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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나는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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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ima Aug 09. 2024

18. 끝이 있다(유한성)

아침에 문득 출근하면서 제법 선선해졌다고 느꼈다.

입추가 지나니까 정말 신기하게도 아침저녁은 숨쉬기 힘들 정도로 덥지 않다.

모든 것을 불태울 것 같던 더위도 꺾인다.


전날 엄마가 말했다.

"할머니가 편찮으셔, 상태가 좋지 않아."

막내 손녀인 내가 태어났을 때 할머니는 환갑을 맞이했다.

할머니는 벌써 증손주를 많이 보았고, 90세를 넘겼다.

우리 할머니는 건강하다 장수하신다 늘 말했는데

그런 할머니가 편찮으시다.


이런 상황들 때문인지

마지막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인간이라는 존재 자체가 유한하기에 영원한 건 없지 않을까

물론 과학으로 파고들면 무한한 것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 부분은 내가 무지하여 거론할 수가 없다.)


인간은 모두 공평하게 죽고, 영원할 거라 믿던 시절도 간다.

30대가 되어보니 변화가 주변에서 점점 더 많이 일어난다.


끝.


끝이라는 말은 굉장히 쓸쓸하다.

고등학교 졸업식에서 모두가 떠난 교실을 보면서

이제 교복을 입는 학생이 될 수가 없구나

친구가 전부이던 이 시절에서 우리는 해방되고

각자의 인생을 살면서 멀어지겠구나

성인이 된다는 기쁨보다 쓸쓸함을 느꼈다.


한편으로는 지금이 결국 영원하지 않다는 것이

위안이 되기도 한다.

결국 지금의 힘듦도 아무것도 아닐 날도 오겠구나


지금, 현재에 감사해야 한다는 게 이런 의미인가

조금 깨닫게 된다.


한편으로 영원히 살아볼래?라는

제안을 받는다면 나는 단칼에 거절할 것 같긴 하다.

삶이 유한해야 아낄 줄 알지

무한하면 어떤 방탕함에 빠질지 모른다.


아마 내가 사는 동안 원치 않는 많은 끝을 경험할 거고

그만큼 많은 슬픔과 상실에 빠지겠지만

결국 인간이란 이겨낼 수 있게 내구성 있게 설계되었을 테니...

미래의 나야 잘 이겨내고 효도하고 많이 사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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