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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준영 Apr 01. 2024

퍼포먼스 마케터가 아니라 그냥 '마케터'입니다만,

2022-04-18 22:51

출처 : 픽사베이


효율적이기보다는 효과적으로 일하라

피터드러커의 명언으로 시작해 본다. <효율적이기보다는 효과적으로 일하라> 효율은 최소한의 투입으로 최대한의 결과를 내는 것이라면 효과는 행위에 대한 긍정적 결과를 이야기한다. 쉽게 정리하면 과정보다는 결과 중심의 사고가 필요하다는 것을 뜻한다. 물론 효율과 효과의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이 중요하지만, 인생이라는 것이 그리고 우리의 마케팅업(業)이 결과로 증명하는 일의 반복이기 때문에 피터드러커의 한 마디가 와닿는다.

광고 마케팅은 그 어느 산업보다 레드오션이고 치열한 전투의 현장이다. 산업이 성장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시장세분화가 발생한다. 광고 시장 역시 시장 세분화에 따른 '전문 영역'이 발생했고 그에 맞춰 다양한 종류의 마케터를 양산했다. 대표적인 예는 아래와 같다. 간략하게 설명하면서 다소 부족한 부분이 있겠지만 큰 틀에서 개별 마케터들은 전문 분야에 대하여 고민하고 마케팅 업무를 이어간다.

브랜딩마케터 : 브랜드력(力)을 키우기 위하여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세우고 확산을 주도적으로 진행하는 마케터
퍼포먼스마케터 : 수많은 실험과 결과에 따라 클라이언트의 구체적인 KPI를 달성하는 마케터
콘텐츠마케터 : 브랜드 강화와 인게이지먼트 증대를 위한 수단으로 콘텐츠를 만들고 발행하는 마케터
CRM마케터 : 자사 페이지 유입된 사용자를 락인시키기 위한 고객 관리 마케터 
인플루언서마케터 : 브랜드와 적절한 인플루언서를 선택하고 관리하며 브랜드 파워를 강화시키는 마케터

마케팅 업무가 워낙 방대하기 때문에 시장이 성장하면서 필연적으로 전문 마케터가 발생되었다. 효율적인 업무 시스템에 대하여 시장에서 만들어낸 영역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무엇보다 자본주의 시대에서 최소한의 리소스를 통해 최대한의 금전적 수익을 내는 것이 목적이 된다. 마케터를 조밀하게 분류하여 시장에서는 한 가지 영역에서만 업무를 할 수 있어도 돈벌이는 할 수 있는 구조였다. 반대로 클라이언트 입장에서는 굉장히 불편하다. '효율'의 개념이 광고 마케팅 대행업의 금전적 효율에 적용되다 보니 클라이언트는 그들의 효율을 위해 여러 번 커뮤니케이션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앞 서 5가지, 그 이상으로 분류되는 광고 마케팅 업무를 여러 회사 또는 여러 부서와 연락하면서 업무를 진행해야 하는 것이다. (대행사) 효율을 지향하기 위해서 (광고주) 효율을 지양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펼쳐지는 것이다. 비슷한 예로 최근 조직을 구성하면서 One Team 체제와 복수의 팀 체제 간 의견이 갈렸다. One Team의 경우, 한 개의 팀에서 마케팅 제안부터 UI/UX까지 One Stop 마케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이다. 반대로 복수의 팀은 제안 부서, 디자인 부서, 미디어 운영 부서 등 전문성을 기반으로 팀 조직화를 하는 것이다. 앞 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One Team 체제 안에서는 클라이언트의 마케팅이 물 흐르듯 이어질 수 있다. 물론 그 조직원들의 실력에 따라 편차가 클 수는 있지만 실력이 평중화되었다는 전제 하에 커뮤니케이션 일원화는 광고주 업무 효율을 가져올 수 있다. 하지만 조직 규모가 큰 경우, 팀 간 매출 격차가 커질 수 있고 잉여 인력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조직 관리에는 굉장히 불편함이 있다. 대행사의 금전 흐름에는 비효율적인 체제가 One Team 체제인 것이다. 각 전문팀을 꾸리는 경우에는 대행사에서의 조직 관리 및 리소스 관리가 용이하고 인건비 베이스의 광고 마케팅 산업에서 가장 최적화된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광고주 입장에서는 커뮤니케이션 속도가 느려질 수 있고, 여러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관리해야 하는 불편함이 발생한다. 마케터든 조직이든 전문과 통합 사이에서 장단이 생기는 것이다.

