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직장과 현직장의 가장 큰 차이는
'개인주의'다.
전 직장은 엄청나게 단체 문화를 중시했다.
밥 같이 먹고 같이 일어나기
혼자 커피 마시러 가지 않기
단체 야근
먼저 퇴근 시 상사 기다리거나 문자 남기기
단합 겸 친목활동 등등
무슨무슨 데이 이런 것도 다 챙겨야 했다.
뭐만 하면 선물 돌리고 감사 인사하고...
나는 남 관심도 없는데 직장동료 외관 뒷담화에 동조해야 함
참고로 내 성격은 야생의 고라니기 때문에
매우 매우 매우 힘들었다.
업무도 과중한데 사회생활은 더더 힘들었다.
특히나 상사 성격이 개차반이다 보니
비위 맞추는 게 참으로 더럽고 치사했다.
좋아하지도 않는 사람에게 알랑거리기
그렇다고 이 사람들이랑 내가 친한가?
퇴사 이후 결혼했지만 누구도 연락한 통 없다.
전과 현재를 비교하자면
지금 직장동료들과 관계가 더 우호적이다.
전에는 앞에서는 세상 친한 척하면서
동조하지 않으면 내가 씹혔다.
적어도 서로 뒷 욕하는 사이는 아니다.
현재 직장 동료들은 나에게 관심이 없다.
약간 회사 이 자리에 있는 npc 1 같은 느낌이다.
극도의 개인주의이기 때문이다.
1박 2일만 비워도 전에는
"휴가 때 남친이랑 놀러 가?"
이딴 농담을 엄청 들었는데
현재 내가 장기 휴가 가도 누구도 어딜 가는지 묻지 않고
혹여 선물을 주면 당연하다고 생각하지 않고
니 휴가 써서 갔다 온 거고 내가 도움 준 것도 아닌데
뭘 이런 걸 사 왔니 혹은 그제야 아 어디 갔다 온 거야? 이런 반응이다.
나는 단체주의를 비난하는 게 아니다.
이상한 전 직장의 똥군기 문화
그게 너무 지나쳤고 나와 맞지 않았다.
내가 MZ라서? 뭐 그런 건 아닌 거 같다.
현재 우리 팀 막내는 나다.
나보다 나이 많아도 다들 성향이 극 개인주의라
전임자들은 오히려 팀 분위기 안 좋다고
많이들 나갔다고 한다.
나에게 사적인 참견을 안 하고
나도 관심이 없이 내 일만 하다 보니
오히려 관계가 자연스럽다.
처음엔 나를 많이 선 긋는다고 느꼈는데
이제는 믿고 맡긴다 라는 느낌을 받는다.
그리고 이게 가능한 이유는
업무 자체가 개별성이 있고 독립적이라
서로 단합을 할 일이 적기 때문이다.
특히나 전에는 직속 상사가 나를 너무 괴롭혔는데
현직장 상사는 나에게 무척이나 호의적이다.
나에게 니 일만 니가 똑바로 한다면
이 정도 편의는 봐준다 라는 허용치가 높다.
계급으로 찍어 누르지 않고
오히려 내 잘못은 본인 탓으로 돌리고 포용한다.
모르면 물어보면 되고, 틀리면 고치면 된다고 한다.
전에 점찍기, 문단 띄우기 잘못했다고
자리에 돌아가자마자 부르고 또 앉을라 하면 부르고
거의 정신고문처럼 탈탈탈 털렸던 거 생각하면
참 과분할 정도다.
그 사람은 그게 뭐가 그리 거슬렸을까
그게 일하기가 너무 편하다.
그렇다고 내가 우리 팀 사람들이랑 밥을 같이 먹고
친목을 도모하고 뒷담화와 사내정치를 하냐?
아니다. 그냥 내 일을 내가 알아서 하고
거기에 대한 신뢰를 받을 뿐이다.
전 직장이 빡세서 고마운 건 있다.
너무 바닥을 찍어봐서 감사함을 배웠던 거
그리고 몸에 밴 알잘딱깔센
그놈의 '알아서 잘 딱 깔끔하고 센스 있게'
업무를 할 때
시킨 일에 즉각 반응하기, 중간 과정 보고하기, 요점 정리하기, 까먹은 거는 내가 기억하고 상기시켜 주기, 일의 우선순위 파악하기 등등
전 직장이었으면 정신고문 당했을 텐데
내가 이렇게 일을 해도 안 까이다니...
처음엔 무척 충격을 받았다.
현 직장에 불만이 없냐? 그건 아니다.
그런데 앞으로 직장을 새로 구해야 한다면
이제는 직장의 성향도 좀 봐야 할 것 같다.
나와 직장도 궁합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