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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파도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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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NGREE Oct 24. 2021

파도타기

각자의 색깔로 색칠하는

 몽마르트 언덕을 내려오는 길은 예전보다 무섭지 않았다. 나도 많이 성장했나 보다 두려움이 많이 없어지고 당당히 걸어내려 가서 영화 인셉션에 나온 다리를 향해 갔다. 그곳에서 에펠탑이 잘 보인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그런지 기대감을 품고 사진을 찍기 위해 그곳을 향해 갔다. 기대 이상으로 많은 이야기와 풍경들을 담고 있었다. 누군가는 웨딩사진 촬영을 하고 있었고, 어떤 가족은 가족 스냅사진을 찍고 있었다. 에펠탑이 잘 보이는 뷰를 덩그러니 바라보다 어느 한 남성이 에펠탑을 바라보며 왼손으로 휴대전화를 귀에 가져다 대고 통화를 하고 있더라. 첫 통화는 받지 않는 듯한 아쉬움 표정을 하다가 두 번째 통화에는 연결되었는지 행복하고 화사한 표정을 지으며 통화를 하더라. 사랑하는 사람인가 보다. 사랑하는 사람과 멀리 있나 보다. 그 사람을 떠올리며 에펠탑을 바라보곤 그 사람의 목소리가 듣고 싶었나 보다. 처음에는 연결이 되지 않아 아쉬웠나 보다. 아마 시차로 인해 잠에 빠져 통화를 받지 못했나 보다. 지금 이 순간을 함께 하고 싶다는 마음이 커 한번 더 전화를 거는 것 같다. 다시 길어지는 통화연결음에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에펠탑을 바라보다 통화가 연결되었다. 몽롱한 목소리를 하며 여보세요 라는 목소리를 듣고는 떨어져 있지만 함께 있는 듯한 기분이 나는지, 해맑게 웃으며 통화한다. 그 순간이 가장 나의 파리와 비슷해 보여 그의 뒤에서 사진을 찍었다. 그 순간 너를 떠오르게 만드는 순간이어서 찰칵. 사진에 담았다. 그 순간이 이번 파리 여행, 이 책을 가장 잘 표현하는 사진이지 않을까?

 마음에 드는 사진 한 장을 찍고 조금 더 에펠탑 가까이로 가보기로 마음먹었다. 이 날을 축하하기 위해서 디저트 가게에서 조그마한 케이크를 하나 사고 와인을 가지고 공원에 앉아 에펠탑을 바라보며 사색을 한다. 이제 파리에서의 사는 것도 오늘이 마지막이다. 너에게 받았던 편지들에 답장을 영상으로 찍어 보낸다. 와인과 케이크를 보여주면서, 파리에 혼자 여행을 왔지만 함께 여행하는 듯한 느낌을 받게 해 준 마음이 너무 고마워 이렇게 찍어본다. 이제 파리의 여행을 끝내고 한국으로 돌아가면 여기서 내가 그린 우리의 밑그림에 서로의 색으로 색칠을 하며 살아가겠지. 어떤 날은 붉은색 어떤 날은 푸른색, 너가 마음에 드는 색과 내가 마음에 드는 색을 골라 각자의 방식으로 칠해 나가고, 시간이 지나면 덧칠도 하며 우리의 그림을 완성하겠지. 그렇게 만들어진 한 폭의 그림을 거실에 걸어두고 우리의 보금자리에서 사랑을 나누며 한 평생을 살아가지 않을까? 이번 여행으로 더더욱 당신과 함께 살아가고 싶다는 마음이 커지게 된 것 같아 마음이 몽글몽글하다. 당신과 사랑하는 동안 머릿속으로 그려왔던 미래의 밑그림을 이제는 도화지에 그려 당신에게 보여주고 당신의 밑그림도 같이 그려보면서 우리의 미래를 채색하자. 오늘의 파리, 에펠탑의 하늘은 보라색이다. 

" 당신의 밑그림 혹은 당신들의 밑그림에 오늘은 어떤 색깔을 칠하고 싶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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