물론, 효율적으로 일하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다. 자본주의 시대에서 광고주와 대행사가 일정 수준 '협의'를 통해 만들어진 조직 문화이기 때문에 전문화 과정 역시 당연한 수순의 발현이었다. 그리고 시장이 포화 상태를 넘어 과포화 상태로 넘어가면서 상황은 바뀐다. 과거에는 광고주 입장에서 대행사를 선택할 수 있는 범위가 좁았다. 방귀 꽤나 뀐다는 대행사들은 되려 광고주보다 갑의 위치에 서기도 했다. 하지만 광고 시장의 디지털화는 광고주에게도 수많은 선택권을 부여하게 되었다. 오프라인 광고 영역보다는 시장 접근성이 용이하기 때문에 더욱 많은 대행사가 출현하였고 '난다 긴다'하는 대행사들이 넘쳐나고 있다. 광고주는 많은 대행사 중에 원하는 대행사를 선택하기만 하면 된다. 이제는 그들의 '효율'을 지켜만 보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결국 광고 마케팅업의 과포화는 광고주에게 선택권을 주었으며, 효율보다는 효과적인 마케팅을 하는 업체를 찾는 계기가 된다.


퍼포먼스(Performance)가 아니라 그로스(Growth)

앞 선 포스팅은 모두 그로스라는 단어로 치환해야 할지 모른다. 퍼포먼스가 주는 단어는 해석하기 나름이지만 분명 시장 내에서는 전문 분야의 하나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그로스 마케팅은 광고 마케팅 영역을 넘어서 한 기업의 전반적인 마케팅 영역을 다룬다. 당연히 광고 마케팅 한 분야에서 뛰어나다고 다룰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앞 서 나눈 5가지 광고 마케팅(Promotion) 업무 영역과 함께 4P에 해당하는 가격(Price), 제품(Product), 유통(Place)까지 업무 범위에 포함된다. 온오프라인의 경계가 무너지는 시점이다.

수요와 공급에 따른 가격이 정해지는 시장의 논리와 같이 광고대행사의 공급이 늘어남에 따라 광고주의 가격 결정력이 높아졌다. 따라서 (개인적으로) 지금까지 대행사의 금전적 효율을 중시한 시대는 끝났다고 생각하고 있다. 물론 관성의 법칙이란 것이 있고 과거의 실무자들이 지금의 임원급으로 포진하고 있기 때문에 광고 시장이 급작스럽게 변화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하지만 효과지향적인 광고 시장의 변화는 이미 진행되고 있으며, 어느 순간 준비되지 않은 대행사들은 무너지고 말 것이다. 조직만의 일은 아니다. 마케터들 역시 마찬가지다. 다양한 분야에 대한 통합 마케팅 능력을 겸비하지 않고는 어느 순간 성장은커녕 업에서 생존하기 어려운 상황에 봉착할 것이다. 몇 번의 포스팅에서도 지속적으로 언급하는 내용이지만 이제 마케팅은 통합의 시대에 다다른 것이다. 그런 개념을 이미 많은 사람들이 그로스, 또는 그로스해킹이라는 단어로 사용하고 있다. 기업의 성장(Growth)을 위한 다양한 방법론에 대한 이야기다. 퍼포먼스를 클라이언트의 구체적인 KPI를 달성하기 위한 도구라고 얘기한다면, 그로스 마케팅의 한 가지 방법론이 퍼포먼스 마케팅이 될 것이다. 결국 퍼포먼스보다 더 큰 영역의 마케팅을 그로스라고 하며, 우리는 퍼포먼스를 넘어 그로스 마케팅을 할 수 있는 조직 그리고 마케터가 되어야 한다. 좀 더 쉽게 말해서 지금까지 퍼포먼스 마케팅은 어떤 매체를 어떤 타겟팅으로 그리고 어떤 소재를 활용해서 효율을 극대화할 것인지를 고민했다면, 그로스 마케팅을 통해서 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광고 마케팅을 해야 할지, UX/UI를 손봐야 할지, 아니면 유통구조나 상품 패키지를 바꾸어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 발행한 포스팅에서 여러 번 강조했던 단어 중 하나가, 폴리매스(Polymath)다. 다양한 분야에 대해 전문적으로 학습하고 결과를 만드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그로스마케팅을 영위하는 그로스해커 또는 그로스마케터들을 우리는 마케팅계의 폴리매스라 볼 수 있다. 이후에도 여러 번 비슷한 포스팅을 하겠지만 하나의 줄기는 동일하다. 박학다식한 마케터가 되어야 살아남는다. 분야와 전문성에 얽매이지 말고 학습하고 결과를 만들 수 있어야 한다. 매번 폴리매스로의 성장을 이야기하는 것은 시대의 흐름이기도 하며, 나 스스로의 다짐이기도 하다. 우리는 이제 더 이상 무슨 무슨 광고 마케터가 아니라 그냥 '마케터'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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