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에서
카페를 나와 주변에 공원을 찾아보았어요. 저는 항상 외국에 나가면 공원을 가봐요. 전세계 모든 공원에서는 여유와 밝음이 있거든요. 마레지구 쪽에 있는 조그만한 공원을 한바퀴 걸으면서 내가 앉을 곳을 찾아다녔죠. 너무 조용해서 눈치보이는 분위기 보다는 밝은 분위기가 좋아 당신이라면 이곳에 앉았을 것 같은, 당신과 어울릴 것 같은 장소에 앉았죠. 멍하니 주변을 둘러보며 관찰을 하니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보였고 그들 하나하나에 나와 당신을 이입해봤어요.
- 젊은 남녀가 누워서 서로를 감싸 안으며 새근새근 잠들었네요. 남자는 팔베개를 해주고 책으로 얼굴을 덮었고, 여자는 남자의 팔베개를 옆으로 누워 베고는 한쪽 다리를 남자의 허벅지를 감싸듯이 올려두었네요. 우리가 같이 누워있다면 어땠을까요? 팔베게하면 팔아프지 않냐고 걱정해주는 당신의 얼굴이 보이고 나는 괜찮다며 웃으며 당신의 어깨를 잡아 눕히려고 하겠죠 그렇게 누워 장난치다가 지쳐 이내 나의 품에서 잠들 당신. 내가 당신이 잠드는 모습을 보고 자려고 노력하겠지만 평소에도 그렇듯이 내가 먼저 잠들어 버리겠죠. 자기가 나를 올려다보며 잠드는 모습이 귀여워요. 우리가 함께 공원에 눕는다면, 내가 끌어안아 잠들때 만큼이라도 안도감, 평온함을 느끼며 잠들 수 있게,내가 당신의 방공호가 되는 거죠.
- 아기를 함께 돌보는 부부가 보여요. 모래사장속에서 신나게 엉덩방아를 찍으며 노는 아이와 그런 아이를 세상에서 가장 따스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는 젊은 부부가 소곤소곤 대화를 나누네요. 우리가 같이 아기를 돌보면 어떨까요? 아이가 한명일지, 두명일지 몇명일진 모르겠지만 내가 아이를 업고 다닐게요. 그러니 지금부터 운동을 계속해야겠어요. 애기들이 놀 떄 애기들한테 너무 신경쓰지말고 우리끼리의 대화를 속삭여요. 오늘 저녁은 무엇을 해 먹을지, 애기를 재우고 밤산책은 어디로 나갈지, 쇼핑은 무엇을 할지, 내일 빨래는 누가하고 늦잠은 누가 잘지 ... 우리와 관련된 대화를 하는거에요.
- 노부부 단둘이 소풍을 나왔나봐요. 돗자리를 펴고 샌드위치를 꺼내어 같이 와인을 마시네요. 해맑게 웃는 노부부의 모습이 너무 이쁜거있죠. 우리도 애기들 다 키우고는 같이 소풍이나 다닐까요? 힘든 발걸음이겠지만 혼자 걷는 거보단 사랑스러운 당신이랑 같이 걷는 게 좋으니 천천히 조심히 나아가요. 누워서 책도 읽고, 사진도 찍고 애들한테 자랑하는거에요. 일하는 동안 우리는 너희들이 준 용돈으로 잘논다~ 하고 놀리면서요. 그리고 우리 예 사진들을 보면서 옛 생각을 하고 우리의 이야기를 조금씩 기록하고 정리하는 거에요. 그게 영상이든, 녹음이든, 글이든 상관없어요. 우리가 얼마나 사랑했었고 사랑하고 사랑할지 남기자구요.
그렇게 공원에 앉은 순간부터 일어나는 순간까지 당신을 생각했어요. 당신이 좋아하는 마카롱을 사러 가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