고 앉으니 운전면허 시험 보는 풍경 같기도 하고 한 공간에 이리 오밀조밀 모여 앉은 이들의 뒷모습을 보니 묘한 느낌이 들었다.



싱가포르가 가까운 줄로만 알던 나는 이번에야 6시간 넘게 걸린다는 걸 알았다. 아침을 주셔서 미리 사둔 샌드위치는 먹을 기회가 없었다. 오고 갈 때 나온 식사는 돼지고기, 소고기 비빔밥이 번갈아 나왔다. 밥을 먹고 책을 보려 했지만 <라라 랜드>가 있단 걸 알게 됐으니 안 볼 수 있을까. 덕분에 시간이 금방 갔다.



싱가포르 도착. 아빠와 아이의 마음의 중간이 내 마음이었을까.



여행을 다녀와서야 느낀 건데 이 모습이 싱가포르 전경을 제대로 표현한 게 아닐까 싶다. 내가 느낀 싱가포르의 색은 회색 배경에 만연한 짙은 녹색의 조합이었다.


입국 심사가 빡센 건 아닌데 앞에서 빠꾸 당한 사람이 많다. 나오는데 캐리어 검사 라인으로 불려 갔다. 담당하는 사람이 땡기면 받고 아니면 보내주는 건지 기준이 뭔지 궁금했다.



호텔까지 가기 위해 택시 타러 갔다. 한 노인 분의 안내를 받았다. 처음으로 싱가포르 현지인의 영어를 들었는데 알아듣기 어려웠다. 눈대중으로 알아듣고 앞에 있는 택시에 탔다.



싱가포르는 우리와 운전자 위치와 운전 방향이 반대다. 영국의 영향을 받은 걸까? 첫 택시 기사 분은 친절했고 치아가 두 개만 보였다. 공항을 벗어나면서부터 진짜 가이드란 생각이 들 정도로 상세하게 지나가며 보이는 모든 코스를 설명해주셨다. 잘 알아듣기 어려운 발음과 쉴 새 없이 알려주셔서 말해주신 거에 비해 기억나는 건 적었다. 다행히 트래블라인 앱을 통해 미리 봐 둔 이름들이 있어 조금 알아들을 수 있었다.


지금 기억나는 건 몇몇 코스들, 싱가포르는 길이 One way 여서 택시 타는 방향이 중요하다, 전자 상가 쪽에선 현지인이 아니면 물건 제 값에 살 수 없으니 보기만 하라 등등. 미리 준비해둔 돈이 없어 팁을 더 드리지 못했지만 조금의 팁을 드렸더니 몇 없는 이가 다 보이게 활짝 웃으셨다.



호텔 Hotel Jen Orchardgateway(택시 기사님이 알려준 하나는 Jen이라는 호텔이 두 군데 있으니 정확한 위치를 말해줘야 기사가 제대로 찾아갈 수 있다고). 체크인하는 로비에 언제든 마실 수 있게 둔 레몬 넣은 얼음물이 센스 있다.



깔끔했다. 화장실도 괜찮은 편이었고. 침대 왼편으로 작은 침대를 하나 더 넣어서 셋이 잘 수 있었다. 정책인지 모르겠는데 올려둔 팁을 끝끝내 가져가지 않으셨다. 3박 하는 동안 쾌적하게 사용했다.



뷰티 크리에이터가 쓸 법한 조명이 달린 확대경이 있었다. 지금까지 내 모든 여행기의 눈이 되어준 SONY RX 100 MK3. 3박 동안 열일해줬다. 모든 사진은 이 카메라로 찍은 사진입니다.



조식을 드시고 싶으신 어머니의 명에 따라 누나가 조식이 되는지 알아봤다. 한 번 먹을 거면 3박 하는 동안 먹어야 한다고 했다. 이야기만 한 줄 알았는데 얼떨결에 예약이 된 걸 와서 알았다. 3일 아침 내내 진짜 잘 먹었다. 그 아침 만찬을 예상하게 한 셰프의 뒷모습.



호텔에서 나와서 건너자마자 있던 놀이터(?). 가족끼리 와서 킥보드와 보드를 타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싱가포르 여행 내내 느낀 것 중 하나는 울창한 나무가 참 많다는 것. 도시 계획 자체가 나무를 중심으로 한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버스를 타고 싱가포르 강 근처로 가기로 했다. 버스 타고 가면서 <트래블라인> 앱에 있는 정보들을 봤다. 이때서야 처음으로 싱가포르에서 어디를 갈지 생각할 수 있었다.



