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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우 Mar 30. 2024

안도 다다오의 건축

Tadao Ando Samurai Architect


건축 회사를 퇴사한 이유는 여러 가지 있지만 가장 핵심적이었던 사항은 다른 건축을 경험해 보고 싶었던 것과 콘크리트에 대한 관심 때문이었다. 퇴사 직전에 함께 일했던 설계 실장님께서 추천해 줬던 한 편의 다큐멘터리 영화. 안도 다다오(あんどうただお)의 건축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기회. 건축에 대해서 좀 더 심도 있게 접근하고자 새로운 게시판을 만들었다. 30대에 접어들어 어쩌면 새로운 기회이자 영감일지 모르는 '깊은 건축'에 대해서 이해하고자 한다.


안도 다다오의 건축.

Tadoa Ando - Samurai Architect

2016.



자연과의 어우러짐.

인간조차 자연의 일부임을 깨닫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다만 그것을 우리 생활에서 실천하고 행동하는 것은 너무도 어려운 일이었다. 당장 아파트 삶을 살고 있는 우리 집을 바라보자. 내 주변에 식물과 나무가 있는가. 나 이외에 자연적인 존재는 존재하는가. 건축은 이런 조화로움을 추구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사진은 빛으로 쓰는 그림이라고 말한다. 건축은?

빛으로 보는 세계는 아닐까. 안도 다다오의 건축은 건축과 자연의 조화를 추구한다. 빛 또한 자연의 일부임을 '빛의 교회'를 통해 일깨운다. 창조주는 곧 빛이라 일컫는다. 집 밖의 교회들을 보자. 십자가를 어떻게 표현하고 있는지 가만히 보고 있으면 그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경우를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십자가와 빛. 이 두 가지의 본질을 안도 다다오는 건축을 통해서 통찰했다. 매우 깊은 인상을 받은 구간이라고 할 수 있다.



안도 다다오 - 빛의 교회



안도 다다오는 노출 콘크리트를 사랑한다. 이는 그가 건축 자재 본연의 질감을 선호했다는 말과 같다. 그 밖에 무언가로 꾸미지 않는 것. 이 사실은 이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다뤄진다. 콘크리트라는 자재를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환경을 파괴하는 주범 중 하나라고 생각했으며 삭막하게 만 여겨졌던 건축 자재가 바로 철근 콘크리트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은 인식의 차이 때문임을 배운다. 어릴 적부터 높은 아파트를 보고, 도심의 도시화를 눈으로 보면서 자라왔던 환경이 콘크리트에 대한 불쾌함으로 이어진 듯하다. 심지어 지금 아파트에 살고 있음에도 말이다.

대한민국의 건축 방향이 그리고 콘크리트의 사용이 이롭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서 그런 것은 아닐까? 이 자재를 심도 있게 다뤘다면 우리는 좋은 건축물, 좋은 공간 안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받았을지도 모르겠다. 안도 다다오의 건축에서는 콘크리트가 가지고 있던 긍정적인 역할을 얼핏 보여준다.



인문학.

사람과 관련된 근원적인 문제, 사상, 문화 등을 연구하고 개발하는 학문이다. 건축에서는 이 소양이 더욱 각별하게 다뤄진다. 모든 건축은 사람이 그 공간을 이용하고자 함에 있기 때문에 인간의 성질을 고찰할 필요가 있다. 사소한 것 하나까지도. 영화에서는 공간을 창조함에 있어서 'Why?, 왜?'를 계속 묻고 답한다.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면 기존 건축과 현대 건축의 조화를 추구한다. 그리고 이런 생각은 그 어떤 건축가 모두가 하고 있는 생각이라 생각된다. 나조차도 그렇게 생각하기 때문. 안도 다다오의 건축은 그런 것을 어김없이 보여준다. 오래된 벽돌을 훼손하지 않기 위한 노력은 안도 다다오가 건축을 어떤 자세로 접근하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솔직히 약간의 감동 포인트였다.



중간중간에는 안도 다다오의 건축을 설명 없이 보여주기도 한다. 눈으로도 즐거운 다큐멘터리 영화가 아닌가 싶다. 안도 다다오의 건축은 늘 주변에 나무가 있고 숲이 있고 물이 있다. 건축 또한 자연의 일부임을 지속적으로 강조한다. 또한 이 건축은 영원하지 않으며 계속 재창조되기 때문에 인간은 언제나 겸손한 자세로 이것을 지켜나가야 할 필요성도 제기한다.



반가운 장면들. 우연한 기회로 나오시마에 갔던 기억이 난다. 저 호박들 앞에서 인증 사진을 촬영하기도 했고 심지어 만져보면서 그 질감을 확인했었다. 그때는 지금처럼 건축에 관심이 있지 않아 그저 멍하게 바라봤다. 지금 봐도 멍하다. 근데 그때는 알지 못했던 귀여움? 깜찍함? 흥미로움이 생겼다. 나오시마에서는 안도 다다오의 작고 큰 건축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 언젠가 다시 방문할 수 있길 희망할 뿐이다.



건축물을 어떤 형태로 기억하는가?

어떻게 관찰하고 있는지 생각해 보자. 건축 회사를 다녔던 나도 건물의 외형, 외관에 더욱 관심을 많이 가졌다. 예쁜 외관, 관심을 끌 수 있는 외형이야말로 건축의 시작과 끝이라고 생각했다. 비록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안도 다다오의 이야기를 듣고 곰곰이 생각해 봤다. 내가 기억하는 건축물들은 알고 보니 내부에서 좋은 경험을 받았던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별마당 도서관, 현대 미술관, 소양 고택, 사운즈 한남 등 내부에서의 경험, 체험 등이 더욱 오랜 잔상을 남기는 듯싶다.



콘크리트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믿는다. 건축가는 원하는 것을 만들어 낼 수 있고 우리는 그것을 보고 경험해 영감을 받는다. 건축이 가지고 있는 순기능이지 않을까 싶다. 인간 사회를 바꿀 수 있는 힘 그리고 좋은 세상으로 다가가기 위한 노력은 땅과 건축에서 시작하는 것은 아닌가 생각에 잠겨본다.



나 또한 즐거운 일을, 내가 하고 싶은 일에 더욱 집중하기 위해서 퇴사라는 힘든 결정을 내렸다. 안도 다다오의 건축과 그의 철학을 들여다보면서 이 선택이 결코 틀리지 않았음을 깨닫는다. 건축사진작가로서 건축과 그것을 실행하는 건축사, 공간을 경험하는 사람들의 시선과 심리를 더욱 알고 싶어졌다. 퇴사 후 첫날. 좋은 마음가짐으로 시작하는 것 같아 기분이 나쁘지 않다.



- 디지털 구매를 통해 영화를 감상했습니다.

- 건축설계사무소의 분위기를 엿볼 수 있어 흥미로운 기회였습니다.

- 무엇보다 노출 콘크리트의 유연함을 만날 수 있어 인상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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