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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컴쟁이 Nov 21. 2024

아침에 운동을 하며 하나 둘 하나 둘

감사를 찾아볼까요

토요일부터 수요일까지 헬스를 하루도 못 갔다.


목요일 속죄의 마음으로 남편이 출근할 때 아침 일찍 헬스장에 나섰다. 아침 7시도 되기 전 수많은 사람들이 저마다의 이유로 헬스장을 찾는다. 무게를 치는 사람, 스트레칭을 하는 사람, 직원분 그리고 나까지. 각자의 세계에서 일상을 살아가는구나.


한 달 남짓 웹소설을 써보겠다고 집 근처 무료강좌를 통해 수업을 들었는데 판타지 세계관은 나에게 맞지 않았고 인물들 간의 갈등구조를 회피하는 습성이 있다는 것을 배웠다. 독자의 공감을 사는 것이 정말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도 깨달았다. 그리고 퇴근 후 나를 집에서 강의실까지 데려가는 것은 더더욱 어려운 일이었다. 세상에는 쉬운 일이란 건 그 어디에도 없다. 매출 대박 김밥나라 직원도, 탄탄대로 대기업 사원도, 자신의 일에 소명을 가진 청소부도, 해충박멸 세스코 방역전문가도, 이제 막 빛을 보는 스타트업 대표님도, 학식 있는 정신과 의사도, 성공한 웹소설 작가도, 저명한 교수님도, 인기 있는 방송인도, 잘 나가는 프리랜서도 다 저마다의 고충이 있었다. 러닝머신을 슬렁슬렁 걷고 있는 지금의 나도 마찬가지고 말이다.


잠시나마 작가로 살아보겠다는 어설픈 마음을 먹으니 독자로서의 삶이 빛을 잃었다. 인풋이 부실하니 아웃풋도 비실비실 할 수밖에. 그럼에도 칭찬할만한 것은 과제를 한 번도 빼놓지 않고 내긴 냈다. 미완성을 견디는 것도 삶을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능력이다. 이쯤에서 합리화를 맺고 독자의 역할로 돌아가보자. 웹툰 참 재밌다. 읽고 싶은 소설과 에세이도 눈에 띈다.


서론이 길었는데 글을 쓰는 진짜 이유는 감사함을 꼽기 위해서다. 지난하고 고단했던 여름날들을 돌아보며 감사한 사람이 참 많다. 감사한 순간도 무지 많다. 감사한 우연에 더없이 감사하다. 이렇게 감사함을 어디다 적어놓지 않으면 간사한 내가 홀라당 까먹을 테니까 (라임 죽인다. 길라임 아님)


1. 가족에게 감사하다. 사람을 낙원으로 삼아서는 안되지만 힘들 당시 나에게는 언제나 제일 큰 낙원이자 기둥이자 비빌언덕이다. 이제는 내 삶의 가장 큰 부분이 되어버린 남편과 무조건적인 사랑과 지지를 보이는 부모님.


2. 생각하지 못했던 타인의 호의에 감사하다. 정신과를 다녀오게 된 것은 찜질방에서 처음 본 아줌마의 한마디 때문이었다. 중간에 크고 작은 과정이 있었지만 결론적으로는 2024년 가장 좋은 선택 중의 하나가 되었다. 무수히 다가올 나의 여름을 대비하는 효과적인 보험을 들어놓은 기분이다.


3. 그럼에도 여전한 나에게 감사하다. 정말 멀리서 바라보면 나의 상황은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아직도 배울 점 투성이인 회사,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과의 결혼 생활, 사지가 멀쩡한 것. 좋아하는 음식을 먹고 좋은 곳을 놀러 가고 아늑한 집에서 휴식하고 감탄할만한 글을 읽고 쓸 수 있는 경제적, 시간적 여유. 자꾸만 이보다 더 많은 것을 바라는 건강한 욕심까지.


좋아하는 김혼비작가의 “한 시절을 건너게 해 준”이라는 표현을 인용해 보겠다. 나의 한 시절을 건너게 해 준 것은? 운동, 사람, 글, 감사, 휴식이다. 많기도 하다. 다가올 시절들도 이 방법들로 지나가 보길~ 못 지나가면 모찌를 사 먹자 (이런 농담만 쓰는 걸 좋아해서 작가로서의 자질이 조금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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