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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우 Jan 17. 2018

하코다테로 향하는 그 길, 여행 사진

2018, 홋카이도로 갑니다.




하코다테로 향하는 그 길, 여행 사진




  감성적인 시간에 울리는 메시지, "우리 홋카이도 다녀올래요?", 여행을 하면서 만났던 친구들과 함께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대화방을 만들었고, 그 대화방은 5년 동안 유지하고 있었다. 그 사람 중에 막내란 자가 무심코 메시지를 올린 것이다.  밖 날씨가 추워졌기 때문인 걸까? 아니면 창 문 너머로 내리는 하얀 눈을 가득 보고 싶었던 것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이 여행에서 뭔가 의미를 찾기 위함일까…

나를 비롯해 여행자들은 크게 고민하지 않았고, 곧바로 홋카이도로 떠날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약 10일 후면 떠난다. 저가 항공으로 비행기를 끊고 편하게 쉴 수 있는 민박(BnB)을 예약한다. 홋카이도 현지에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JR패스와 차량을 예약하고 옷은 각자가 알아서 챙긴다. 따로 여행 일정은 없었다. 서로 보고 싶은 것, 가고 싶은 장소, 먹고 싶은 요리가 다르기에 현지에서 결정하기로 했다. 홋카이도에 위치한 장소들만 크게 네 가지로 분류했다. <하코다테, 오타루, 삿포로 그리고 비에이>.

지방에 살고 있는 나는 출발하는 당일 일찍 피곤한 몸을 이끌고 서울에 도착했고, 곧이어 나는 공항이었다. 평일임에도 공항에는 수많은 사람들도 북적거린다. 더군다나 새벽 4시. 이 사람들은 대체 어디로 간단 말이지? 내가 탈 비행기를 마주하기까지 공항에서만 3시간이 걸렸다. 사람들을 뚫고 들어서는 그 과정은 30대에 접어든 내 정신과 체력이 뒷받침을 할 수 없었다. 아마 이번 여행에서 출발하는 이 과정이 가장 힘들었을 것이다. 서울에서 홋카이도 신 치토세 공항까지는 약 2~3시간이 걸린다. 새벽부터 움직인 터라, 잠깐 눈을 감고 뜨니 벌써 섬 땅에 도착했다. 여기는 홋카이도다.












일어를 할 줄 몰라서 공항 밖으로 나서는 것조차 힘들지 않겠지? 놀랍게도 우리 셋은 그 누구도 일어를 할 줄 모른다. 그래서 누가 누굴 챙겨줄 여유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때론 영어를 섞어서, 때론 몸짓 발짓으로 소통을 했다. 영어를 못하는 것은 일본인들도 마찬가지라, 웬만하면 몸짓으로 다 표현이 가능했고 소통이 원활했다.


공항에서 빠져나왔다고 여행이 시작한 것은 아니다. 구매했던 JR패스를 티켓으로 교환하고 열차 운행 시간도 확인해야 된다. 숙소 정보를 다시 한번 점검하고 전 세계인이 모여드는 이 공항을 어서 빠져나가기로 한다. 한숨을 돌리고 나서야 가방 속에 있던 카메라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하코다테로 향하는 그 열차에 몸을 실었다.


하코다테로 향하기 위해서는 미나미 치토세 역에서 한 번 환승을 해야 된다.



홋카이도(북해도)가 추운 줄 알고 왔으면서도 막상 역 밖으로 나오니, 그 추위가 매섭다. 물론 당시 한국의 추위와는 비교할 바가 못됐지만 바람이 한 번 불면 모든 사람이 등을 돌릴 정도였으니 확실히 밟고 싶었던 홋카이도 땅이 맞다.

미나미 치토세 역에서 하코다테까지는 약 4시간 정도 소요됐다. JR패스를 티켓으로 교환할 때 역무원은 나에게 지정석을 내어줬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자유석에서 힘들게 앉아서 갔거나, 아니면 열차 어딘가에 서서 가야 했을 것이다. 생각해보건대, 그 역무원이 참 고맙게 느껴진다. 안 그래도 힘들었던 당시의 내 정신과 체력을 생각하면 이때 자리에 앉아서 가지 않았더라면, 하코다테에서의 첫날을 숙소에서만 보냈을 것이다.



그렇게 몇 시간이 흘렀을까? 열차 안에서 내리는 눈 꽃을 구경하고, 홋카이도의 풍경을 감상하기도 하면서, 또 잠에 드니 적어도 알아들을 수 있는 하코다테 역에 도착한다는 방송을 듣게 됐다. 그 느낌은 마치 대전에서 출발해서 부산에서 내리는 것처럼 홋카이도 내에서 최남단에 속하는 하코다테를 맞이하는 순간은 그리 낯설지가 않았다. 내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밤으로 향하고 있었다. 홋카이도는 오후 4시만 돼도 컴컴한 밤 세상으로 변신해버린다.



JR 하코다테 역, 오후 4시임에도 벌써 이곳은 밤이 되어 있었다.







숙소까지는 걸어서 약 20분 거리, 택시나 트램을 타면 3분이면 도착할 거리를 걷기로 마음먹었다. 드르륵 거리는 여행 가방 소리에 취해서 걷고 또 걷다 보니 내가 예약했던 숙소가 눈앞에 보이기 시작했다. 여행의 첫날은 숙소 안에서 따뜻한 물과 함께 모든 것을 털어버리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어릴 적에도 겨울에 춥게 놀면 집에 돌아가서는 매우 달콤하게 쉴 수 있었던 기억이 난다. 따뜻함은 그런 매력이 있다.



아무도 없는 거리를 걸었다. 아직 오후 5시 밖에 되지 않았는데, 체감하기로는 밤 11시는 되어 보인다. 적도와 멀리 떨어진 섬이다 보니 겨울의 홋카이도는 낮보다 밤이 훨씬 길다. 때문에 어쩌면 여행하기엔 그리 흥미로운 곳은 아닐 수 있다. 우리는 낮에 더 많은 풍경과 거리 그리고 사람들을 보고 싶으니깐.

이 순간에도 다행스러운 사실 하나는 숙소 앞에 마트가 있다는 것이다. 그것도 홋카이도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 마트. 춥지만 유명한 그 아이스크림을 하나 사 먹어본다. 아, 춥다.



짐을 풀고 숙소에서 바라본다. 이 도시를 어떻게 여행할까? 이제는 구석구석 돌아다닐 생각에 가슴이 흥분되기 시작한다. 분명 새로운 뭔가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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