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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나는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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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ima Aug 16. 2024

19. 임산부 친구에게

출산을 앞둔 친구를 보러 친구 집에 다녀왔다.

만삭이지만 입덧이 너무 심해 살이 전혀 찌지 않은 친구를 보며 안쓰러운 마음도 들고 새삼 대견한 마음도 들었다.

친구는 입덧이 심해 퇴사를 하고 자신은 '놀고 있다'라고 표현했지만 인간을 하나 몸속에서 키워내고 있는 임산부는 회사 다니는 누구보다 중요하고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있다.


친구는 계획해서 자연임신에 성공했다.

나는 정말 대단하다 기적적인 일이라 했다.

입양 업무를 하며, 자연임신을 계획을 세워 성공한다는 게 당연한 게 아니라 엄청 축복받은 일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하나부터 열까지 뭘 사야 하는지 고민이고, 태어난 이후는 어떻게 키울지 고민이고, 양가의 개입과 양육에 대한 고민이고...

친구는 기쁨보다 걱정이 커 보였다.

친구 중 첫 출산인데 그래서 더 겁나고 자기가 처음이 아니길 바랐다고 의논하고 물어볼 사람이 간절하다고 했다.

나는 조카 둘을 옆에서 보고(언니가 친정 근처에 살아서 매일 왔다) 일할 때 아기를 간간히 돌보아서 육아 찍먹만 했지 주 양육자가 되는 경험을 해본 건 아니다.


그럼에도 내가 찍먹 하며 느낀 건

육아에는 누군가의 손이 꼭 필요하다는 것

혼자서 다 잘 해내고 싶은 친구를 보며 "내려놔라"라고 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업무 중 가끔 아기들을 데리고 병원에 간다.

아기들은 가만히 있지 않는다.

걸어 다니는 애는 손 뿌리치고 저 멀리 가버리고 갓난애기는 응애응애 울고 진료받아야 하니까 옷은 벗겨야 하는데 정신이 하나도 없다.

"여기 애기 양말 떨어졌어요."

아이들 병원이라 주변은 다들 애기엄마

쩔쩔매는 나를 보며 엄마들이 모여든다.

양말을 주워준 엄마가 "이거 입혀주면 되죠?" 아이의 옷을 여며주고 다른 엄마가 저 멀리 달려간 애기 손을 붙잡아 데려다준다.

"죄송합니다. 감사합니다."

아이를 키우면 사과할 일도 많고 감사해야 할 일도 많다.


그래서 나도 아이에게 그만큼 너그러워졌다.

한 예민하는 나도 아기에게만큼은 관대한 편이다.

우리 옆집이 올해 아기를 낳았다.

새벽마다 우는 아이 소리가 침대에 누우면 바로 들렸다.

'1-2시간 자고 울 때구나 참 힘들겠네'

그냥 그렇게 생각하고 지냈다.

가끔은 아기 엄마가 내내 우는 걸 어쩔 줄 몰라 아기를 업고 나와 복도에서 서성거리는 걸 볼 때도 있다. 

그럴때면 속으로 '힘내요' 작게 응원해 본다.


육아란 내가 다 잘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

완벽한 엄마는 없다.

어쩔 수 없이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그래서 양해와 이해가 필요하다.

내가 남들의 양해를 구한 만큼 나도 남에게 이해를 해줘야 한다.


나는 행복한 엄마가 좋은 엄마라고 믿는다.

그래서 친구에게 처음에 아기를 낳고 싶던 이유, 태어나면 같이 하고 싶던 행복한 일은 뭐였는지 물어봤다.

이야기를 하면서 조금 웃는다.

행복한 원동력이 있으니 잘 키울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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