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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사진작가의 N년 차가 시작됐다. 올해는 어떨까?

건축사진작가의 브런치 에세이

by 건축사진가 김진철

건축사진작가의 N년 차

올해는 어떨까?



드디어,


회사를 퇴사할 때 버티기로 약속했던 그 3년 차가 다가왔다. 2021년 3월에 퇴사하여 어쩔 수 없이 시작했던 이 일. 어쩔 수 없다라고 말하기보다는 살려고, 돈 벌려고 했던 일이라고 봐야겠다. 다니던 회사와 나는 물과 기름 같았다. 성장이라는 공통된 분모가 있었지만 그 과정에서 그리고 그 결과를 수용하는 자세가 너무도 달랐다. 자연스럽게 쌓였던 불만은 다섯 명이 동시에 터트리면서 퇴사라는 결정을 하게 됐다. 이럴 때 사용하는 말 있지 않은가?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지.



그 다섯 명은 현재 어떻게 됐을까? 아마도 이것이 가장 궁금할 터다. 우리 다섯 명은 각자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고 있다. 비슷하거나 같은 마음이었기 때문에 지금도 연락하고 지내고 있는데, 둘은 여전히 비슷한 환경에서 더 좋은 조건으로 일을 하고 있고 또 다른 한 명은 업종을 바꿔 더욱 창의적인 일을 하고 있다. 다른 한 명은 홀로서기를 시작하여 이젠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현실로 만들어내고 있다. 나는?



나는 여러분들이 알고 있듯이, 구독자분들이 이미 잘 알고 있듯이 블로그에다가 이처럼 글을 작성하는 사람이 됐다. 그리고 건축사진을 촬영한다. 마치 부업처럼 이야기하지만 정말 부업으로 생각했다. 돈을 벌 목적으로 시작했던 상업사진촬영. 할 수 있는 일이 카메라와 사진을 다루는 일이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어쩌면 퇴사를 했던 그 순간부터 정해져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집에 있는 것이라곤 카메라와 렌즈 뿐이니깐.



퇴사를 그저 생각 없이 했던 것은 아니었다. 퇴사를 앞두고 면접을 보기도 했고 심지어 내가 다니고 싶은 회사를 무작정 찾아가 일을 하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서울에 있는 회사에 지원도 했으니 나는 직장 생활을 지속적으로 이어나갈 생각이었다. 그 과정에서 조건이 맞지 않거나 뽑히지 않거나 등의 상황이 생겨 다시 직장에 다니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란 판단을 했다. 하긴, 그도 그럴 것이 나이도 있고, 그렇다고 특출한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학벌이 좋나, 잘 생겼나, 여러 가지로 봤을 때 취직보다는 창업을 하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싶었다.



그래. 3년만 버텨보자. 그렇게 시작했던 건축사진작가의 인생. 드디어 3년이 됐다. 전국의 다양한 지역을 다니면서 사진을 촬영하니 이 3년이 어떻게 흘렀는지 모르겠다. 아내인 안나에게 말했었다. 나 3년만 딱 버텨보겠다고. 버텼다. 그리고 올해도 버틸 예정이다. 오늘 하우스컬처 김호기 소장님과의 통화에서도 다시 한번 언급됐다. "진철 씨, 버텨요. 버티는 게 이기는 겁니다. 다 그 시기에서 나가떨어져요. 지금이 버틸 시기입니다.", 그래. 버티는 거다.



버틴다는 의미. 수익이 없어서 버티는 것이 아니라 이 일에 대한 장래와 나의 의지 그리고 시장의 반응 등을 살펴보는 과정. 내가 과연 오랫동안 이 일을 할 수 있는 가치 있는 사람일까? 그것을 판단하는 기준이 나는 3년 차를 벗어나는 순간부터라고 생각했다. 지금까지는 초보자, 입문자 등의 표현으로 나를 불렀다면 이 3년 차가 지났을 때 나는 전문 사진작가가 되는지, 아마추어로 남는지 판단하고 싶었다. 그래서 더욱 중요하다. 이 3년 차와 버티는 것.



수익에 대해서 언급됐으니 조금 더 풀어보자면 나는 직장 생활을 했을 때에 비해서 정말 말도 안 되는 수익을 창출했다. 감사한 상황이라고 믿는다. 그리고 나를 믿고 일을 맡겨준 모든 클라이언트들에게 그 믿음에 보답할 수 있는 결과물을 만들어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돈은 그것에 따른 보상이다. 나는 잘 몰랐다. 2023년 연초에 부가세를 신고하는데 이렇게 많이 세금을 낼 줄은. 그만큼 돈을 벌었다는 뜻이다. 그래서 수익과 버팀은 서로 다른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직장 월급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일들은 이미 도처에 깔리지 않았는가? 사람들이 하지 않을 뿐이다.



건축학개론 게시판은 내가 생각하는 건축과 그것을 사진으로 표현하는 생각이나 이론 그리고 그 후기에 대한 이야기를 꾸밈없이 작성하는 카테고리이다. 누군가는 이 글을 보고 건축사진작가에 도전하기도 하고 나란 사람을 알게 되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또한 나의 생각이 어떤 클라이언트와의 협업으로 이끌어 내기도 한다. 어쩌면 나의 건축 일기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나의 솔직한 마음을 기록해 두는 것. 그래서 나는 이 게시판이 좋다. 눈치 보지 않고 글자를 하나둘씩 적을 수 있으니깐.



올해는 어떨까?


올해가 바로 그 3년 차이고 새로운 마음으로 일을 시작할 때이다. 나는 건축물 앞에서 더욱 겸손할 것이고 건축이라면 일을 가리지 않고 할 생각이다. 그것이 나를 찾아준 분들에 대한 신뢰이고 의리라고 생각한다. 정말 필요하기 때문에 연락을 주는 것이기 때문에 나는 현장을 보고 일을 맡을 생각이 없다. 나에게 주어진 일이라면 모두 소중하게 다룰 것이다. 초기의 심지로 그리고 건축을 향한 예의로. 이 3년이 가장 의미 있고 나 스스로 인정할 수 있는 멋진 한 해로 만들고 싶다.



이 글은 당시 작성했던 일기를 재구성해 브런치에 기록하는 에세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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