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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사진작가가 가야 할 길 : 미래를 꿈꾸며

건축사진작가에 관심이 있는 분들에게~

by 건축사진가 김진철

건축사진작가가 가야 할 길

미래를 꿈꾸며



엄지 작가가 그랬다. 상업적인 사진을 촬영하기 시작했으면 모든 부분을 클라이언트에 맞춰서 진행해야 된다고. 돈 받았으면 돈 받은 값을 하라는 뜻이다. 이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머리가 텅!, 아! 내가 놓치고 있었구나. 돈을 받기 전까지는 내가 갑인데, 돈 받으면 그다음부터는 내가 을이다. 이젠 결과물로 보여줘야 할 때.



사진을 찍고 있어서 그런지, 나를 예술인으로 포장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렇게 쉽게 예술인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이 분야에 지독하게 공부한 것도 아니고 나만의 철학을 가지며 일을 하지도 않는다. 그렇다고 경력이 오래됐을까? 내가 아직은 예술인이 아니라고 느낀 시점이 바로 들어오는 일을 마다하지 않는다는 것에 있었다. 돈 벌어야지. 일단 오는 일은 막지 않고 최대한 많이 하는 것이 지금의 목표이다.



누군가는 일을 하고 싶어도 못할 수도 있고, 누군가는 그 방법을 찾지 못해 헤매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현장 하나하나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임하고 있지만 나라고 모든 현장에 만족할 수는 없다. 건축물도 사람을 닮아 거의 대부분 생긴 대로 나온다. 이 법칙은 세상이 끝나기 전까지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일을 골라서 할 처지가 아니기 때문에 그 언젠가 유명해져서 일을 골라야만 할 날을 꿈꾼다. 누구나 그런 미래를 상상하며 오늘도 내일도 열심히 일을 하는 것 아니겠는가.



나는 건축과 사진을 전공하지도 않았고 누군가에게 배우지도 않았다. 이 분야에서는 완전하게 비관련 학문을 배웠으며, 과거에 내가 건축 시장에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 관련된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사진을 촬영하는 스타일도 그리고 그것을 표현하는 글도 내가 느낀 느낌을 그대로 방출하는 편이다. 그것을 나는 날 것이라고 말하고 싶고, 내가 추구하는 목표 중 하나이다. 내 닉네임이 로우(RAW)인 이유이다.



배우지 않았기 때문에 기존의 것들과 조금씩 다르다. 그렇게 탄생했던 위대한 건축가가 안도 다다오 였으며, 일본식 콘크리트 건축을 세계에 알리는 건축가가 됐다. 그가 선배들이 배웠던 그대로 배웠다면 세상을 바꿀 수 있었을까? 세상은 때때로 아무 관련 없을 것 같은 경험으로부터 나 자신이 변화하는 과정을 겪게 된다. 어른들이 그렇게 말해주지 않는가? "지금 이 경험이 나중에 꼭 도움이 될 거야!"



나는 건축 사진을 촬영할 줄 모른다. 이 프로세스를 설명하라고 하면 주저할 것이 분명하다. 이것을 학문으로 배우지 않았기 때문에 깊지 않고, 이 역사를 잘 알지 못했다. 그저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을 뿐이고 상상력을 동원해 '이랬으면 좋겠다.'라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서 노력할 뿐이다. 그래서 건축사진작가라는 타이틀이 나에겐 과분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새로운 일이 들어왔을 때 부담감이 나를 짓누른다. 1년 전 퇴사를 할 때는 분명 자신 있게 덤벼들었는데, 지금은 알면 알수록 좀 무섭게 느껴지기도 한다.



3년을 버티기로 했다. 일이 많건 적건 3년 정도를 이 업계에서 버티다 보면 자리를 잡을 수 있지 않을까? 시기를 3년으로 정한 이유는 단순히 1000일 정도로 경험해 보기 위해서였다. 그 시간이 모두 지나도 다른 일에 도전할 수 있는 생리적 나이가 된다고 믿었기 때문인데, 지금도 나는 버티고 있다고 생각하는 중이다. 물론 지난해보다 올해 일을 더 많이 하고 있고, 수익적으로도 직장 생활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떨쳐낼 수 없는 이 불안감은 나를 우울하게 만들기도 한다. 내 앞에 있던 모든 자영업자들은 이 시기를 견뎌내고 이겨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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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하지 않으면, 10년, 20년이 지나면 분명히 이 업계에서 어느 한 축을 이뤄내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건 정해져 있다. 계속하다 보면 어떤 분야든 전문가가 되고 그 전문가 주변으로 사람들이 모여들기 마련이다. 물론 제대로 했을 경우. 일에 진심을 담았다면 사람들을 그 사실을 쉽게 알 수 있다. 내 위에 엄청난 선배 작가들의 모습을 보고 키의 방향을 잘 운전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방향으로 가기 위해서 지금 연료가 필요할 뿐이다.



좋은 건축물을 많이 만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 건축들을 실현할 수 있는 건축사사무소나 시공사 또는 건축주를 만나야 한다. 그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서는 내가 결과물을 만들어 세상에 보여줘야 한다. 나란 사람을 계속 알려야지만 가능한 일이다. 상업 시장이 있다 보니, 사람 좋다고 사람을 쓰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직장보다 더 치열하게 여겨지는 것이 '실력'이다. 실력을 키우는 것만이 정답이고 이 실력으로 다 하는 것이다. 대체 경력은 어디서 쌓나 울분을 토했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임을 자각해야 된다.



오늘 평택 현장을 촬영하면서 했던 생각들이다. 지난 1년 동안 나는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경험을 쌓았을까? 그리고 앞으로 어떤 경험들을 할 수 있을까. 궁극적으로 이 사회에서 나는 어떤 사람으로 평가받을까. 그 이미지는 쌓이고 쌓여 미래의 나를 만들 것이 분명하다. 따라서 지금 모든 일에 진심으로 다가서야 할 것 같다. 지금 당장 불안하고 부담스러워도 미래를 꿈꾼다면 분명 좋은 날이 될 것이다. 이것이 건축사진작가 김진철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이 아닐까 싶다. 이제 겨우 1년 했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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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탈이 많이 흔들릴 때 이렇게 글을 쓰면 다시 정신을 차리게 된다.

브런치 글은 어쩌면 나의 홀로서기 노트가 아닐까 싶다. 프리랜서 작가가 되면서 겪은 상황이나

나의 생각 그리고 이 업계의 근황이나 이야기를 하면서 나 역시도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을 갖는 듯하다. 이렇게 성장을 꿈꾼다. 이 늙은 나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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