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직전부터 결혼 후 같이 있기만 해도 싸우던 우리는 요즘 좀 잠잠하다.
남편이 집을 나간 후 피크를 찍었던 부부싸움이 조금 안정기에 접어드나?
남편이 직장동료 부부싸움 얘기를 한다.
"뭐 그런 걸로 싸운대?"
말하고 보니 아차, 남편이 웃는다.
"우리도 그런 걸로 싸웠어"
맞다.
우리도 남들이 보기엔 뭐 저딴걸로 싸우냐? 더럽게 할 일 없다. 싶은 걸로 핏대 세우며 싸웠다.
부부란 참 이상하다.
이 오묘함을 설명할 길이 없다.
아침에 미친 듯 싸우고 집을 나가도 저녁에 같이 밥을 먹으며 깔깔대며 웃을 수 있다.
그렇게 못되게 윽박지르던 사람이 이렇게 다정한 사람이다.
정말 부부사이는 둘 말고는 모른다.
상황이 시시각각 변하기 때문이다.
왜 바뀌었는지 모르겠지만 같은 상황에 다른 대처를 하면서 지금 우리 사이는 전보다는 부드러워졌다.
예전엔 무슨 힘듦 배틀하듯이 각자 서로의 입장과 상황만 말했다.
나는 밖에서 일하고 오느라 힘들었고, 나는 하루종일 집에서 집안일을 했는데 어쩌고 저쩌고
이젠 둘 다 서로 인정해 준다.
그래 밖에서 더운데 하루종일 힘들었지?
돌아올 때쯤 알아서 에어컨 켜두고 먹을 거 만들어두고 집안도 쾌적하게 치워둔다.
오늘 집안이 깨끗해졌다. 하루종일 고생했을 거 같다. 깨끗하니 보기가 좋다.
서로가 한 일에 대해서 있는 그대로 인정해 준다.
상대방을 깎아내린다고 해서 내 힘듦이 더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또 다른 건 서로의 원하는 것을 인정해 주는 것
남편은 퇴근하면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핸드폰 하며 가만히 내버려 두는 걸 좋아하고 나는 잠들기 전에 종일 쌓인 이야기를 하거나 남편이랑 붙어있고 싶어 한다.
언제까지 게임하고 들어갈게.라고 시간을 정하거나, 먼저 내 얘기를 듣거나 다리를 주물러준 다음에 본인의 시간을 갖기 위해 나가면 나는 먼저 잠이 든다.
우리는 서로의 시간에 대해 이제 존중한다.
그리고 여전히 논쟁은 한다.
살면서 부딪힐 일이 안 생길 수는 없기 때문이다.
둘 다 한 고집하기 때문에 서로가 맞다는 강한 신념이 있었다.
그런데 달라진 점이 있다면 어느 정도 들어보고 맞는 말이면 수용한다.
남편이 건조가 끝난 세탁물을 빨리 정리해서 접어주는 게 좋겠다. 계속 넣어두면 꿉꿉해지고 냄새도 난다.
해서 처음엔 귀찮았다. 잔소리 같아서 기분도 나쁘고 본인이 그렇게 하면 될 일 아닌가?라고 생각했다.
내가 이렇게 생각을 그대로 말하면 싸웠다.
그런데 이젠 알겠어. 대답하고 한다.
일단 해보고 아닌 거 같으면 다시 말한다.
해보니 진짜 나쁜 거 같진 않다.
결국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면 수용한다.
내 말에 대해서도 맞는 말일 때 남편은 수긍한다.
결국 부부싸움의 목적이 이혼이 아니라 우리 둘이 같이 잘 살기 위해서라는 걸 잊지 않으려고 한다.
내가 이겨야 이기는 싸움이 아니라 서로 빈정 상하지 않고 가정을 좋은 방향으로 이끄는 것이 목적이다.
결혼 후 1년 6개월 정도 미친 듯이 싸웠지만 후회는 없다.
이 시간이 우리한테 꼭 필요한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너무 다르게 살아온 두 사람이 가족이 되어 하루아침에 착착 손발이 맞을 수는 없다.
피 터지게 싸우고 아웅다웅하면서 얘는 이렇구나 이건 건드리면 안 되는구나
싸우면서 질리고, 진저리 나고, 이럴 거면 결혼 왜 했냐? 현타도 왔다.
똥인지 된장인지 다 찍어먹어 보고 알았다.
우리만의 규칙, 룰을 정했다.
잘 싸웠다.
앞으로도 또 싸울 날 있겠지만 오늘은 사이좋게 저녁 먹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