이 귀여운 이지링크 카드를 하나 사서 계속 충전해서 쓰는 방식이었다. 한국의 티 머니랄까. 환불받는 방법이 있는데 우린 일정이 바빠서 받을 겨를이 없었다.



이 건물을 자주 지나쳤는데 이름을 알지 못했다. 무지개색 창틀이 건물 전체를 장식한다.



싱가포르 강가에 도착했다. 멍하니 흐르는 강과 지나가는 배를 보고 싶은 곳이었다.



혹시나 기회가 있었다면 강가에 앉아 식사를 해도 좋았겠다.



혹시나 시간이 더 있었다면 이 강가를 더 왔을 텐데. 앉아서 쉬며 시간을 보냈을 텐데.



Jumbo Seafood Restaurant 에 도착했다. 트래블라인 앱에서 추천받은 곳 중에 하나였다. 처음 강가에 있는 곳에 갔는데 웨이팅이 30분이 넘었다. 꼭 강가에 앉아야 하는 게 아니면 다른 지점도 있다고 해서 갔다. 유심을 샀기에 전화를 받을 수 있었다. 길을 잘못 들어서 중간에 전화를 받기도 했다.


크랩을 주면 잘 먹긴 하지만 선호하진 않았다. 저 칠리크랩 소스가 하도 맛있어서 소스를 따로 판다고도 들었다. 나중에 집에 가져가서 소스에 밥을 비벼 먹기도 한다고. 사진에 보이는 볶음밥이 진짜 맛있었고, 새우도 괜찮았다. 크랩은 소스가 특이한 향이 나면서 맛있었다. 결국 셋을 같이 비벼 먹는 게 제일 맛있었다.


모든 게 유료다. 물수건도 차도 땅콩도. 물티슈 안 챙겨가면 돈 날릴 게 생긴다. 손으로 안 잡고 먹기는 어렵다. 싱가포르 항공사 항공권이 있으면 할인된다는 이야기를 트래블라인 톡에서 들었지만 이미 계산하고 좀 지난 상태여서 받지 못했다.



한껏 배 터지게 먹고 나오니 해가 졌다. 밤이 되고 강 옆이니 한결 선선하다. 싱가포르 강가는 혼자 오든 둘이 오든 좋은 느낌이 들 것이다. 이왕이면 사랑하는 이와 오면 더.



이 주변을 지나갈 때마다 가끔씩 들리는 비명 소리의 근원지.



작은 강이지만 알찬 야경이랄까. 화려하지 않지만 시선을 끌어 당기는 매력이 있어 넋 놓고 보고 있었다.



호텔 근처는 쇼핑몰도 가득했고 그만큼 Pub이나 식당도 많았다. 사람도. 작은 분수 덕에 나름 운치 있는 느낌이 들었다.


분수에 뛰어들 나이란 게 있을까 문득 생각났다. 어른들은 이제 저 물놀이를 하지 않는 것 같아서.



낮엔 이 공원에 가족끼리 있었다면 밤엔 청년들이 있었다. 싱가포르 가서 느낀 것 중 하나가 담배 피우는 사람이 진짜 많다는 건데 청년들이 다 같이 담배를 피고 있으니 한국 정서상 순간 움찔하기도 했다. 다시 보면 그냥 담배를 다들 많이 피우는 것일 텐데.



호텔 Jen과 붙어있는 313 Somerset. 명동 같은 곳이란 이야길 자주 들었다. 그만큼 관광객들이 많다. 호텔 옆이기도 해서 우리도 매일 지나다녔던 곳.



유럽에서 많은 신세를 졌던 코스타 커피를 여기서 다시 만났다. 반가워서 음료를 마셨다. 여기 와서 코스타 커피가 런던에서 시작한 걸 알았다.


하루 종일 걷고 걸으며 지친 숨을 여기서 쉬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누나와는 한 달의 유럽 여행으로 어느 정도 맞춰가는 게 어렵지 않았다. 엄마와는 첫 여행이었는데 앞으로 왠지 쉽지만은 않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셋의 기호와 욕구를 충족시킨다는 게, 서로서로 공감한다는 것의 어려움과 그걸 못 했을 때 생기는 감정의 잡음이 들렸다.


다만 셋이 왔다는 그 사실 하나로 낙관적인 마음을 가지려 해봤다.



 본 포스트는 싱가포르관광청으로부터 일부 경비를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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