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꿔.
파리에서의 마지막 날. 짐을 정리를 하고 이 날을 즐기기 위해 카페 이곳저곳을 다니기 위해 밖을 나간다. 파리 사람들이 즐겨 입는 옷가게를 들어가 쇼핑을 하기도 하고, 그들이 즐겨 먹는 에스프레소 가게에 앉아서 시간을 보내며 그들을 관찰하기도 한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은 모두 다르지만 저마다의 공통적인 방식들이 존재하고 그것을 찾아내는 재미가 쏠쏠하다. 예를 들면, 지하철에 앉아서 맞은편에 앉아있는 사람들의 신발을 보고 어느 브랜드를 많이 신는다던지, 음식점에 앉아서 사람들이 맥주를 많이 먹는지 와인을 많이 먹는지 등을 관찰하며 2018년 파리의 모습만 담겨있던 바구니에 지금의 모습을 한 겹 한 겹 담아낸다. 날씨는 흐렸던 날, 휘청거리는 날들이 많았음에도 행복했다. 어두운 골목길을 걸었지만 무섭거나 두렵지 않았다. 이곳을 만약 나 혼자가 아닌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왔다면 어땠을까? 상상을 자주 하다 보니,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여행하는 꿈을 자주 꿨었다. 평소에도 꿈을 자주 꾼다. 잠을 자면서 꾸는 꿈보다는 '상상'이라는 말이 어울릴 수 있지만, '꿈'이라는 단어가 달콤하니까 이 말로 대체하겠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미래를 꿈꾼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살면 어떨까? 아침에 일어나면 곤히 잠들고 있는 사람이 깨지 않게 일어나서 간단한 아침을 차린 후 먼저 출근길을 나가겠지. 그럼 사랑하는 사람은 일어나서 내가 차린 아침을 먹고 출근을 하고, 퇴근하고 돌아오면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저녁을 차려먹고 함께 드라마나 티비프로를 보다가 함께 잠옷을 입고 하루를 마무리하겠지. 주말엔 아침잠 없는 나는 평소와 같이 일어나 아침을 간단히 해 먹고 이것저것 정리정돈과 공부를 하고 사랑하는 사람이 일어나면 같이 식사를 하고 산책이나 주변을 둘러보러 나가겠지. 사랑하는 사람과 싸웠을 때, 아플 때, 여행을 떠났을 때 등 굉장히 많은 종류의 꿈을 꾼다. 내가 놓친 꿈이 무엇이 있을까? 내가 챙기지 못한 모습은 무엇이 있을까를 더듬고 또 더듬어 본다.
이런 꿈들이 모이면 한 폭의 스케치가 된다. 혼자 그리는 그림의 스케치는 능숙해졌으나, 매번 채색을 할 때 애를 먹는다. 수놓은 스케치 위에 채색하는 과정은 가장 어울리는 단어로 덧대는 것인데, 사랑하는 사람에게 나의 생각과 어울리는 ‘말’과 ‘단어’로 표현하는 게 어설퍼 오해와 불만을 일으킨다. 그래서 매번 스케치에서 그만두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하지만 이번의 ‘우리 사랑’은 우리가 함께 스케치하고 함께 채색해가며 그리고 싶다. 내가 생각하는 ‘우리 사랑’을 다른 종이에 스케치를 그려보고 당신이 생각하는 ‘우리 사랑’을 그리고는 같이 이야기를 나누고 하나의 도화지에 옮겨 그리면 어떨까? 이 과정에서 서로의 생각과 가치관과 역사에 대해서 알 수 있고 조금 더, 조금 더 싶어지는 기분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리고 한 부분부터 차근차근 채색해 나가자. 우리의 추억을 시간의 퇴적을 표현하자. 지금 이 순간 행복한 순간을 사진으로 찍어 남기는 것도 좋지만 기록하여도 어떤 “형체”로 남겨두고 싶다. 시간이 흘러 우리의 과거의 존재를 증명하는 것을 우리의 기억과 추억도 있지만 그 “형체”도 가능할 수 있다. 그렇게 우리를 남겨두자. 그리고 이것들을 시간이 지난 후에 함께 뒤적거리며 입가에 미소를 띄울 수 있지 않을까?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꿈”을 꿀 수 있다는 게 얼마나 낭만적인 일인가? 꿈을 이야기하고 꿈을 응원하고 꿈을 이루기 위해 도와주는 서로의 관계와 태도를 가지고 싶다.
당신과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함께 꾸는 꿈이 있나요?
" My candle burns at both ends;
It will not last the night;
But ah, my foes, and oh, my friends -
It gives a lovely ligh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