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습을 바라보며
밤하늘에 떠있는 별들을 바라보며, 그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너의 옆모습을 바라보며, 너의 옆모습을 바라보는 우리의 모습을 상상하며 마음속으로 사진 한 장을 찍어본다. 의자에 앉아서 낮에 찍었던 사진을 함께 넘겨보며 꺄르르 웃음소리를 지어내니 우리 둘만의 공간은 웃음으로 가득했었다. 옛날의 나였으면, 어느 정도 시간을 보낸 후 내일 무엇을 할지 어디를 갈지 알아보고 검색해보고 계획하는 행위를 했었을 텐데,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난 후 크게 무언가 바뀌었다.
"과거"에 대해서 중요하게 생각했었다. 시간에 대해서 굳이 구분을 짓자면 과거, 현재, 미래로 나눌 수 있고 이 중에서 "과거"를 가장 순수하고 순백한 가치 있는 것으로 여겼다. "과거"를 바탕으로 현재의 모습이 존재하게 되고 "과거"의 방향성으로 미래가 예측 가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과거"의 순수성을 유지하기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아붓는다. 내가 과거에는 어떠한 사람이었는지 계속 리마인드하고 다짐하고 마음에 새기는 과정과 과거의 사람들에게 연락하고 꾸준히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다. 다른 사람을 대할 때, 그 사람의 배경이 된 과거의 이야기들을 듣고 물어보는 것을 선호하고 옛날에 있었던 이야기들로 다시 미래를 계획하곤 했다.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나서부터 무언가 바뀌었다.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지만, "과거"보다는 "현재"에 조금 더 집중을 하게 되었다. 사랑하는 사람은 현재에 사랑한다 말하는 것을 좋아한다. 나중에 어떤 모습으로 바뀌고 변화하는 것보다는 현재의 감정에 많은 의미를 부여한다. 그래서 나 또한 "현재"를 "과거"와 "미래"보다 더 가치 있게 여기게 되었다. 미래를 계획하는 것을 애초에 선호하였고 지금 또한 열심히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현재"의 실행을 바탕으로 미래를 계획하게 되었다. 이러한 실행이 없다면 미래의 계획을 세우는 것은 허무맹랑해지고 의미 없는 행위가 될 수 있다. 현재를 중요시하게 살아가고 현재의 별빛들과 달빛들과 밤하늘을 바라보고 사랑하는 사람과의 대화를 나누는 것, 사진을 고르고 무엇이 맛있었는지를 우선시하여 실행하고 난 후 연장선으로 미래에 대해서 함께 계획하고 함께 생각해보는 것이다.
그렇게 오늘 하루 당신의 눈빛에 집중을 한다. 당신의 이마와 콧날과 입술과 볼에 집중을 한다.