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근새근 늦잠 자는
아쉬운 파리의 모습을 뒤로하고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립고 보고 싶은 마음을 꾹꾹 눌러 담은 편지들과 선물들을 양손에 들고 만나러 가는 길. 풋풋하고 설렘이 가득한 순간이었다. 뚜벅거리며 버스와 지하철을 타며 이동하지만, 그 모든 시공간들이 풋풋하고 설레었다. 파리에서는 혼자 사랑하는 사람을 보고 싶어 하는 마음을 담았다면, 한국에서 함께 사랑하는 순간들을 담으려고 한다. 한국에 생각보다 여행할 곳이 많았으며, 그 장소들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함에 더해지는 보이지 않는 것들에 대해서도 많이 느낄 수 있었다. 안동,경주,부산,양평,속초,서산,파주,태안,여수,강릉 등 여러 곳을 다녔고 수많은 순간 중에서 감동을 준 사색을 하게 해 준 내용을 써내려 가보려 한다.
어느 날; 정말 인기가 많은 안동 한옥 숙소가 있는데 우연히 혹은 운 좋게 당첨이 되었다고 기쁜 마음으로 소식을 전하는 너였어. 처음에는 얼마나 대단한 곳인지 몰랐지만, 파리를 다녀온 후 너와 함께 떠나는 첫 여행이라는 게 더 설레는 거야. 아침 일찍 터미널에서 만나 안동으로 가는 버스를 탔어. 피곤했는지 금방 잠에 빠져들더라. 이른 아침에 떠나서 화장기가 거의 없지만 피부는 고와서 반들거리는 피부결이 너무 사랑스러워. 이 모습을 그리워했나 보다. 파리에서 혼자임을 깨닫고 보고 싶어 하는 너의 모습이 이런 모습들인 것 같아. 화장으로 가꾼 외모도 충분히 사랑스럽지만, 지금처럼 너다운 모습도 충분히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 졸려 감긴 눈으로 보이는 쌍꺼풀 주름과, 가지런한 눈썹, 맨들 거리는 콧등, 내 어깨에 기댄 볼, 하나하나 나누어 바라보니 더 아름답더라. 안동에 도착하고 점심으로 안동찜닭을 먹어야 한다며 시장으로 가서 마음에 드는 식당에서 우연하게 엄청 맛있는 것을 먹고 감격했었어. 그리고 버스를 타고 조금 더 들어가서 어느 마을에 도착하곤 숙소 주인분이 픽업해주러 오셨지. 숙소가 산중에 있어 숙소까지 가는 길에 푸릇푸릇한 풀잎들이 왕성했었고, 사장님은 잠시 차를 세우시더니 하늘이 너무 이쁘다고 잠시 구경하자고 하셨어. 구름들 아래에 놓인 산맥들을 햇살들이 환하게 비추고 있었고 이 광경을 바라보고 있으니 사장님이 사진을 찍어주셨지. 문장 속에 하나의 쉼표처럼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여유, 사장님의 성품이 느껴졌고 굉장히 마음에 들었어. 바쁜 나날 속에 주변을 살펴볼 수 있는 여유와 적당히 멈추어 설 수 있는 장소에서 한숨 골라내고 다시 여정을 이어가는 과정들이 우리의 사랑에도 있는 것 같아.
숙소에 도착을 하고 이곳저곳을 구경했고, 산책을 나가서 사진도 찍으며 다녔어. 귀여운 강아지가 우리를 반겨주고 사장님의 사진 실력은 엄청나시더라. 이런 분위기에서 너에게 하고 싶은 말들을 목소리가 아닌 글로 남기고 싶어 옆에 있던 종이에 연필로 끄적거리고 너에게 줬어. 고마운 표정과 입가의 미소로 답해주던 너였지. 석양에서 내리쬐는 주황색 불빛에 강의 색도 물들어갔고, 방으로 뉘엿뉘엿 들어와서는 우리가 함께 덮고 있던 두터운 이불에도 주황색으로 적혀주었지. 파리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너에게 해주었고, 내가 들었던 생각과 감정들을 하나하나 풀어나가며 너가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얼마나 아쉬웠는지를 표현했지. 너도 한국에서 나를 기다리면서의 이야기를 해주었어. 해가 눕고 달이 일어나 밤이 되더니 별들이 아름답게 반짝거리고 있었지. 파리에서 보았던 어떤 장면보다 너와 함께 바라보는 밤하늘과 이 장소가 더 아름다웠어. 너를 만나고 난 후 , 혼자 떠나는 해외여행보다 너와 함께 떠나는 한국 여행이 더 행복함을 알게 되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