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물안궁
안 물어봤어 안 궁금해
면전에서 듣는다면 참 단호하고 잔인한 말이다.
나는 에너지가 자그마한 사람
내 관심사가 아닌 건 대체로 안 궁금하다.
그래서 나에게 말해줘도 그만, 안 해줘도 그만이다.
덕분에 입이 무겁다는 오명(?)도 얻었다.
내가 뭔가를 많이 묻는 상대는 남편이다.
오늘은 어디서 일해?
밥은 뭐 먹었어?
몇 시에 들어올 거야?
오늘 저녁 뭐 먹을까?
생각해 보니 궁금함 = 관심인데
와다다다 하나하나 궁금한 건 사랑이다.
엄마가 나에게 그렇다.
사소한 거 하나하나 참 많이 묻는다.
예전엔 귀찮았는데 결혼하고 보니
남편도 안 궁금해하는 나의 점심메뉴를 묻다니
나는 엄마 뭐 먹었나 궁금한 적이 있었나?
엄마가 주는 사랑은 참 거대하다.
언니가 조카를 낳아 키우면서
조카의 사소한 거 하나하나가 궁금했다.
그래서 만나면
뭐가 요즘 재밌어?
친구는 누구랑 친해?
생일엔 뭐 했어?
등등 조카에게도 꽤 많이 묻는다.
궁금함=관심, 관심=사랑
이렇게 보니 이제 관계가 눈에 보인다.
어머님은 늘 남편에게 질문이 많다.
어디 아프진 않니?
언제 여행 가니?
이때 만날 수 있니?
나에게 이것저것 묻는 친구들도
예전엔 '이런 걸 왜 묻지?'
싶었는데 관심이 있어서 묻는 거구나
이제는 고마움도 느낀다.
그동안 난 누군가에게 질문하는 사람이었나?
대답은 아니오다.
근데 이젠 좀 질문할 줄 아는 사람이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