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 사진을 찍는 사람의 에세이
2021년 2월 퇴사를 앞두고 다니고 있던 회사의 건축 실장님에게서 추천받은 건축가 안도 다다오. 그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 안도 다다오의 건축에서 나는 건축적으로 엄청난 통찰을 받았는데 그 이후 건축과 관련된 다큐를 찾아보면서 조금이라도 건축 분야에 대해서 이해하고자 노력했다. 내가 건축을 전공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사진을 배운 적도 없으니 늦은 만큼 더욱 시간을 많이 투자해야 쫓아갈 수 있다고 믿었다.
어느 날 제주도 현장을 촬영하고 있는데 제주도 건축주께서 건축 이야기를 하면서 나에게 이타미 준이라는 건축가의 일생을 이야기하며 제주도에 건축되어 있는 이타미 준 선생의 건축물을 함께 관람할 것을 추천했다. 그렇게 만난 다큐 이타미 준의 바다에서는 이번 글에서 언급할 건축사진작가 김용관 작가의 필모그래피가 있다. 그렇게 나는 김용관 작가 님을 알게 됐다. 그리고 그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피드도 구독하게 됐고.
선배 작가들의 글이나 사진 그리고 생각을 보고 느끼는 것은 내가 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학습의 태도였다. 예전에도 말했지만 사진 업계는 꽤나 보수적이기 때문에 다른 작가에게 사진을 배운다거나 작가와 작가가 만나서 이야기 나눌 일이 거의 없다. 그것도 개인으로 움직이는 작가들은 더욱 그 현상이 심한데, 이는 상업적으로 사진을 찍고 있는 작가들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현상과도 같다. 그래서 나는 내가 좋아하는 작가 님들의 글을 읽는 것으로 조금씩 이 시장에 녹아들고 있다.
2022년 10월 1일 정도였을까? 김용관 작가님께서 글을 하나 올리셨다. 건축 사진 업계가 현재 가지고 있는 통증과 본인의 과거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앞으로 우리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에 대한 의견 제시와도 같았다. 처음 읽었을 때는 그저 좋은 글이구나라는 생각으로, 두 번째는 아! 맞다! 그렇구나! 세 번째는 나를 돌아보는 시간으로 네 번째는 우리 업계가 함께 해야 될 것을 생각하는 계기로 그리고 다섯 번째는 김용관 작가님의 글을 보고 나의 생각을 밝혀보는 것으로. 그렇게 김용관 작가님의 그날 피드를 몇 번이고 읽었다.
김용관 작가님의 글
최근 대형설계사무소 위주로 동영상제작, 강연프로그램 진행등을 하는 듣도보도 못한 업체인지 개인들인지 모르겠는데,
모업체가 해당 대형설계사무소 설계한 실적작업들 사진작업도 함께 비즈니스를 한다고 한다.
그 비용이 30여컷 기준에 600.000원 받는다고...
뭐 자본주의 세상에서 밑바닥 3류들은 어느 분야에 없겠냐만은....
(못지않은 수준의 건설지비즈니스.관련 건물사진촬영도 일부(일부일까? 싶다만은) 큰 문제다.)
디자인을 한다는 설계회사에서 그것도 이름만 들어도 국내 굴지의 대형설계사무소들이 그런 3류들과 함께하고 있다니.
새삼 국내 건축이 문화는 개뿔 산업 뒷치닥거리 하는 수준이라는 걸 다시 한 번 상기시킨다.
(물론 훌륭한 수준과 의식을 갖춘 개별 작가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건 한편으론 희망적이지만)
내가 30여년. 정확히 29년전 독립했을 때 시작 비용이 150만원 이었다.
당시에도 몇 없던 건축사진가들 사이에서도 차이야 있었지만 상식을 크게 벗어나지는 않았다.
시장의 자유경쟁.다양성과는 다른 이야기이다.
보편적으로 다양함속에 질적 향상도 있어야 문화가 나아가는 것이지 스스로 바닥을 선택하는 건 전혀 다른 차원
남들 시간과 노력에 ㄸ물 튀기는 역할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나와는 관계없는 저세상 수준의 시장이지만
점점 더 바닥으로 떨어지는
이 바닥 끔찍하다. 끔직해
(직원 몇 명과 작은 규모의 주택설계 정도 하는 젊은 건축가 의식보다도 기록에 대한 깊이가 없다니...예전엔 대형설계사무소들도 그렇지 않았거늘)
암튼 빌어먹을 디지털시장(세상)이다.
@yongkwankim_photo
이 글이 가지고 있는 통찰력은 대형 설계사나 저렴한 비용으로 사진을 찍는 업체의 문제가 아니다. 훌륭한 의식을 가지고 프로젝트를 맡을 때 건축 문화의 질과 양이 모두 성숙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사진작가 뿐 아니라 건축과 관련된 모든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메시지와 같다. 자본주의에서 돈의 의해 행여지는 모든 것들을 제어할 수는 없다. 대형 설계사무소가 어떻게 하든, 어떤 작가가 얼마의 비용으로 프로젝트를 맡든 사실 내가 관여할 일은 아니다.
하지만 좀 더 성숙한 사람이라면 이 구조가 이 시장에 어떤 악영향을 미칠지 쉽게 알 수 있다. 결국 세상의 모든 일을 비용이라는 숫자로만 판단해 진행하게 되면 결국 남는 것은 빈 껍데기 뿐이라는 사실. 우리의 심장은 이미 그 사실을 알고 있지만 현실 세계에서는 비용의 경쟁으로만 인간을 몰아 넣고 있다. 플랫폼의 발달은 그 속도를 더욱 빠르게 진행시키고 있는 듯 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요한 것은 깊은 인식 저변과 바람직한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과 작업을 해야 된다는 것이다.
일을 비용적으로 풀면 겪게 되는 문제점이 있다. 낮은 비용은 더 많은 일을 해야 된다는 뜻이다. 그렇게 되면 일 하나하나에 소홀해질 가능성이 커지고 그것은 결국 프로젝트의 가장 위에 있는 사람에게 피해가 된다. 물론 일을 진행하는 당사자도 그 굴레에 빠지기 쉽다. 그래서 시장이 구분되어 있는 것이다. 이 구분의 경계가 무너지는 것에 대한 우려를 김용관 작가님께서 말씀하신 것이다.
선배 작가들의 행동과 발자취를 통해서 나 같은 후배 작가들은 그 길을 좀 더 편하게 걸어간다. 나 또한 그 길을 지키면서 더욱 부드럽게 닦을 필요가 있다고 믿는다. 그래야 내 뒤를 따라올 분들이 이 시장을 더욱 건전하게 만들 수 있으니깐. 어떤 자세로 일을 대하는지가 정말 중요하다. 때때로 이런 사실이 금전적인 이유를 넘어설 때가 있는데, 오늘도 다시 한번 내 마음속에 새겨 넣는다.
돈 앞에서 나의 생각, 나의 마음가짐, 내가 원하는 방향을 곧게 잡고 나아가는 것은 쉽지 않다. 나 역시도 몇 차례 돈 앞에서 원치 않은 프로젝트를 맡은 바 있으며 김용관 작가님의 메시지처럼 낮은 비용에 무리하게 프로젝트를 이어나간 적도 있다. 궁극적으로 그런 사례들이 나에게 도움이 됐을까 하는 생각에 잠겨본다. 숫자의 높고 낮음이 나의 가치가 되는 것이 아닌, 내가 만들어내는 결과물과 일을 대하는 태도가 좀 더 나를 발전시키길 희망한다.
사진/글. 김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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