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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사진의 가치

건축사진작가가 생각하는 건축에서의 사진의 가치

by 건축사진가 김진철

건축사진작가가 생각하는

건축 시장에서의 사진의 가치



얼마나 좋은 시대인지 모르겠다. 사람의 눈으로 보여지는 매체로 모든 경제 활동을 할 수 있는 지금은 사진이 낼 수 있는 모든 퍼포먼스를 보여줄 수 있는 때라고 생각한다. 카메라 시장은 점점 사라지지만 사진은 그 가치를 온전하게 보여준다. 지금 이 글을 보는 사람들도 사진을 우선적으로 볼 테니깐.



사진은 영상과 다르게 정보를 매우 신속하게 전달할 수 있는 특징이 있기 때문에 사라지지 않을 예술로 기록될 것이다. 유튜브와 영상이 떠오를 때 사진은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했겠지만 절대 그럴 리가 없다. 인간은 빠른 것을 선호하지 않는가? 사진만큼 빠르게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매체가 있을까? (없다)



그래서 사진은 여전히 매우 매력적인 분야이며, 사진이라는 장르 안에서 다양하게 파생된 직업들도 여전히 큰 힘을 발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우리나라는 좀 이상하다. 분명히 그 가치를 피부로 느끼고 있으면서도 가치를 돈으로 환산했을 때는 사진에 대해서 그리 가치있게 바라보지 않는다. 가치란 것은 결국 돈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는데도 말이다.



가치가 있다면 그 가치를 지불할 수 있어야 된다. 지불은 돈으로 하면 된다. 열정이나 생각으로 대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은 정말 하수적인 발상이다. 어찌 그대는 남의 노력을 훔치려 하는가. 내가 이 일을 하면서 정말 자주 겪는 일이다. 출처를 표시할 테니 사진 사용을 허락해 달라거나 매거진이나 책을 넣을 예정인데 서로 윈윈이니깐 허락해 달라거나.



사람마다 이런 상황에 대해서 대처하는 능력이 다르겠지만 사진 시장이 이렇게 흐르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어 보인다. 그럼 그들은 나의 노력을 가져다 쓰는 대신에 가치를 불러일으키지 않은가? 결국 그들도 돈을 벌자고 하는 일일 터다. 근데 남의 노력의 결과물을 그냥 가져다가 쓴다고? 우리나라가 특히 이 부문이 너무 심각하다.


이 문제를 파고 들어가 보면 사진작가에게도 문제가 있음을 금방 알 수 있다. 어찌 보면 이 문화가 탄생한 이유는 정보를 원하는 자와 제공하는 자가 서로 어떤 이유로 공생하게 됐음이 아닐까? 물론 필요할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이런 현상이 당연한 것은 아니잖아? 정말 속상하다. 최근에도 많이 경험 중이다.


정말 유명한 매거진인데, 허가 없이 사용한다거나 추후에 내가 발견해서 지적을 하면 몰랐다고. 또는 유명 SNS 채널인데 그냥 사진을 가져다 사용한다거나. 이런 일을 너무도 뻔뻔하게 우리 일상 속에 들어왔다. 뭐 그리 당당한지 모르겠다. 남의 저작권을 사용했다면 최소한 저작권료를 지불해야 되는 것이 양심이다.



사진에는 가치가 있다. 이 가치가 너무도 커서 굳이 언급을 하지 않아도 된다. 나는 그 가치로 먹고사는 사람이고, 나의 클라이언트 또한 사진을 통해서 사업을 더욱 성장시키고 앞으로 나아간다. 이 두 관계에는 돈이라는 새로운 물질이 작용했고 그것을 위해서 서로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그 밖에 있는 존재들은 너무 쉽게 접근하려고 하고 있다.



원한다면 돈을 내라. 저작권료를 내고 사용하란 말이다. 그게 아깝다고? 그럼 나도 아깝다. 너무 쉽게 돈을 벌려고 하고 있는 그 모습이 정말 불쌍하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내가 충격을 받았던 것은 꽤나 큰 회사들에게서도 이런 자행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방송 업체에서도 연락이 왔었다. 사진을 사용하고 싶다면 돈을 내라고 하니깐 바로 끊어버린다. 이게 현실이다. 우리나라는.



건축 현장에서 도는 돈들이 건축물마다, 현장마다 모두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액수가 사용된다. 주택 한 채를 짓는데 몇 억은 기본이고 근린시설이나 공공건축으로 들어가면 수십억은 금방이다. 이런 상황에서 사진은 그 비용에 비해서 턱 없이 부족한 금액으로 촬영되는 경우가 99%다. 이미 건축 시장 안에서 사진에 대한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는데, 그 밖에 시장에서도 너무 쉽게 바라보는 것 같아서 정말 속상하다.



나는 건축 사진 시장 안에 있는 사람이라 이 분야의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모든 사진작가가 본인의 분야에서 더욱 강렬하게 주장을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사진을 촬영하는 것에 대한 자존심, 자존감, 프라이드가 있다면 이 일이 충분히 자본적인 직업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 된다. 그것이 우리 후배들이 이 직업에 대해서 매력을 갖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가 될 것이다.



너무도 간단하지 않은가? 사진은 전 세계가 인정하는 저작물이며, 어떤 경우에도 그 저작물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저작권료를 지불해야 된다. 이 인식이 당연한 것이고, 특별하게 작가의 승인 하에 사진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작가가 비용을 받든, 받지 않든 그것은 작가의 자유지만 비용 없이 사용한다는 것은 궁극적으로 비정상임을 일깨웠으면 좋겠다.



나도 그랬던 적이 있다. 사진작가가 됐던 초창기에는 많은 곳에 홍보도 필요했고, 레퍼런스도 필요했고, 다양한 곳에 인과관계를 갖는 것이 중요했기 때문에 어떠한 경우라도 요청한다면 사진을 제공하기도 했다. 지금은 그때를 진심으로 후회하고 있다. 나도 이 짜증 나는 문화가 조성되는데 일조했다는 것에. 지금 생각해 보면 굳이 그렇게 하지 않았어도 내가 잘하면 결국 잘 됐을 것이란 사실을. 사진은 진심으로 가치가 있는 예술이나 문학이자 상업이다. 이는 내가 하고 있는 건축 분야뿐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유효하다고 믿기 때문에 더 이상 쫄 필요가 없다.




#건축사진 #아키프레소 #건축사진작가김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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