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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NGREE Apr 04. 2021

파도타기

너의 모습을 상상해

 어젯밤 마신 와인의 취기를 빌려 깊은 잠에 빠졌고 일어나 보니 너와 나의 시간적 거리감과 공간적 거리감이 느껴지더라. 너를 생각하며 너와 어울리는 사물을 찾기 위해 아침 일찍 마켓에 나갈 채비를 했다. 파리에서 살아가는 여행을 하고 싶었기 때문에 주변 마트에서 간단한 파스타를 해 먹기 위해 장을 보고, 종이팩이 바스락 거리는 소리를 내며 파스타면과 소스 등을 무심하게 넣고는 한 손으로 끌어안고 계단을 올라 방에 도착했다. 아침 햇살이 드리우는 거실이 참으로 이뻐서 활기가 생기더라. 파리 사람들이 사용하는 향신료로 요리를 하고 그들의 부엌을 구석구석 사진으로 담아서 서울로 돌아가면 내가 여행한 파리의 집과 같은 부엌을 꾸미겠다고 다짐했다. 

 숙소에서 나와 방브 플리마켓 (Vanves brocante flea market)으로 나갔다. 날씨는 화창하였으며 저절로 콧노래가 흥얼거리게 되더라. 오래된 집을 작업실로 바꾸면서 "빈티지"라는 것에 마음이 닿아 구경하게 되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어울리는 것이 있을 것 같아 마켓으로 가서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조명을 사주고 싶었다. 침대 맡에 놓을 수 있는 작은 조명을 선물하여 잠이 들 때 나와 함께 마무리를 하고 내가 선물한 조명을 끄며 잠에 드는 삶을 꾸려주고 싶었다. 생각보다 마음에 드는 조명을 구하기 어려웠다. 조명처럼 다루기 어려운 물건보다는 식기류, 소품류, 카메라 등 다루기 쉬운 물건들이 많았다. 아쉬움을 뒤로한 채 카페로 들어갔다. 

 카페에 앉아 사랑하는 사람이 써준 편지를 꺼내었다. 우리가 떨어져 있는 동안 매일 읽을 수 있도록 메모장에 날짜를 써놓고 그 날짜에 맞춰 읽어달라던 편지였다. 오늘 날짜에 맞는 편지를 골라내어 꺼내곤 읽어보았다.

" 너와 함께 보내지 못하는 토요일이 어색해. 내가 없을 때 주말을 혼자 보내게 해서 미안해. 우리 같이 있자. 오래 함께하자. 보고 싶어 "

가슴이 뭉클해지더니 이내 사랑하는 사람의 목소리가 듣고 싶지만, 새벽시간에 곤히 잠들고 있는 너를 깨울 수 없었다. 다시 읽고 또 읽고 또 읽었다. 보고 싶은 이 마음을 지금 당장 담아내어 답장을 보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노트를 꺼내어 답장을 적어 내려갔다. 

" TO MY DEAR  - BGM : 최고은_IF I 

GOOD MORING GOOD EVENING. 8시간의 시차와 만 킬로미터의 거리가 떨어져 있어. 비행기를 장시간 타며 파리로 가는 동안 우리의 연애를 돌이켜봤어. 참으로 아름답더라. 너의 모습도 나의 모습도 행복해 보였고, 이렇게 나를 행복하게 해 주어서 정말 고맙다. 파리 여행을 계획할 때, 파리에서 살아보기 위한 여행이었어. 하지만 너를 만나고 난 후 여행의 테마가 바뀌었지. 나의 너의 우리의 감정을 담는 여행으로 바뀌었지. 사랑하는 사람이 생각나고 떠오를 때를 메모하고 기록할 거야. 다음은 함께 다니고 시간과 공간을 함께 하자. 우리 애틋해지는 만큼 더 사랑하자. " 

그렇게 답장을 쓰고 그녀에게 선물할 것들을 찾아 다시 카페를 나왔다. 떨어져서 혼자 다니지만,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다니는 것 같은 여행을 하게 될 것 같다.


과연 이 책이 대중들에게 읽힐 때 어떤 느낌을 줄까? 너무 사랑에 빠져서 그리워하는 내용만 있어서 오그라들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지만, 이런 글도 내가 쓰는 글이니 좋아해 주는 사람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마이너의 글을 매니악하게 좋아해 줄 마이너들이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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