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한 달 살기 여행 에세이 EP.13
여기는 제주도, 살고 있는 집 주변에 높은 건물이나 산이 없기 때문에 시야감이 매우 좋다. 내려앉는 태양도 바라볼 수 있고, 반대로 떠오르는 태양도 잘 보이는 곳에 살고 있다. 제주도로 떠나기 전엔 매일 같이 일출과 일몰을 볼 줄 알았는데, 막상 제주도에 살아보니깐 도시에서 있던 습관처럼 늦잠을 잔다거나, 소파에 앉아 TV만을 본다거나 아니면 뭘 사 먹는다거나. 비슷비슷하게 하루가 돌아간다. 그래도 이 날은 특별했다.
아침 일찍 아우터를 입고, 그것도 양말도 신고. 일출을 바라보기 위해서 해변으로 떠났다. 삼달리에 살고 있는 나는 근처에서 일출 포인트로 가장 유명한 <광치기 해변>으로 향했는데, 나와 아내뿐 아니라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일출을 감상하기 위해서 모여들고 있었다. 큰 해변이라 좋은 자리, 나쁜 자리는 없지만 이처럼 부지런한 사람들을 보면서 나 자신이 부끄러워지기 시작한다. 2박 3일, 3박 4일의 여행을 위해서 떠나온 사람들이기에 한 달 동안 있는 나는 대체 뭘 하고 있었던 건지.
떠오르는 태양을 맞이하면서 좀 더 예쁘고 즐거운 제주도 한 달 살기를 만들어 보기로 결심했다. 아내가 곧 회사로 복직하기에, 좋은 추억을 만들어주고 싶다.
아름다운 일출, 제주 광치기 해변
기상은 하루에도 오락가락한다. 매일 태양이 떠오른다고 우리는 한결같이 일출을 볼 수 있는 게 아니다. 이 영역은 정말 신이 허락해야만 하는 걸까? 여행을 하면서 수없이 일출을 보기 위해서 도전했지만 내 기억으론 성공한 횟수가 그렇게 많지 않다. 미세먼지 때문이거나, 안개 또는 구름에 가려서 떠오르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래서 우리는 더 드라마틱한 일출에 시선을 빼앗기나 보다.
제주도 동쪽, 성산일출봉이 보이는 이 바다는 수평선 위로 태양이 떠오르는 것을 함께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왼편으로 성산일출봉은 보너스라고 느껴진다. 사진과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추천하고 싶은 장소이기도 하며, 바다 앞의 이끼가 제주도 나름의 풍경을 그대로 전해준다. 화산섬 그리고 제주도. 그 느낌을 받기에 충분한 장소가 아닐까? 아름다운 일출을 보고, 맛있는 식사를 하면서 여행의 하루를 시작하는 것도 좋다. 아니, 제주도는 그냥 다 좋다.
정신 차리지 못하는 수아(딸)를 껴안고 제주도 광치기 해변에 도착했다. 새벽바람에 춥다. 일출을 보기 위해서 이른 시간에 찾진 않았고, 해가 뜰 때 쯤해서 찾아갔는데, 역시 사람들이 많다.
일출을 감상하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이렇게 편안하게 감상하는 사람은 나도 처음 봤다. 부러워지는걸? 어차피 기다려야 할 것이라면 좀 더 편하게 기다리는 것이 좋지 않은가.
하늘이 붉어진다. 구름에 가린 태양은 그 모습을 비출 생각을 하지 않다가도,
이렇게 잠시나마 빼꼼 나와주신다. 사람들은 이 순간을 기다리지 못해서 떠나는 경우가 많다. 조금만 더 기다리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데 말이다.
그저 멍하니 쳐다보게 된다. 태양이 뜨고 지는 것은 우주의 섭리이지만 그것을 감상하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르다. 나는 저 붉은빛을 정면으로 쳐다보면서 아무 생각도 없었다. 소원이라도 빌어볼 것을 그랬나?
아름다운 풍경이 연출된다. 바다, 이끼, 돌, 구름, 하늘, 태양.
사진가들은 셔터를 누르기에 바쁘고, 여행자들은 SNS에 올리기 바쁘다. 아무튼 좋은 풍경에는 모두가 바빠진다. 지나갈 과거를 담을 수 있다는 것은 사진이 갖고 있는 큰 매력이기에 나도 계속 찍어본다. 필름이었으면 상상도 못 하였을 것을 …
제주도에서의 열다섯 번째 아침이 지나간다. 오늘은 아침부터 외식할 생각에 나도 아내도 모두 들떠 있었다. 광치기 해변에서 일출을 보고, 성산일출봉 부근에서 맛있는 식사를 하기, 이게 오늘 우리가 여행을 하는 방법이다.
-
광치기 해변에서
"해가 안 뜰 것 같은데? 보기 힘들겠어."
"조금만 더 기다려보자!"
"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