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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서기 Jun 04. 2021

우리들은 공간에 초대되는가? 배치되는가?

거리두기

코로나19 이후, 극장과 식당 그리고 카페는 거리두기를 시행 중에 있다. 그에 따라서 테이블과 테이블의 거리는 멀어졌으며, 객석과 객석 사이가 비워지게 되었다. 그런데 이 멀어짐과 비워짐을 경험하게 되면서 이상하게도 마음이 편해졌다. 이것이 원래 우리들이 가져야했던 거리가 아니었을까? 사실 그동안 우리는 너무 가깝게 붙어 있었던 것이다. 



나는 그동안 즐겨찾는 공간 속에 초대 되기 보다는 공간 속에 배치 되고 있었던 것이다. 이제야 찾게 된 공간 속 내 자리. 과연 나는 예전처럼 돌아갈 수 있을까? 물론 일상은 예전과 같이 당연하게 돌아가야 한다. 하지만 다시 내가 배치되기 시작한다면 받아들이기 힘들 것 같다. 예전과 같이 테이블끼리 다닥다닥 붙어 앉아 옆 자리의 대화가 들리는 것, 극장 좌석 양 옆에 누군가 앉아 있어 팔걸이를 모두 사용할 수 없는 것. 아마 이 모든 것들은 나를 힘들게 만들 것이다. 



지금 가지게 된 사람들간의 거리. 이 거리를 나는 계속 지키고 싶다. 이 거리를 깨려는 타인 혹은 방식과 마주한다면 나는 아마도 불편하게 뒤돌아 설 것이다. 거리두기를 통해 내가 얻은 것은 코로나19로부터의 안전함 뿐이 아니다. 타인을 불편하지 않게 바라보는 시선과 조금 더 여유로워진 마음가짐을 위해서 서로간의 필요한 거리를 알게 되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는 말은 그만큼 꼭 가까이 가야되는 것만은 아니다. 시선이 오래 머물거나 마음이 그쪽으로 기울게 되는 것. 그러기 위해서는 거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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